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화물차주차장 대체부지 마련’ 청원 부결로 시에 힘실어
올댓송도, 민주당 게시판과 시의원들에게 항의 글 보내며 반발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시의회가 화물차주차장 대체부지 마련을 촉구하는 주민 청원을 부결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올댓송도’를 중심으로 한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의회가 화물자동차 주차장 대체부지 마련을 촉구하는 주민 청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인천시의회 방송 갈무리 사진)

올댓송도는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과 인천시당 게시판에 항의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또한 시의회 표결 명단과 휴대전화 번호를 주민들과 공유한 뒤 항의문자 전송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은 항만과 공항, 산업단지 등을 끼고 있어, 인천 경제에서 운수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하지만 화물차 사망사고율 국내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에 인천 물류산업 효율성 제고와 도심 내 불법주차문제 해결, 운수노동자 노동여건 개선 등을 위해 인천시는 해양수산부ㆍ인천항만공사와 인천항 남항과 새 국제여객터미널 배후 송도 9공구(=아암물류 2단지)에 화물차 전용 주차장 건설을 계획했다.

인천항만공사는 2022년까지 아암물류 2단지 내 12만8000㎡에 화물차 600대 안팎 규모의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송도 주민들은 이곳에 화물차주차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송도 주민 4439명은 9월 25일 시에 ‘송도 9공구 아암물류 2단지 화물차주차장 대체부지 마련’을 촉구하는 청원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시의회는 지난 22일 제257회 임시회 본회의에 이 청원 채택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재석 의원 27명 중 14명이 반대해 부결됐다. 화물차주차장 건설이 시급하기에 현재 계획대로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본 의원이 더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의회 표결 당시 강원모(민주, 남동4) 의원은 “송도 주민들이 우려하는 소음ㆍ진동ㆍ매연 등의 피해가 있을 것인지, 또 피해를 막을 대책이 있는지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계획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며 “10년간 준비해온 항만 기반시설이자 지역 숙원사업인 만큼 (원안대로) 추진해야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또, “시가 연구용역을 한다고 하는데, 새롭게 검토한다고 해서 없던 땅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시가 추진하는 화물차주차장 입지 선정 연구용역 계획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반면, 김희철(민주, 연수3) 의원은 “13년 전과 지금의 송도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며, 연구용역으로 물동량을 따져 보면 대체 부지를 마련해야한다”며 강원모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시의회가 주민 청원을 채택한다고 해서 그게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 청원 심사 규칙’에 따라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시장에게 이송되고, 시장은 그 결과를 의회에 보고해야하기에, 정책적 판단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홈페이지에 송도 주민들이 ‘인천시의회의 화물차주차장 대체부지 마련 주민 청원 부결’을 항의하는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화물차주차장 조성,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한편, 인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 산업이 제조업과 운수업이라, 화물차주차장 조성은 필요하다. 특히, 인천은 북항과 내항, 남항, 국제여객터미널 등 국제항과 인천국제공항이라는 물류인프라를 두고 있어 이를 오가는 화물차들이 늘 붐빈다.

그중에서도 항만과 연결하는 도로와 주변 지역은 화물차로 인한 미세먼지와 소음 등 환경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아울러 화물차 불법 주ㆍ박차로 인한 민원도 끊이질 않고 있다.

화물차주차장이 없다 보니 운수노동자들의 노동여건도 열악하다. 차에서 쪽잠을 자는 경우 마땅한 휴게소가 없어, 노상 방뇨나 쓰레기 투기로 이어지고 있다.

쓰레기 투기 책임은 운수노동자들에게 있지만,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운수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문제다. 휴게소 기능을 갖춘 주차장을 조성해야 화물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도심 내 불법 주ㆍ박차로 발생하는 민원을 줄일 수 있다.

아암물류 2단지 면적은 총 170만㎡이고, 이중 12만㎡가 화물차주차장 용도 토지다. 이곳은 인천항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제1경인, 제2경인, 제3경인, 수도권제2순환 고속도로가 연결되는 요충지라 물류단지와 화물차주차장 최적지로 꼽힌다.

이에 시는 2008년 7월 해수부(당시 국토해양부)에 주차장과 주유소ㆍ휴게소ㆍ정비시설 등을 갖춘 화물차자동차 복합휴게소 건립을 위한 토지 제공을 요청한 뒤, 화물차주차장을 도시계획시설로 반영했다. 현재 인천항만공사가 단지 조성 공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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