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항경련제의 부작용을 단기간 관찰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장기간 관찰이 필수다. 특히 인지 저하, 학습능력 저하 부작용은 장기간 관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지 저하 부작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돼 심하게 나타난다. 약 복용 초기에는 반응이 없었더라도 장기 복용 시 점차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나는 항경련제를 장기간 복용한 성인에게 건망증이 없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건망증을 의례 가지고 있는 자기문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애써 조사하지 않는 한 부작용을 호소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들은 항경련제 복용 초기에는 건망증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장기간 복용한 이들에게 대부분 나타나는 것을 보면, 부작용이 누적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장애 역시 마찬가지다. 항경련제의 부작용으로 우울장애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울장애 또한 복용 초기에는 잘 확인되지 않는다. 초기에는 짜증이나 신경질과 같은 공격적 성향을 나타날 때만 금방 알 수 있다. 의욕 저하 같은 행동양식으로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러나 항경련제를 장기간 복용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무기력 상태로 우울증이 체질화돼있는 상태를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결국 성인에게 나타나는 인지적ㆍ심리적 부작용은 항경련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심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아 뇌전증에서는 장기간 관찰로 인지적 부작용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성인은 이미 뇌가 다 성장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현상적으로 나타날 뿐, 뇌 성장에 치명적 손상을 미치지는 못한다. 그러나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는 뇌가 다 성장하는 데까지 항경련제 부작용이 미칠 수 있다. 즉 뇌 성장 지연 현상, 인지 발달 지연 현상이 동반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동이 학습기회를 박탈당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능력 자체를 박탈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 이후에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 부작용이 된다. 생각해보라. 키가 클 아이에게 키 성장 지연 위험이 있는 약물을 수년간 먹이면 성인이 돼서 어떻게 회복될 것인가?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런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항경련제 장기 복용에 따른 소아의 인지 저하, 학습능력 저하를 추적 조사하는 게 필요하다. 윤리ㆍ도덕적 견지에서 장기간 관찰로 안전이 확인된 약물에 한정해 항경련제 사용을 허가해야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동 인지 발달 저하 부작용을 확인하는 장기적 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장기간 연구 없이 안정성에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환자들에게 장기간 약을 투여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항경련제를 한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 사용할 시,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 사용 시에 부작용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또한 성인에게 나타나는 인지 부작용에 비한다면 성장기 어린이에게서 나타날 인지 저하, 학습능력 저하 부작용이 더욱 치명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환자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단지 의사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그리고 의사는 제약회사의 판단에 맡기고, 제약회사는 장기연구를 실행하지 않는다. 장기연구는 자본 논리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런 의료 관행은 의료 윤리적으로 보면 매우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의사들은 항경련제 장기 사용에 따른 인지 저하 부작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고 환자에게 고백해야한다. 부작용에 대한 장기 관찰 연구가 존재하지 않기에 아동의 인지 발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우울장애도 유발해 성격 이상도 초래할 수 있다고 고지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위해 치료가 필요하면 의사가 무조건 강권할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선택권을 줘야한다. 그게 윤리ㆍ도덕적으로 타당한 진료 방식이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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