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부평 캠프마켓 시민생각 찾기 전문가 컨퍼런스 열려
"국내 유일 일제 무기공장 육군조병창, 역사적 의미 커"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일제 육군조병창 자리였던 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인천시는 1일 오후 부평안전체험관에서 ‘제2회 부평 캠프마켓 시민생각 찾기: 전문가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컨퍼런스에선 역사·문화, 환경, 공원녹지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부평 캠프마켓 반환 뒤 활용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1일 부평안전체험관에서 ‘제2회 부평 캠프마켓 시민생각 찾기: 전문가 컨퍼런스’가 열렸다.(사진제공 부평구)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는 조병창 시절부터 캠프마켓의 역사를 되짚었다. 김 이사는 “부평의 군부대들로 ‘장고개’와 ‘성현’이 길이 끊기고 사라진 곳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장고개는 서구 가좌동과 부평구 산곡동을 잇는 고개이며, 성현은 남동구 만수동과 부평구 일신동을 연결하는 고개다.

김 이사는 “장고개와 성현이 고개로서 기능을 상실한 건 일본 육군조병창이 건설된 후”라며 “이 고개들을 제자리에 돌려놔야 캠프마켓 반환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제강점기 사택이 있던 지역은 광복 후 미군 주둔과 함께 기지촌으로 변한 경우가 많다. 부평의 근대유적을 주목하고 역사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원 박사는 캠프마켓 활용방안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제안했다. 정 박사는 ”한반도는 태평양전쟁 당시 연인원 650만 명으로 가장 많은 민중이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동원된 곳이다. 특히 부평의 조병창은 국내 유일한 일제 무기공장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경험자는 사라져도 유적은 남아 이야기를 들려준다. 캠프마켓을 일제의 전쟁범죄를 기억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반환된 기지를 활용한 부산시민공원의 경우 한국전쟁 피란과 미군부대 역사를 주로 주목했다. 인천은 차별화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분야 발표로 나선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캠프마켓 주변의 복개하천 실태에 주목했다. 장 위원장은 “부평은 물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의 물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복개됐다”며 “굴포천 지류 중에서 제대로 된 하천 기능을 하는 곳은 현재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굴포천은 과거엔 주민들의 소통하는 빨래터로 활용된 곳이지만, 그 기능은 전혀 없고 주차장으로만 활용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를 조금만 양보해 도로와 하천이 어우러진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폭이 30m인 장고개길을 20m로 줄여 주민친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전 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는 도시하천의 관리방향을 설명하며 선진사례들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도시와 하천의 연계성을 회복하고, 하천을 생태·문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치트강과 김해시 상동면 대포천의 사례를 들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건전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혜영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용산 미군기지 공원화 과정의 교훈을 소개했다. 최 교수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과 공원 조성에 관한 이야기는 1988년부터 나왔지만 30년 넘게 진행 중이다. 부평 캠프마켓도 충분히 오랜 기간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상적인 특별법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간에서 시민교육도 활발히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부평안전체험관에서 ‘제2회 부평 캠프마켓 시민생각 찾기: 전문가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어진 토론에서 허광부 부평사편찬 상임연구위원은 “일본은 전쟁 유적을 모두 공원화시키면서 전범 기억을 지우고 있다. 우리는 조병창을 활용해 일본의 침략전쟁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순우 건축사무소 '바인' 소장은 “부산시민공원은 도로와 지형을 많이 바꿔서 유네스코 등재가 어려울 수 있지만, 부평은 그렇지 않다”며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캠프마켓 활용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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