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인천 평화ㆍ생태 섬을 거닐다 ②볼음도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볼음도는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에 있는 섬이다. 주문도ㆍ아차도와 서북쪽 방향으로 나란히 있으며, 서북쪽 끝에는 말도와 함박도가 있다. 함박도는 북방한계선(NLL) 너머에 있다. 이 섬들을 지나면 북한 황해남도 연안군이 보인다.

인천시와 인천대학교 통일통합연구원이 주최한 ‘청년, 인천 평화와 생태 섬을 거닐다’ 두 번째 일정으로 볼음도 탐사를 10월 19~20일 진행했다. 본래 말도 탐사까지 예정돼있었으나, 말도로 들어가는 행정선과 일정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다.

볼음도 갯벌 탐사.(사진제공ㆍ인천대학교 통일통합연구원)
볼음도에서 바라본 일몰.

광활한 갯벌의 섬

19일 이른 아침 인천시교육청 앞에 모인 참가자들은 버스를 타고 강화도 외포리항으로 향했다. 외포리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 30여 분 가면 볼음도에 도착한다. 점심을 먹고 숙소까지 차를 타고 이동했다. 오후에는 본래 예정돼있던 말도 탐사 대신 갯벌 탐사와 백합 캐기 체험을 했다.

볼음도는 백합이 유명하다. 껍질마다 백가지 무늬가 있어 백합이라고 하며, 조개 중에 으뜸이라는 뜻으로 상합이라고도 한다. 백합을 캐러 갯벌에 들어갈 때 경운기를 타고 이동했다.

갯벌에 가면 막대기가 일렬로 꽂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갯벌 중 그나마 단단해서 경운기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을 표시해놓은 것이다. 갯벌은 고랑이 파인 곳, 상대적으로 평평한 곳, 툭 튀어나온 곳 등, 물이 들어오는 곳을 예측할 수 없다. 갯벌에 물이 차면 경운기 바퀴자국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긴 막대기로 표시해놓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2인 1조로 움직이며 백합을 캤다. 처음에 장화나 슬리퍼를 신었던 사람들도 갯벌 흙이 고와 맨발로 다녔다. 백합이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니라서 다들 하나씩 들고 다녔던 작은 망을 겨우 반 정도 채웠다.

갯벌에서 나와 정돈한 후에는 해변으로 일몰을 보러 갔다. 바다가 아닌 광활한 갯벌 위로 떠 있던 해는 순식간에 갯벌 너머 수평선 아래로 사라졌다.

볼음도 저수지 길에 있는 안내판. 볼음도가 접경지역임을 알 수 있다.

분단의 아픔이 남아있는 접경지역

주문도ㆍ아차도와 달리 볼음도는 북한 접경지역이다.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군인들을 만난다. 접경지역이기 때문에 섬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다. 분단된 지 60여 년이 지났지만, 볼음도에선 분단을 실감한다.

20일 오전, 전날 캔 백합으로 만든 백합죽을 먹고 볼음도 저수지 길을 걸었다. 볼음도 저수지는 만들어진 지 100여 년 정도 됐다. 저수지는 농지 60만 평에 3년간 댈 수 있는 물을 담고 있다.

볼음도 저수지 길을 걷다보면 안내판을 발견할 수 있다. 볼음도는 군사지역이므로 일몰부터 일출까지는 일반인과 선박의 해안 출입을 금지한다는 것과 지뢰나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를 발견하면 신고하라는 내용이다.

저수지 길을 따라 걸으면 커다란 은행나무가 나온다. 이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4호로 마을을 지키는 정자나무 역할을 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이 나무 앞에서 풍어제를 지냈다. 황해남도 연안군에 있는 ‘북한 연안 은행나무’와 부부나무로, 800여 년 전 홍수로 떠내려 온 수나무를 건져 이곳에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북한 연안 은행나무’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165호로 지정돼있으며, 연안군 호남리 호남중학교 뒷마당에 자리하고 있다 한다.

볼음도 은행나무.

통일을 기원하며

은행나무 아래서 쉬다가 저수지 둑길 아래 해변으로 갔다. 해변을 걷다가 지금은 쓰지 않는 선착장 근처에서 이상한 페트병 하나를 발견했다. 페트병 옆에는 작은 책이 붙어있었는데, 남한에서 북한으로 떠내려 보내는 물건이란다. 페트병 안에는 쌀과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쪽지가 들어 있었다. 페트병 옆에 붙어있던 작은 책자는 성경이었다.

페트병을 발견한 선착장에서는 육안으로도 수평선 위 땅을 확인할 수 있다. 희미하게 보이는 땅이 황해남도 연안군이다. 페트병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눈으로도 보이는 저 곳으로 보내려다가 파도에 밀려 다시 섬으로 돌아온 것이다.

분단국가임을 이렇게까지 실감한 적은 없었다. 보이는 저 땅이 북한 연안군인데, 갈 수 없다. 볼음도 주민들도 분단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만 조업하고 있다.

바다 위에서 보이지 않는 선 때문에 갈 수 없는 땅을 바라보고 있으니 분단 현실이 답답하다. 현재 볼음도는 정전협정 때 지정된 분단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남한과 북한 모두 어업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될 때마다 ‘평화수역’이 언급되곤 하는데, 아직까진 별다른 진전이 없다. 볼음도와 연안군 사이 바다에 배가 활발히 다닐 수 있는 그날을 염원한다.

오래된 선착장에서 발견된 페트병 속 물건. 페트병에 쌀과 쪽지가 들어있고, 성경이 병에 부착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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