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 이주인권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미등록으로 체류하던 한 가족이 단속됐다는 얘기를 듣고 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갔다. 출입국외국인청 내 단기보호소에 구금된 상태였다.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고, 다만 어린 아이가 보호소에 구금돼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 살던 집을 정리할 때까지 ‘보호일시해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더군다나 부인은 임신 초기였다.

당시 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들이 한 말들이 잊히지 않는다. “요즘 보호소 내 ‘가족실’이 얼마나 잘 돼있는지 아느냐”는 거였다. “직원들이 애써 잡은 사람을 우리 손으로 놓아주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도 했다.

더욱 충격이었던 것은 부인의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으로 데려간 일이다. 선심 쓰듯 ‘수갑은 채우지 않겠다’며 남자직원들이 부인을 호송차에 태워 병원으로 향했다. 급히 택시를 타고 따라갔다. 부인은 보호소에서 지급하는 추리닝 같은 옷과 슬리퍼를 신은 채 남자직원들 틈에 앉아있었다. 이 광경을 선주민환자들이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너무 폭력적인 상황이라고 항의하는 나에게 한 직원은 눈을 부라리며 ‘소란피우지 말고 조용히 좀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검진 결과는 부인의 말대로 임신 초기였다. 당장 ‘보호일시해제’를 해달라고 했더니, 남편은 놔두고 부인과 아이만 해주겠단다. 어떻게 아이를 데리고 혼자서 짐들을 정리할 수 있겠냐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마저도 보증금 2000만 원을 내라고 했다. 보호일시해제를 안 해주겠다는 말이 아니냐고 여러 번 항의하니, 한 1000만 원으로 줄여줬던 것 같다. 가족의 친구들이 ‘십시일반’해 부담했다.

결국 3일간 부인이 아이를 데리고 짐을 꾸렸다. 남편은 받아야할 월급과 퇴직금이 있었지만 당장 본국에서 정착할 자금이 없기에 극히 일부만 받는 것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그들은 본국으로 추방됐다. 얼마 뒤 부인이 유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이주인권센터에서 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정당한 법 절차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8일,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1년 여간 구금돼있던 사람이 사망했다. 직접적 사인은 급성신부전증이라고 하지만, 그의 보호소 내 진료기록에는 간질환으로 의심되는 증세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의사 1명이 보호소 내 모든 환자를 관리하고, 심하게 아프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외부진료를 받는 것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사망했다.

외국인보호소의 문제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외국인보호소가 단속과 추방을 위한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며 폐쇄적이고 비인간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은 무수히 많이 지적됐다. 이 죽음의 책임은 단속과 추방에 혈안이 돼 문제점이 있는 제도를 방치하는 법무부가 져야할 것이다.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를 위해 보호소 안에 들어간 적이 있다. 창문도 없이 꽉 막힌 공간 안에 있던 나무 책상이 떠오른다. 그 책상에는 온갖 언어로 낙서가 돼있었다. 한국에서 삶에 대한 소회, 보호소 안에서 답답함, 훗날 보호소에 들어올 누군가에게 건네는 인사들이 적혀 있었다. 그 낙서 어딘가에 이번에 사망한 사람의 글도 있을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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