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혜진의 사소한 과학이야기 200. 과학에세이 쓰기의 곤란함
심혜진의 사소한 과학이야기 200. 과학에세이 쓰기의 곤란함
  • 심혜진 시민기자
  • 승인 2019.11.1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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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 심혜진 시민기자] 이달 말 책 출간을 목표로 요즘 출판사와 한창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원고를 교정하고 있다. 지난 여름, 본지에 연재 중인 요리에세이를 묶어 책으로 낸 터라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내겐 새로 나올 책이 ‘진정한 첫 책’이란 생각을 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사소한 과학이야기’를 묶은 책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시작한 과학에세이가 나를 글 쓰는 삶으로 이끌었으니 내겐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 지면에 글을 써온 것이 햇수로 9년째,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4년 전 ‘100회’를 자축하며 쓴 글에서 “200회 특집에선 더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다고, 감히 독자들에게 약속을 드린다”고 썼는데, 참 무슨 용기로 이런 말을 당당히 했나 싶다. 아마 100회를 더 쓰고 나면 뭔가 ‘과학적으로’ 더 단단하고, 박식하고, 유능해질 거라고 믿었나 보다. 하지만 지금 난 오히려 과학에세이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처음 과학에세이를 쓰려고 마음먹었던 건, 내 주위 성인들이 단순하고 간단한 과학 정보를 잘 모르는 일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황사(당시엔 미세먼지라는 말이 없었다)는 왜 위험한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난데없이 다시마가 품귀 현상을 겪는 이유는 뭔지, 생명의 순환에 인간이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주위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추론’과 ‘증명’이므로, 과학적 추론 과정을 이해하면 세상을 읽는 눈도 밝아지고 소소하게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도 길러지리라 믿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만으로도 충분했다. 쉬운 정보를 담은 책이나 글은 인터넷 사이트와 서점에 잔뜩 깔려 있었지만, 대부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만든 콘텐츠였다. 어른이 읽기엔 감성이 맞지 않았다. 나는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과학 원리와 알면 도움이 될 정보를 유치하지 않은 ‘어른 감성’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주위 사람들과 과학을 주제로 대화하면서 과학 감성을 나누는 상상을 하며 글을 썼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알지 못하는 독자로부터 “글 잘 읽고 있다”는 이메일을 받았을 땐 정말 기뻤다. 내 글의 가장 열렬한 독자였던 조카와 내 글을 놓고 이야기 나누는 순간도 행복했다. 당시 조카 나이가 예닐곱 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함정이긴 했지만. 그래도 내 글을 읽고 ‘아는 척’ 해주는 어린 조카가 내겐 큰 힘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른바 ‘과학 붐’이 일었다. 과학 대중서를 펴내는 출판사들이 생겼고, 과학 기사만을 다루는 언론사에선 최신 과학 뉴스를 쏟아냈다. 카드뉴스나 그래픽 노블 형태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튜브에선 과학 실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련되고 재밌고 잘 읽히고 이해가 쏙쏙 되는, ‘애 어른 따질 것 없는’ 과학 창작물 앞에 나는 막막해졌다. 나는 어떤 글을 써야할까. 내 글은 여전히 가치가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며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과학저술가 양성과정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공지 글을 인터넷에서 봤다. ‘과학 붐’의 영향으로 없던 강의도 생긴 모양이다. 나는 주저 없이 신청했고, 서류 전형을 통과해 조만간 면접을 앞두고 있다. 만일 떨어지더라도 나름의 방식으로 고민하고 연구할 생각이다. 나는 지금 절실하니까. 그러니 ‘300회 특집’에선 내가 어떤 노력을 했고 얼마만큼 달라졌는지, 글로써 증명해 보이고 싶다. 내 글만이 가진 고유한 성격과 과학 콘텐츠로서 가치에 독자 여러분이 먼저 고개를 끄덕일 만한 글을 쓰고 싶다. 조만간 나올 책을 분기점 삼아 내 글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를.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기를. 독자들께 드리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