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혜자 ‘인천 물과 미래’ 대표
“인천 하천 관리 잘 안 되고, 관련 연구 부족”
“승기천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 예산 반 토막”
“주민 자발적 참여ㆍ활동 위해 구심점 만들어야”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승기천에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구월농산물시장 쪽에서 물길을 따라 내려가다 선학경기장과 신연수역 사이 길에서 코스모스를 만날 수 있다. 코스모스 밭에는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자연하천인 승기천의 발원지는 미추홀구 용현동 수봉산이다. 물은 주안동과 관교동, 동춘동 등 남동구와 연수구를 가로지르며 서해로 흐른다. 승기천 담수 구간 끝에는 유수지가 있어 청둥오리 등 철새들이 오가며 먹이활동을 한다. 승기천이 열려있는 구간은 구월농산물시장과 남동경찰서 사이에서 시작해 유수지까지다. 하천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선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승기천변 곳곳에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추정되는 모습들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나무가 뿌리 채 뽑히고 꺾인 채 방치돼있거나 오래 묵은 쓰레기들이 널려있다. 떠내려가다 다리에 걸린 나무도 있다. 또, 물이 탁하고 남동공단 쪽 일부 구간은 녹조 현상도 보이고 악취가 나는 곳도 있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모양이다.

9월에 인천시 온라인 시민청원 게시판에 승기천 복원사업을 시행해달라는 민원이 올라왔다. 시민청원의 요지는 ‘용일사거리~승기사거리 구간 승기천 복원사업은 원도심 주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침수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시는 “도심지 물길 복원을 위해 ‘승기천ㆍ수문통 물길 복원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추진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부평구는 굴포천 복원사업 시작을 알렸다. 도심 자연하천에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승기천과 동구 수문통도 관련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간 영역에서 하천 연구와 정책 제안 등, 물길 복원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최혜자 ‘인천 물과 미래’ 대표를 인천시청에서 만나 인천의 하천 문제와 과제를 들어봤다.

최혜자 ‘인천 물과 미래’ 대표.

“인천 하천 관리 잘 안 되고 있어”

최 대표는 최근 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이하 추진단) 사무처장을 맡아 민과 관을 잇고 정책과 실행과제를 내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추진단은 2003년 조직됐는데, 최 대표는 당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로서 추진단에 참여했다가 2016년 ‘인천 물과 미래’를 만든 뒤 이번에 다시 추진단에 참여하고 있다.

“추진단엔 시ㆍ군ㆍ구 관계자와 전문가, 시민 등 59명이 참여하고 있다. 하천별 네트워크까지 하면 700명 정도 되는 조직이다. 인천에는 국가하천 2개와 지방하천 40여 개가 있다. 강화도 등 섬 지역 물과 관련한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 대표에게 승기천을 예로 들며 시의 하천 관리 실태를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잘 안 된다’였다.

“전체적으로는 시에서 관여하고, 유지ㆍ관리는 구ㆍ군이 하고 있다. 승기천의 경우 시와 남동구, 연수구, 인천환경공단이 연계돼있다. 하수 처리는 환경공단이 하고, 교량은 남동구, 녹지 환경은 연수구가 담당한다. 문제는 예산인데, 유지ㆍ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지금까지도 큰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승기천에 있는 부유물과 역한 냄새, 그리고 뿌리가 뽑힌 나무들이 오래 방치됐음에도 조치가 안 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 순간, 승기천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커다란 잉어와 붕어, 가물치, 치어 떼가 떠올랐다.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부러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가 승기천 다리에 걸려있다.
승기천 부유물들.

하천 관리 주민참여예산 반 토막···“자괴감 느껴”

“수심이 깊고 물이 많아야 물고기가 많이 살 수 있다. 승기천은 물이 충분하지 않다. 4만 톤 정도는 돼야 하고, 수심은 20cm 이상이어야 한다. 그보다 수심이 낮은 곳이 많아 준설 작업이 필요하다.”

승기천은 자연하천이기에 주기적인 준설과 오염물질 제거가 필요하다. 최 대표는 이를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제안했다. 우선 제안사업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에서 2등을 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사업 예산이 행정에서 반 토막 냈다.

“내가 제안한 사업은 정말 하천을 위해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내용을 담았다. 적정 사업예산으로 5억 원을 제안했고, 숙의 과정과 토론을 거쳐 4억 원으로 조정돼 주민총회에서 최종 결정됐다. 그런데 시에서 2억 원으로 깎았다.”

그 이유를 아직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최 대표는 시 담당자한테서 “(해야 할) 근거도 없고 기준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주민참여예산 시 담당부서에 문제제기했다. 내가 참여한 분과위원회에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이 결정한 사업예산을 삭감했으면 합당한 이유라도 밝히라고 했다. 분과위원 한 분은 자괴감이 든다고까지 말하는 상황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 취지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오랜 시간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 제안한 사업이 무시를 당하고 합당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하천 수질오염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승기천 남동공단 구간 쪽에는 녹조 현상을 보이는 물도 고여 있다.

인천하천살리기와 거버넌스, “다시 시작이다”

도심을 지나는 하천은 민관이 함께 관리해야한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기에 평소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가꿔야한다. 공공기관은 이를 뒷받침해주면 된다. 일본은 하천 관리에서는 한국보다 앞서있다. 주민 참여가 잘 이루어지고 있고 마을의 작은 하천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우리도 주민들이 하천을 살리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활동 근거지가 아직 없다. 주민들을 교육하고 안내하는 구심점이 없다. 청소 도구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라도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 하천 관리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 대표는 공원에는 공원관리소가 있듯 하천에도 관리소가 있어야한다고 했다. 녹지와 더불어 하천은 도심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남동구는 하천 관리를 1명이 한다. 남동구에 하천이 몇 개 있을 것 같나? 하나만 있어도 혼자 제대로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물 관련 조직을 전문화했다. 인천도 전문화하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서울ㆍ경기ㆍ부산 등은 물 관련 연구조직도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물ㆍ하천 관련 정책을 일관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생산해내야 한다.”

추진단 활동 근거가 되는 규정이 그동안 없었다. 최근에서야 ‘인천시 하천 살리기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이를 계기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추진단을 이끌어가겠다고 최 대표는 다짐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추진단은 2003년부터 8년간 최고점을 찍다가 그 이후 7년간, 속된 말로 바닥을 쳤다. 원년 멤버들이 모였다.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의욕이 넘친다. 시도 초기보다는 호흡이 잘 맞는 편이다. 하천 살리기와 관련해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최 대표는 조례 제정에 따라 추진단이 1년에서 3년 이내에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관 주도가 아닌 민관이 함께 하천 유지ㆍ관리에 뛰어든 만큼, 신뢰가 무엇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거버넌스’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다.

승기천은 미추홀구와 남동구, 연수구 등 도심을 지나 서해로 흘러간다.

도심 하천 연구와 복원, 그리고 주민 소통

최 대표는 하천이 도심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 크게는 기후변화와도 맞닿아있고 환경보호를 위해 미래지향적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의 도시 온도가 섭씨 1도 정도 높아졌다. 도심 열섬 현상이 커졌고, 열대야 현상도 빈번하다. 서울 청계천을 예로 들면, 거기는 섭씨 1~2도 정도 떨어졌다. 그래서 인천도 복원사업을 하면서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고, 도심 열섬 현상 등을 개선하고 나아가 기후 복원에도 기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를 만들어야한다.”

최 대표는 물길 복원사업과 활동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했다. 동구 수문통 복원사업의 경우에는 주민들과 갈등이 있다. 그래서 수문통 사진전과 물 포럼을 진행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고 했다.

아울러 그동안 육지에서만 봤던 하천을 바다에서 바라보면 어떤 모습인지 알기 위해 동구 주민들과 동구의회 의원들, 기자들을 데리고 바다에 나가 배를 타고 육지 쪽을 둘러보는 공감투어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굴포천이나 승기천 물길 복원은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 물론 아직 미흡하지만. 주민의견 수렴과 소통, 협력이 제일 우선이다. 수문통의 경우 인근 주민과 갈등이 있고 주민 소송이 있는 등, 좀 난감한 상황이다.”

최 대표는 수문통은 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가 많다고 했다. 개항장과 만석동 양키시장 순대골목까지 연결돼있고, 원도심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가 하천과 만날 때 큰 발전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도심에서 망둥이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을 상상해봤나. 동구가 가지고 있는 근현대 산업유산, 인천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는 동네와 맞물리면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겠나. 수문통의 경우 복원사업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다. 지켜봐 달라.”

마지막으로 최 대표에게 ‘인천은 어떤 곳이냐’고 물었다. 최 대표는 “평생 살고 싶은 도시다. 난 강화도 출신인데, 진짜 인천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들도 살고 싶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