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의 회장이 구의원이라 적극 대응 못하는 것”
연수구, “할 수 있는 행정력 최대한 발휘하고 있다”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보도블록 공사 등을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연수구 A아파트에서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해 연수구(구청장 고남석)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수구 A아파트 주민들이 굴삭기를 맨몸으로 막아서며 공사를 저지하고 있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는 아파트 내 보도블록과 아스콘 공사를 위한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5월 23일 공고했다. 일부 주민은 이 과정에 문제제기를 하며 연수구에 항의했고, 연수구는 5월 29일 과정상 문제를 인정하고 입대의에 재입찰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입대의는 시정명령을 무시했고, 연수구는 6월 4일 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입대의는 다음날인 6월 5일 공사업체와 계약을 강행했다.

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됐고, 연수구는 8월 23일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그 이후에도 입대의가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연수구는 8월 26일 입대의 회장을 고발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입대의는 공사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그 이후 주민들은 비대위를 구성하기에 이르렀고, 비대위는 입대의에 해당 공사 재심의를 요구했다. A아파트 관리규약 제29조 제1항을 보면, ‘입대의에서 가결된 의안이 관계 법령이나 관리규약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입주자 등 10인 이상이 입대의에 재심의 요청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 재심의가 요청된 안건은 효력이 즉시 정지된다’고 돼있다.

비대위는 연수구의 공사 중지 명령이 관계 법령 위반으로 판단해 재심의를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입대의는 장기수선계획 조정을 위해 8월 29일부터 입주민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장기수선계획은 아파트를 오랜 시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주요 시설 교체ㆍ보수 등에 관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말한다. 입대의는 보도블록과 아스콘 공사를 아파트 장기수선계획에 포함하고자 했다.

이에 비대위는 즉각 반발하며 연수구에 항의했고, 연수구는 10월 23일 ‘주민들이 관리규약에 따라 재심의를 요청했으며, 입대의가 재심의 없이 해당 사안을 진행하는 것은 무효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아울러 10월 30일까지 관리규약을 적합하게 이행하고 결과를 제출하라고 입대의에 통보했다.

그러나 입대의는 10월 31일 공사를 강행했고, 주민들은 굴삭기를 맨몸으로 막아서는 등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비대위원장은 “이미 연수구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입대의가 밀어붙이고 있다. 연수구가 보다 적극적인 행정력을 발휘해야한다”라며 “입대의 회장이 연수구의회 의원이다 보니 공무원들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입대의 회장 B씨는 연수구의회 자치도시위원회 소속으로 해당 부서 업무를 심의하는 위치에 있다. B씨는 구의원을 하며 입대의 회장을 겸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비대위장은 “입대의 임기도 이번 달 말이면 마치는데 공사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적법한 절차를 따르라는 연수구의 요구도 무시할 만큼 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주민들은 결국 맨몸으로 저지하는 수밖에 없다. 임기가 끝나는 이번 달 말까지 버텨볼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연수구는 적법한 절차를 지키라고 호소하는 주민들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보다 강한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수구 관계자는 “구가 발휘할 수 있는 행정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다. 입대의 회장이 구의원이라 위축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B씨는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공사를 빨리 진행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하고 싶다는 주민들 의견도 있다. 주민들 절반 이상이 공사를 찬성한다는 서명판도 있다”라며 “주민들과 추가 논의를 진행할 것이며, 연수구의 시정명령도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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