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두영 인천 최초 전국항운노조총연맹위원장
물동량 감소, 내항재개발, 중고차수출단지 등 현안 산적
“내항 잔여부두 기능 유지하고 중고차 협의체 구성하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70년 역사에 처음으로 최두영 인천항운노조위원장이 연맹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전국항운노조연맹은 국내 항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항운노조의 연합체로 1949년 설립했다. 연맹은 항만 외에도 철도·연안·농수산시장·정기화물·창고 등 국내 물류산업 관련 노동자가 일하는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 현재 단위노조 38개와 지부 310개로 구성돼있으며, 조합원 숫자는 2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 연맹을 이끌 대표가 인천에서 배출됐다. 최두영 위원장은 올해 5월 인천항운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9월에 연맹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인천 출신 인사가 전국연맹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은 연맹 70년 역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인천의 위상도 높아진 셈이다.

최두영 전국항운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그동안 전국항운노조연맹 위원장은 줄곧 부산에서 도맡았다. 이는 부산항운노조 조합원이 연맹 조합원의 3분의 1 수준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잇따른 변화의 요구로 최 위원장은 부산·울산·포항·여수광양 등 타 지역 항운노조로부터 추대를 받았다. 9월 26일 열린 연맹 정기대의원대회에 단독으로 출마한 최 위원장은 득표율 95.2%를 기록해 당선됐다. 임기는 3년이다.

최 위원장은 어깨가 무겁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수출입 물동량 감소에 따른 임금감소와 노동조건 저하, 복수노조로 인한 작업권 축소 등 국내 항운노조가 겪는 총체적인 난국을 타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중요한 시기에 연맹 위원장을 겸하게 된 최 위원장에게 인천항 발전과 관련한 청사진을 물었다.

“항운노조 상용화 합의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

최두영 위원장은 미추홀구 용현동 출신으로 인천고등학교를 졸업 한 뒤 중앙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와 행정학 석사를 마쳤다.

최 위원장이 인천항운노조와 인연을 처음 맺은 건 1990년 12월이다. 1994년까지 주로 하역 현장에서 일했다. 그 뒤 1995년부턴 인천항운노조의 사무업무를 시작했고, 전국항운노조연맹 쟁의국장과 인천항운노조 쟁의부장, 인천항운노조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최 위원장이 1990년 입사할 당시 항만업계는 노조가 노무공급권을 쥐고 있는 클로즈드숍(Closed Shop)이라는 형태로 채용제도를 운영했다. 일하려면 노조에 먼저 들어가야 하역업체에서 일할 수 있었다. 노조원이 되면 물류업체에서 일을 배정 받는 식이다.

최 위원장은 육체적인 노동이 힘들어 보였지만 그만큼 급여가 높아 하역 일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당시 한국은 북방정책으로 중국·러시아와 교역을 시작하고 주택 200만 호 공급정책 등을 펼쳤다. 그로 인해 수출입 물량이 늘면서 항만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던 시절이었고 항만노동자 대우도 남달랐다.

그는 “당시 대졸 초임이 50만 원 안팎이었으나, 인천항에서는 170만 원 수준이었다. 급여를 처리물량 1톤당 성과급으로 지급해 열심히 일하면 두둑했다. 물론 밤낮과 휴일이 따로 없었지만, 젊은 시절에는 높은 급여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입사한 지 4년째인 1995년 최 위원장은 인천항운노조 집행부의 권유로 쟁의부장을 맡아 노조 상근을 시작했다. 그는 노조간부 활동기간 항운노조가 이룬 가장 큰 성과로 2005년부터 논의한 ‘항운노조 상용화 개혁’을 꼽았다.

상용화 합의는 2005년 12월 제정된 ‘항만노무공급체제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에 따른 것으로 2007년 10월 1일부터 적용됐다.

상용화 합의 전 항만노동자는 인천항운노조를 통해 도급제로 하역업체에 배정돼 톤당 수당을 받았다. 그러나 상용화되면서 하역업체의 정식 직원이 된 노동자에게 월급제가 적용되고 있다.

상용화됐다는 것은 이들을 고용한 하역업체(=내항, 북항, 남항, 신항 등에 소재한 인천항 각 부두운영사)가 고용ㆍ정년ㆍ적정임금ㆍ4대 보험 등 근로조건을 보장한다는 얘기다.

상용화 합의가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노조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상용화에 반대한 이들은 노조 권한 축소되고, 노조 울타리를 벗어나 하역업체에 소속되면 고용이 불안해 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찬성 측은 노조의 권한으로 안정적인 일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적으론 성공적인 조치로 평가 받고 있다.

최 위원장은 “노조가 노무공급을 독점하다 보니 전국적으로 항만업계에 채용비리 문제가 상당했다. 또 노동자가 회사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단점도 있었다”며 “기존 제도가 (권한을 지닌) 노조 간부들에게는 좋을 수는 있지만, 결국 전체 조합원들을 위해서 상용화 개혁은 바람직한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최두영 전국항운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인천항 벌크화물 감소 심각... 남북경협은 돌파구

최 위원장은 최근 인천항(주로 내항과 북항) 벌크 물량 감소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물량은 노동자 고용, 임금문제와 직결돼 있어, 물량 감소에 따른 임금저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CJ대한통운이 내항에서 처리하던 원당 물량 일부를 북항에 있는 자사 부두로 옮기겠다고 밝혀 물류협회(=부두운영사 모임) 내 논란이 일었다. CJ대한통운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북항 물량이 몇 년간 지속해서 감소하는 데 있다.

반면, 내항 부두운영사인 인천내항부두운영(주)는 CJ대한통운이 지난해 합의를 지켜야 한다며 반발했다.

지난해 7월 내항 부두운영사(TOC)는 9개는 물동량 감소에 따른 과당경쟁 방지와 손실 축소를 위해 통합법인(=인천내항부두운영 주식회사)을 설립했다. 설립과 더불어 내항 물량 유지를 위해 기존 내항에 하역하던 선박을 다른 부두로 배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즉, CJ대한통운이 물량을 옮긴다면 이 합의를 위반하는 셈이다. 인천항운노조는 원당 하역 작업을 거부했고 CJ대한통운은 결정을 번복해 문제는 일단락됐다.

최 위원장은 “인천항 물량이 감소하는 위기를 함께 돌파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을 비롯해 인천해양수산청까지 들어와 통합법인을 만들었다. CJ대한통운이 어렵다고 해서 먼저 합의를 깬다면 공멸하자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항 벌크 물량은 계속 감소 추세라 대책이 필요하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북항 물동량은 2016년 875만4604t에서 지난해 839만3976t으로 4.1% 감소했다.

인천항만공사 자료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이 운영하는 북항 대한통운부두의 경우 지난해 물량은 66만8119t으로, 2016년(104만1304t) 대비 35.8% 감소했다.

최 위원장은 “인천항 물량 감소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사드보복,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 갈등 등을 주요 요인으로 거론했다. 그는 “한국경제는 수출입 의존도가 높다. 항만은 무역부진에 따른 경기침체에 가장 예민하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남북경협이 인천항 물동량 감소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남북경협과 관련해 인천항뿐 아니라 다른 항만들도 공통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전국항운노조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든 기여하고 싶다. 상급단체에도 계속 역할을 찾자고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고차 수출단지 인천항 물동량 핵심, 대체단지 조성 시급

최 위원장은 또 “인천항 물동량을 지속해서 창출하기 위해 중고차 수출단지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송도유원지 일대에 있는 중고차 수출단지는 국내 중고차 수출 물동량의 80%가 넘는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이는 연간 25만5000여 대로 인천항 전체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송도유원지는 2020년 7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일몰제가 적용돼 중고차 수출단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인천항 인근에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하지 못하면, 수출 산업의 효자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중고차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체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은 남항 인근과 내항 4부두이다.

인천항 내항 선석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중고차들.(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인천항발전협의회 등은 한국지엠 철수로 내항 4부두가 비는 만큼 이곳을 중고차 수출단지로 조성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인천항만공사는 주민 반대 민원과 항만 보안이 어렵다는 이유로 인천남항 석탄 부두와 관공선 부두 사이에 있는 컨테이너 야적장(약 40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 위원장은 “중고차 수출은 공해를 유발하는 혐오시설이 아니다. 선진국 사례를 봐도 중고차 클러스터는 매우 깨끗하고 환경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PDI(=수입차 점검)센터를 평택항에 내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며 “인천시, 중구, 인천해수청, 인천항만공사, 인천항만물류협회, 노조, 시민사회단체, 주민단체가 빨리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항재개발, 잔여부두 기능 유지하면서 진행해야”

최 위원장은 최근 내항재개발과 관련해 독일 함부르크로 답사를 다녀왔다. 그는 우선 “외국은 주로 항만기능을 상실한 상태에서 내항재개발을 추진했다. 반면, 인천항은 유용한 부두로 인정받고 있는데도 내항재개발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항 1·8부두를 개방하고, 재개발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당초 목적대로 친수공간을 조성하되, 2~7부두 등 나머지 잔여부두는 항만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며 “1·8부두 재개발은 잔여부두 항만기능과 충돌해선 안된다”고 부연했다.

내항재개발 예정인 인천항 1·8부두.(인천투데이 자료사진)

함부르크의 항구였던 하펜시티(Hafencity, 항만도시) 도시재생 사업은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함부르크시는 황폐해진 하펜시티를 통째로 매입해 도시재생을 추진했다.

최 위원장은 “답사를 갔을 때, 하펜시티에는 중세시절 건물들이 대부분 보존돼 있었고 현재도 오피스텔·호텔·주택 등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천항으로 치면 1·8부두 세관건물을 보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항만기능이 남아있는 내항 2~7부두는 그대로 두는 게 현실적이다. 대체항만도 없을뿐더러 사이로 등 대규모 장치시설을 다시 조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시민들에게 친수공간으로 개방하기로 했으니 함께 공존할 방안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최 위원장은 내년 새 국제여객터미널 개장에 따른 기존 제1국제여객터미널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제주 카페리와 인천 연안 카페리, 도서 주민들을 위해 연안여객터미널로 활용하는 등 부두기능을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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