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칼럼] 내 삶을 둘러싼 사회복지정책
[사회복지칼럼] 내 삶을 둘러싼 사회복지정책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10.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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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사무처장
신진영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천투데이] 우리는 모두 사회복지정책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결혼 후 10년 만에 낳은 아이가 며칠 전 10세 생일을 맞았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로 아이를 키워왔다. 임신과 출산과정에 ‘아이행복카드’로 지급되는 바우처를 지원받았고 가족보건의원에서 출산해 출산비용도 거의 들지 않았다. 비용이 많이 들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하는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고 공공산후도우미제도를 이용했는데, 소득수준이 낮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던 중 시작된 보육료 지원은 가계살림에 많은 도움이 됐다. 지금은 학교를 다니며 무상급식과 지역아동센터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밖에 두루누리사회보험 지원, 근로장려금, 전세자금대출 등 다양한 사회복지정책 지원 속에 가계를 꾸려냈고,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우리 가족의 미래가 밝은가, 생각해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구라도 입원이 필요한 질병이 생긴다면 간병은 누가 할 것이며 병원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2년마다 전세 값을 올려줘야 하거나 쫓겨나야하는 상황이 싫어 대출 받아 집을 샀는데, 대출 이자를 앞으로도 꼬박꼬박 낼 수 있을지, 부동산 거품이 빠지며 깡통집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몇 년 후 아이가 대학에 간다고 했을 때 남들 하는 만큼 교육비를 댈 수 있을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삶을 보면 마음이 답답하다.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남편은 환갑을 넘고 나도 환갑 즈음인데, 노후를 대비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처럼 사회복지정책은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영향력을 미친다. 그렇다 보니 각종 선거에서 사회복지정책은 핵심 공약이 되고 ‘맞춤형 복지’, ‘생애주기별 복지’와 같은 수사가 매번 동원된다. 정부 예산의 35%가 보건복지 영역에서 지출되고 있고, 각종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형식적으로는 완비돼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사회복지정책이 부족하다고 하고 미래를 불안해한다. 정책실현을 위해 세금을 더 내야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취약계층은 엄격한 수급자 자격과 낮은 급여 수준에 불만이 많다.

사회복지정책은 사회구성원의 가치와 선택에 따라 그 대상과 급여의 범위, 형태와 수준 등이 결정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은 철저하게 정부 주도로 하향식으로 집행됐다. 또한 1997년 외환위기까지는 낙수효과라 불리는 성장과 일자리를 통한 분배가 서구 복지국가의 사회복지정책과 같은 기능을 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공공복지를 확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과 빈곤은 줄어들지 않고, 복지체감도도 오히려 낮아지는 듯하다.

이는 사회ㆍ경제적 변화에 맞게 사회복지정책을 제도화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사회복지정책은 자본주의 노동시장 형성과 발전 과정 내내 주요 기능을 했다. 따라서 노동능력을 중심으로 사회복지정책 대상자도 선정했다. 현재 노동시장은 기술변화와 유연화 등으로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내 삶에 제공된 수많은 사회복지정책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노동시장 조건으로 발생하는 불안을 해소할 수 없게 됐다.

사회복지정책은 불안정한 일자리, 갈수록 커져가는 빈부격차, 고령화 사회, 취약한 사회안전망 등과 같이 기존 요구와 더불어 노동ㆍ정치ㆍ금융ㆍ조세 등 사회시스템 개혁을 포함한 고민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사회복지정책은 여전히 변화와 동떨어져 있고 위로부터 기획되고 있다.

사회복지정책은 내년 총선에도 핵심 공약으로 논의될 것이다. 사회복지정책이 사회ㆍ경제적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채 이해관계자나 정치가, 관료, 전문가들이 추구하는 바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 과정으로 정해지게 지금부터 함께 고민하자. 시민들이 만드는 사회복지정책을 상상한다. 삶에서 나오는, 틀에 박히지 않은 상상력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사회복지정책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