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약 부작용 이해 1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뇌전증 진단을 받고난 뒤 항경련제 복용 여부는 손익을 따져 결정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뇌 손상 위험이 있거나 부상 위험이 현격하다면 항경련제를 복용해야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손실의 내용은 ‘항경련제 부작용’이다.

의사들은 부작용 중 항경련제가 가지는 간독성에 더욱 신경 써서 말한다. 의사들이 부작용이 적은 약이라고 추천한다면 대부분 ‘간독성이 적은 항경련제’라는 뜻이다. 의사들이 신경 쓸 만큼 항경련제 대부분은 간에서 대사돼 간독성이 있는 약물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간에 부담이 적은 항경련제를 선호하고 있다.

의사들이 간독성을 걱정하며 항경련제를 처방하고 혈액검사를 할 때, 부모들은 인지 저하 부작용을 걱정한다. 항경련제를 복용하면서 아이 머리가 나빠지지는 않을지, 아이가 공부를 못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한다. 하지만 의사들은 인지 저하, 학습능력 저하 부작용 우려를 쉽게 무시하곤 한다.

그러나 항경련제의 여러 부작용 중 인지 저하, 심리장애는 상당한 수준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를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것. 간독성이야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확인해보면 되지만, 인지 저하나 심리장애 부작용은 정확하게 측정할 방법이 없다. 환자 자신이 스스로 부작용을 자각해 이야기하거나 부모가 아이를 관찰해 부작용을 알아내는 방법 외에는 없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환자 중 대부분은 소아다. 아동의 경우 자신의 인지상태나 심리상태의 부정적 변화를 알아채기 힘들다. 인지 저하는 학습능력 저하. 기억력 감퇴, 종합적인 사고력 저하 등을 만드는데, 이를 아이 스스로 알아채기는 불가능하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경우 항경련제를 복용하니 암기도 잘 되지 않고 시험 때 공부한 것이 기억이 안 나 성적이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경우는 많이 경험했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자신의 학업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호소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다.

인지 저하, 학습능력 저하 부작용은 매우 서서히 진행되기에 부모도 알아채기 힘들다. 마치 가마솥 속에 개구리마냥 서서히 물이 끓어도 못 알아채고 변을 당하듯, 아이들에게 부작용은 알아차리기 힘들게 서서히 진행된다. 부모들이 자기 아이는 부작용이 없다고 안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부분 나태한 관찰 결과다. 항경련제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인지 저하나 학습장애 부작용은 동반된다.

5~6년간 항경련제 두 종 이상에 노출된 아동을 진찰해보면, 대부분 인지 저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 머리가 원래 나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뇌전증으로 인지가 나빠진다고 잘못 생각하기도 한다. 항경련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치료로 항경련제를 중지하면 인지 반응이 상승해 총기 있는 모습으로 회복한다. 이 과정을 겪고서야 비로소 부모들은 항경련제로 인해 인지 저하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곤 한다.

간혹 아이의 상태를 이해하고자 아이가 먹는 항경련제를 같이 복용해본 부모를 본다. 먹어보니 지독한 약이라 느껴져 아이에게 먹이기 꺼린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성인도 부작용을 신경 써가며 먹어봐야 문제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이가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부작용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알 수 없고 표현할 수 없는 상태가 대부분이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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