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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16> 부평동중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부평동중 학생들이 벽화를 그리고 있다.(사진제공ㆍ부평동중)

학생들이 직접 공간혁신, 애교심도 ‘쑥쑥’

부평동중학교는 1969년 설립해 올해로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오래 전에 지어진 학교인 만큼, 교사들은 노후한 학교시설에 고민이 깊다. 학교 운영계획을 살펴봐도 노후한 시설을 내부 약점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부평동중은 행복배움학교에 걸맞게 교사와 학생들이 합심해 공간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교내 벽화 그리기다. 10월 30일 아침 등교시간에 방문했는데, 정문 옆 벽화가 햇살과 함께 학생들을 반기고 있었다.

지난 1학기에는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문 옆 담장과 분리수거장 컨테이너, 창고건물에 벽화를 그리기로 했다. 우선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시간에 벽화 도안을 공모해 교사들이 작품 몇 개를 추려냈다. 그 이후 학생들이 마음에 드는 작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최종 도안들을 선정했다. 선정된 도안을 제출한 학생들은 부상으로 상품권을 받았다.

학생들은 서툰 솜씨지만 벽화를 그리며 학교를 내 손으로 가꿨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1학기에는 우선 정문 옆 담장만 완료했는데, 11월에는 나머지 공간에도 벽화를 채워 넣을 예정이다. 벽화 그리기 경험이 많은 미술교사가 있어 남은 작업도 잘 해낼 것으로 보인다.

매달 중앙 현관에서 열리는 음악회.(사진제공ㆍ부평동중)

공간혁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끼를 펼칠 수 있게 중앙현관을 작은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체육관에 방치돼있던 피아노를 조율해 옮겼다. 공연에 나서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싶었지만, 음악적 소양이 넘치는 학생이 많은 모양이다. 피아노ㆍ플루트ㆍ바이올린ㆍ오카리나 연주와 밴드 공연 등이 열렸다. 음악은 아니지만 ‘요요’ 공연을 펼친 학생도 있다.

중앙현관에서 공연이 열릴 때마다 학생들로 붐벼 공간이 비좁다. 결국 중앙현관에 수십 년간 전시된 축구부와 양궁부의 트로피들을 체육관으로 옮겼다. 그 자리에 이동식 스탠드를 설치해 더 많은 학생이 편히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피아노 하나 재배치했을 뿐인데 공간 쓰임새가 확 달라졌다. 음악회가 아니어도 중앙현관을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텃밭을 가꾸는 모습.

부평동중은 교내 작은 공간을 활용해 텃밭도 가꾼다. 부평구가 진행한 텃밭 지원 사업 공모에 신청해 한평텃밭 10개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텃밭에 무ㆍ배추ㆍ파ㆍ부추ㆍ토마토ㆍ고추 등을 재배하는데, 올해만 벌써 3모작을 진행하고 있다. 텃밭에 씨를 뿌리고 작물을 수확하는 것까지 모두 1학년 학생들이 관리한다. 매주 수요일 아침은 물을 주는 날이다.

텃밭 활동은 수업과도 연계된다. 학생들은 국어시간에 텃밭 관찰일지를 작성하고 기술가정 시간에는 수확한 작물로 요리를 만든다. 메뉴는 비빔밥ㆍ겉절이ㆍ깍두기 등 다양하다. 영어시간에는 조리법을 토대로 영작을 해본다.

학생들과 함께 텃밭 관리를 책임지는 정선희 수석교사는 “교육적으로 생명 존중, 농업의 소중함, 식습관 개선 등의 가치를 심어줄 수 있다”며 “텃밭을 직접 교육과정과 연계한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문화 학생들로 구성된 다문화 학급.(사진제공ㆍ부평동중)

다문화가정 학생도 세심하게, 다문화 학급 운영

부평동중에는 다문화가정 학생이 11명 있다. 귀화한 학생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이들을 위해 학교는 다문화 학급을 운영한다. 교육부에서 지원금 2800만 원을 받아 중국어ㆍ아랍어ㆍ한국어 강사를 채용, 매주 월~목 수업을 진행한다.

또, 다문화가정 학부모가 학교에서 보내는 가정통신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담당교사가 따로 설명해주기도 하고 해당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관련한 상담도 해준다.

부평동중 복지사업을 담당하는 ‘보듬누리실’에서는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취약계층 학생들을 모아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한다. 건강 지원 사업으로 인근 병ㆍ의원과 연계해 치과 진료를 지원하는데, 비용은 학교와 병원이 절반씩 부담한다. 이곳에선 문화사업도 한다. 학생들이 함께 책을 읽고 책에 나온 장소를 탐방하는 ‘인더북’이라는 프로그램은 인기가 아주 많다.

학교 특색 살려 지역사회에 기여

부평동중은 2015년에 교육부가 발표한 ‘수학교육 선진화 종합계획’에 따라 ‘수학나눔학교’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미술ㆍ음악ㆍ과학실처럼 수학교실이 따로 있다. 수학나눔학교인 만큼 수학을 교육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수학동아리도 운영한다.

수학동아리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수학 규칙들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수학 디자인 팔찌 만들기, 매듭 규칙 풀기, 도형을 활용한 테셀레이션(쪽 맞추기) 등이 있다.

수학동아리 활동은 교내에 그치지 않는다. 수학동아리 학생들은 매해 여름방학 때 부개도서관을 방문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다.

또, 부평동중은 학교축제 때마다 장애인들을 초대해 ‘장애인 인권 교육’ 부스를 제공한다. 이게 인연이 돼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들은 가끔 학교를 찾아와 학생들에게 손 마사지를 해주기도 한다. 이밖에도 부평동중은 인천문예전문학교, 미래에셋증권 인천지점 등과도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부평동중은 2013년부터 교육부가 주관한 자유학기제 정책연구학교에 선정돼 자유학기제를 다른 학교들보다 3년 먼저 운영했다. 이때부터 자유학기제에 걸맞은 교육과정을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네트워크를 활용한 경험이 많다. 이는 행복배움학교 지정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연말에 산타로 분장한 선생님이 등교시간에 학생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사진제공ㆍ부부평동중)

행복배움학교 이후 교사들부터 달라져

부평동중 교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협력한다. 이는 학업평가제도 혁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교사들은 학기마다 두 번씩 진행하는 시험 때 ‘문항 검토의 날’을 운영한다. 시험 문항에서 가끔 나타나는 오류를 없애기 위해 같은 과목 교사들끼리 모여 시험지를 먼저 풀어본다. 학생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부평동중에 7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정란 연구혁신 부장교사는 “행복배움학교 지정 이전에는 교사들이 선호하는 학교도 아니었고, 학생들도 말썽 피우기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은 학교 분위기가 매우 밝아졌다”며 “교사들이 부모처럼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모습을 자주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의 적극적인 모습은 학교 일상생활에서도 드러난다. 교사들은 매월 첫째 주마다 학생들을 위한 ‘프리허그데이’를 진행한다. 또, 연말에는 풍채가 좋은 교사 몇몇이 산타가 돼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 혹시 등교가 늦어 못 받는 학생이 있을까봐, 등교시간이 지나도 한동안 학생들을 기다리기도 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열리는 ‘별빛 독서캠프‘

부평동중은 여름마다 한 번 학교도서관에서 ‘별빛 독서캠프’를 연다. 학생들은 방과 후에 모여 독서토론, 릴레이 시 낭송, 스피드게임, 멋진 글귀 나누기 등을 진행한다.

캠프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면, 다른 독서 관련 작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시 외우기 행사를 한다. 교내에 붙인 시를 외워 도서관 담당교사 앞에서 낭송하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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