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단식투쟁 22일째 이인화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은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한 천막농성과 고공농성 투쟁이 한창이다. 이인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인천지역본부 본부장도 당사자는 아니지만 10월 1일부터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22일째 단식중인 이인화 본부장.

단식 22일째다. 몸 상태는 어떤지, 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 효소와 물, 소금만 먹다보니 12kg 빠졌다. 단식을 시작하면서 정문 우측에 농성장을 새로 만들었다. 잠은 여기서 자고, 건너편 건물 화장실을 이용한다. 공장에서 쓰는 귀마개를 하고 자는데, 벽이 없는 거랑 마찬가지니 시끄러워 밤에도 몇 번 깬다. 힘들지만 괜찮다.

단식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 비정규직 노동자 46명의 복직을 보다 강하게 요구하기 위해서다. 사측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시민들과 언론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목적이다. 사측은 부평2공장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할 때 공장 정상화 시 복직을 약속했다. 그리고 다시 2교대로 전환한 지금, 약속대로 해고자 46명의 복직도 이뤄져야하는데,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인천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인천시민도 한국지엠이 책임(=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복직)질 것을 바라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8100억 원을 지원받았다. 지엠은 대우자동차 매입 당시 3조 원짜리를 5000억 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이기도 했다.

또, 시가로 치면 수조 원이 되는 청라 연구소 주행시험장을 인천시로부터 50년간 무상임차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지엠은 정부와 인천시로부터 온갖 혜택은 다 받으면서도,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책무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인천시의 지원은 곧 인천시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오기에, 시민들도 노조와 함께 한국지엠을 감시해줬으면 한다.

현대자동차는 울산에서 소비되는 자동차의 80%를 차지한단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인천에서 30%도 채 안 된다. 나는 이를 한국지엠이 인천시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지엠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노사관계에서 변해야한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투쟁은 지엠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계속됐다. 2005년까지 복직 투쟁, 2007년 비정규직노조 설립 후 탄압으로 인한 투쟁, 2008년 고공농성 투쟁 등, 투쟁의 역사는 길다. 지난해와 올해 사측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정규직 3000명과 비정규직 1000명, 총 4000명이 한국지엠에서 나갔다. 일상적으로 고용과 노사관계가 불안한 이미지가 짙다.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복직과 고용 보장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검찰과 법원에도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법원이 한국지엠에 벌써 여덟 번째 불법파견 선고를 내렸지만, 한국지엠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11월 8일이면 2심 판결이 나오는데, 사실상 사측이 대법원까지 갈 것을 예상하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사측은 노동자들이 지치고 포기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형적인 시간 끌기다. 이것이 가능한 데에는 법원과 검찰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있다.

앞으로 투쟁 계획은?

=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부평2공장 인원을 확정하는데, 그때까지 우리 주장을 관철하는 것이 일단의 목표다.

싸우지 않으면, 더 나은 미래는 없다. 이번 김천 톨게이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분들은 사람들이 ‘힘내세요’ 하면 ‘이길게요’가 아니라, ‘이겨드릴게요’라고 말한다. 사실상 정년이 얼마 안 남은 분들이 계속 투쟁한다는 것은, 나 혼자 잘 살겠다는 욕심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도 그렇다. 사측으로부터 수치스럽고 모멸감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럴 때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싶기에 싸우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투쟁해나갈 생각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 ‘공장으로 돌아가자’라고 쓰여 있는 리본이 철탑에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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