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인천의 아름다운 곳을 발굴하는 걸 넘어 만들어보자.” 천영기 미추홀평화복지연대 대표가 진행하는 ‘달빛기행’이 30회를 맞았다. <인천투데이>가 동행취재에 나섰다.

‘달빛기행’은 달빛에 길을 맡기고 인천의 아름다운 곳, 역사가 깃든 곳을 찾아 걷는 모임이다. 천영기 대표가 한 달에 한 번 날짜와 장소를 공지하면,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이 모인다.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모이지 않는다. 날씨가 두 시간 정도 걷는 기행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10월 22일 오후 7시, 소래포구역 2번 출구 앞에 제30회 달빛기행 참여자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번 달빛기행 장소는 소래습지생태공원. 22일 오후 7시 소래포구역 2번 출구 앞에 기행에 참여하고자하는 사람 20여 명이 모였다.

천영기 대표는 출발에 앞서 “사실 30회를 맞을 줄은 몰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녁에 이런 곳을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고 다니고 싶어도 안내인도 없다”라며 “인천의 문화유적이나 답사코스를 만들어보고자 201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째다”라고 말했다.

또, “소래습지생태공원은 밤에 혼자 가기에는 무리인 곳이다. 단체가 아니면 가기 힘든데 많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천 대표는 소래습지생태공원에 들어가기 전에 그곳의 역사를 들려줬다. 그는 “이곳은 원래 천일염전지대로 일제가 소금을 반출해가던 대표적인 곳이다”라며 “수인선도 삼남에서 나온 곡물을 수원에서 모아 인천항으로 반출해가기 위한 수단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소래습지생태공원에는 과거 염전이 일부 남아있다. 또, 천일염을 저장해뒀던 소금창고도 4개 동이 남아있다. 천 대표는 “소금창고 3곳은 무너진 모습 그대로 남겨두고 있고, 한 곳만 복원해뒀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염수습지 ? 기수습지 등 습지와 새를 관찰할 수 있는 탐조대도 있었다.

습지를 찾아오는 새를 관찰할 수 있는 탐조대.

처음에는 손전등을 켜고 길을 나섰다. 도중에 천 대표는 “길도 위험하지 않으니, 달빛기행인 만큼 인공불빛을 모두 끄고 가보자”고 제안했다.

참가자 모두 휴대폰 불빛도 끄고 걸었다. 깜깜했지만 사물의 윤곽이 희미한 빛에 비쳐 보였다. 이번 기행에 참여한 윤신희 시인은 직접 지은 ‘소래습지, 그 눈빛은’이라는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어두운 소래습지생태공원은 멀리 보이는 도심 속 아파트 야경과 유리된 특별한 공간이었다. 소래습지생태공원 일부 구역이 공사 중이어서 모두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도시에 살면서 잊고 있던 달빛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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