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식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 인하대 교수
[인천투데이]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의 소득을 높이는 경제개발시대로 되돌아가는가.
10월 17일, 경제부총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경제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그만큼 현재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일 게다. 지난 연말에 문재인 정부가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2.6~2.7%는 달성하기 어려워진 것은 물론, 사실상 2%대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보다 낮았던 경우는 지난 반세기 동안 딱 세 번 있었다. 모두 국내외적 경제위기가 대단히 심각했던 1980년, 1998년, 2009년이다.
건설투자를 확대해 경제성장률을 높이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아마도 이런 상황을 고려했던 것 같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여당인 민주당이 내년 4월 15일 총선을 1%대 성장률이라는 경제성적표를 갖고 치러야할 상황을 맞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총선은 현 정부 중간평가라는 성격을 담고 있기에 정부여당으로서는 1%대 성장률은 그야말로 피하고 싶은 결과일 것이다. 재벌 대기업 총수를 만나 투자를 독려하는 것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일 수도 있다.
물론 건설투자로 경기를 부양하면 성장률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문제는 경제성장 자체였기보다는 경제성장의 성과가 국민들에게 골고루 퍼지지 않는 것이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같은 SOC 투자를 늘리고 재벌 대기업이 투자를 늘린다고 평범한 사람들이 삶이 나아질까? 조금은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경제가 성장해도 불평등은 감소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가 평범한 사람들의 소득을 높여 불평등과 빈곤을 줄이는 개발국가 복지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4년 차인 2020년도 예산안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년에 작성된 ‘국가재정운영계획’의 방향과 지난 9월에 작성한 ‘국가재정운영계획’을 비교해보면 국정 운영기조가 현격히 변화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에 작성한 국가재정운영계획은 저성장 기조로 인해 나타나는 분배구조의 악화에 대응해 물적 자본 중심의 투자에서 사람 중심의 지속성장 경제로 성장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한다고 천명했다. 이에 기초해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복지 지출 확대, 인적 자본 투자 확대 등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반면 ‘2019~2023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보면 분배 악화와 소득 양극화에 대응한다는 언급은 최소화하고, ‘혁신적 포용국가’를 구현하기 위해 경제 활력을 재고하는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출범 당시 사람에 투자하고 양극화를 개선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경제 중심의 재정투자로 수출ㆍ투자를 활성화하고, 이로써 경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실제로 2019년도 지출 대비 2020년도 예산안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인 상위 5개 항목 대부분은 경제 관련 항목이었다.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 부문 예산이 2019년도와 비교해 무려 27.1%나 증가했고, 연구개발(R&D) 예산도 17.6%나 증가했다. 집권 초에 작성한 2018년도 예산안에서 SOC 예산은 –14.0%였지만, 2020년도 예산안에서는 +12.6%로 극적인 역전이 이뤄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우리가 확인한 것은 개발국가의 성장방식은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보다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더 늘려야할 예산은 SOC가 아니라 복지다. 보수정부 9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