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실 동구의원, “주민 공론화과정 거치고 원도심 정체성 확보해야”
주민협의체 대표, “공청회ㆍ구청장 면담 요청 3개월째 사실상 거부”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인천 동구(구청장 허인환)가 근현대 산업유산인 ‘신일철공소’ 철거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전문가와 정치권에서 ‘보수해 보존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

윤재실 동구의회 의원은 30일 진행한 구의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신일철공소 철거와 관련해 민관이 갈등을 보이고 있는데, 안전과 환경을 생각한 복원이 요구된다”며 “신도시와 다르게 원도심에서만 볼 수 있는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것이 동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신일철공소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상충하면 주민들이 모여 공론화하고 숙의를 거쳐 지혜로운 결과를 도출해야하고, 이는 동구가 해야 할 사명이다”라고 덧붙였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 관장도 <인천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이제 인프라 중심에서 근현대 문화유산, 그 흔적과 가치를 찾아야할 시기”라며 “인천 중에서도 동구는 옛 모습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도시재생을 문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곳으로, 신일철공소는 보수해 보존하고 마을박물관 등으로 충분히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동구는 신일철공소 철거 방침을 세우고 도시유적위원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두 차례 열린 도시유적위원회에서 보수해 보존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동구는 그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

인천 동구는 10월 25일 오전 신일철공소 철거를 위해 장비들을 갖다 놨다.
동구는 지난 25일 철거 시도에 앞서 24일에 신일철공소 내 유물을 모두 수거해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으로 옮겼다.

유옥분 동구의회 의원은 “신일철공소 건물이 낡아 유해성을 고려해 구립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마을 역사와 맥을 함께 하기에 유해성을 제거하고 공간 보존을 위한 리모델링을 하면 된다. 무작정 철거는 안 되고,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야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11월 동구 행정사무감사 때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덧붙였다.

동구 도시유적위원회에 참석한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도 “신일철공소는 석면 슬레이트와 벽면 교체로 유해성을 제거하고 주민들과 어린이집 학부모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보존할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동구의 철거 방침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주거재생과 관계자는 지난 29일 <인천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동구 만석동 ‘주꾸미 더불어 마을’ 사업은 시비 지원 사업이다. 신일철공소 매입은 주민 동의를 얻어서 한 것으로 아는데, 철거하려고 한 게 아니고 유해한 석면 슬레이트만 걷어내려고 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주꾸미 더불어 마을 사업’ 관련 주민협의체 오풍원 대표는 “지난 29일 동구 도시재생 담당자와 만나 주민공청회 등을 열자고 말했다.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주민 대화와 협의를 거쳐야한다고 했는데, 구에서 수용하지 않았다. 또, 지난 3개월간 구청장 면담을 요구했는데도 성사되지 않았다. 사실상 면담을 거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구는 지난 24일 신일철공소 내부 유물을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으로 옮기고 25일에는 철거업체를 불러 철거를 시도했다가 주민 반발로 2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지난 25일 동구 도시재생 담당자는 “(신일철공소) 입구 부분 일부만 살린 전시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만 할 뿐, 구체적 처분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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