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박남춘 시정부가 내년도 본예산에 주민참여예산을 300억 원 반영하겠다고 한 시민과의 약속에서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이 발굴해 숙의와 민관 협의, 총회를 거쳐 제안한 사업들 중 일부 사업예산을 일부 또는 전액 삭감해 내년도 본예산을 편성하려하고 있다. 시는 이 같은 상황을 지난 15일 긴급 소집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서 알렸고, 시 예산감사관실은 ‘다른 사업과 중복되는 문제 등으로 삭감될 수 있다’고 했다.

주민참여예산제도 절차상 제안사업 예산은 시 심사와 시의회 심의를 거쳐 확정되기에, 시 예산부서에서 검토해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제안된 사업들은 앞서 해당 사업 실무부서와 협의 과정을 거친 것이기에, 너무 많이 삭감하거나 전액 삭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종 제안된 사업이 294개이고 필요예산이 총 300여억 원인데, 이중 60억 원에서 100억 원가량을 삭감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최대 ‘3분의 1’이나 삭감할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실제 그렇게 한다면 올해 참여한 주민들이 다시 참여하겠는가. 시정부는 주민참여예산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려 2022년까지 500억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그걸 누가 믿겠는가. 올해 참여한 주민들 사이에서 ‘사기극’ 아니냐는 핀잔도 나온다.

시정부는 올해 참여형과 계획형으로 나눠 제안사업을 받았다. 참여형은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여러 통로로 접수한 제안 사업을 가지고 분과별 회의, 민관 협의, 분과별 토론회 등을 거쳐 우선순위 선정 대상사업을 뽑은 뒤 주민투표로 우선 사업을 선정했다. 계획형은 청년ㆍ여성 등 4개 분야와 20개 시범 동에서 추진단을 모집해 제안사업을 발굴하고 숙의와 민관 협의 단계를 거친 뒤 주민투표로 우선 제안사업을 선정했다. 계획형 추진단에 참여한 주민이 1163명이고, 추진단별로 회의를 10여 차례씩 했다. 민관 협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선 제안사업 선정투표에 참여한 주민은 총 1만6000명이나 된다. 시정부가 설치한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가 중간에서 지원하지 않았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남춘 시장은 올해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마무리하는 한마당 총회에서 ‘사업을 발굴하며 많이 배우고 느끼셨을 것이다. 이렇게 많이 배운 시민이 많아지면 거짓말하는 정치도 사라질 것이다’라고 격려한 바 있다. 그러나 만 5개월 동안 이처럼 복잡하고 긴 과정을 거쳐 제안한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니, 주민참여예산제의 의미를 강조하고 확대하겠다고 한 시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인천시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민참여예산 관련 정치공세에 시정부가 위축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시정부가 진정으로 주민참여예산을 확대ㆍ발전시키려한다면, 예산 삭감을 주민들이 수긍할 수 있게 최소화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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