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본 마을만들기, 체계적인 지원센터 역할 중요
[기획] 일본 마을만들기, 체계적인 지원센터 역할 중요
  • 장호영 기자
  • 승인 2019.10.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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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인천 마을공동체 만들기 활성화 방안
5. 일본 도쿄도 네리마구와 오메시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마을공동체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에선 2013년 5월에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가 제정됐으며, 같은 해 12월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중간지원기관인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센터’도 설립됐다. 인천시뿐 아니라 10개 구ㆍ군 대다수도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마을공동체 운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4곳은 중간지원기관도 운영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은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인 인천의 주민들이 오랫동안 마을에 정주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주거환경과 역사ㆍ문화 등 마을의 고유성을 살려 공동체를 지속하게 하고 사람 중심의 마을이 되게 돕는다.

마을이 살아야 도시도 활기를 뛴다. <인천투데이>는 마을공동체에 시민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연중기획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로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소개하고 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천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현황과 국내 다른 지역과 외국 사례를 살펴보고 인천의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일본의 ‘마을만들기’는 1946년 공포된 일본 헌법에지방자치와 관련한 내용이 담기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1968년 도시계획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자치에 맞는 주민 참가형 마을만들기가 본격화됐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지방자치단체가 발의해 주민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마을만들기가 변화했다가, 1980년대에 주민들이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마을만들기가 활성화됐다. 1992년부터는 주민이 직접 지자체의 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주민 참여가 이뤄졌다.

1995년 한신 대지진 후 민간비영리단체(NPO) 관련법이 생기면서 지자체와 주민이 함께 마을만들기를 진행하는 것이 활성화됐다. 현재는 지자체 담당자들이 주민의 의견을 적극 들으면서 마을만들기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일본 도쿄도 네리마구 마을만들기센터의 지원을 받는 재난방지훈련 주민모임 활동 모습.(제공·네리마구 마을만들기센터)
일본 도쿄도 네리마구 마을만들기센터의 지원을 받는 재난방지훈련 주민모임 활동 모습.(제공·네리마구 마을만들기센터)

 3명 이상 주민모임의 마을만들기 사업 지원하는 네리마구

도쿄도 중심부를 둘러싼 구 23개 중에 북서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네리마구는 1947년 8월에 마지막으로 설치됐다. 1947년까지는 농경지가 대부분이었는데 주택이 점점 늘어나 시가지화 됐다. 지금은 농경지가 많이 줄어든 상태지만, 214만8760㎡ 규모로 23개 구 중에선 가장 넓다. 큰 회사나 공장이 없고 대부분 주택이다.

네리마구는 2001년 도시계획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2003년 9월 마을만들기 조례 제정을 검토했는데, 이때부터 주민 참여가 시작됐다. 이 조례로 마을만들기 규칙을 주민들이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는데, 주민들이 규칙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만들기 어려우니 누군가의 지원 필요성이 대두됐다.

전문가 의견과 주민들 학습모임을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2005년 지원기관 건립을 검토, 2006년 4월에 ‘네리마구 마을만들기센터’를 건립했다.

건립 과정에서 논의한 센터의 역할은 ▲마을만들기상담 ▲정보와 학습기회 제공 ▲주민이 주체가 된 마을만들기 활동 지원 ▲마을만들기 조사 연구 ▲마을만들기에 관한 정보와 활동 플랫폼 구축 ▲네리마구 사업자 NPO 등이 실시하는 사업 지원과 협동 ▲녹지 조성에 관한 노력 등 일곱 가지다.

네리마구 마을만들기센터는 네리마구가 출자한 공익재단법인 네리마구환경마을만들기공사에 속한 조직 6개 중 하나다.

네리마구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실 모습.
네리마구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실 모습.

 마을만들기센터는 마을만들기 활동 지원 사업, 경관자원 등록 사업, 녹지 보호 사업, 홍보지 발간 사업, 마을만들기 강좌 사업 등을 주로 한다. 마을만들기 활동지원 사업은 주민 3명 이상이 모여 활동을 신청하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 지자체들이 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과 비슷하다. 연간 350만 엔을 지원하는데, 단체 10~14개에 나눠 지원한다. 첫 해에는 5만 엔을, 2년차부터는 30만 엔씩 3년간 지원한다. 이 예산은 자전거 주차장 수익금에서 나온다.

신청하는 주민모임을 모두 지원하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공개된 장소에서 주민 여러 명이 참관할 수 있게 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심사를 통과해야 지원한다. 지원사업은 4월 공모, 5월 심사, 10월 중간평가, 이듬해 3월 최종 보고로 순환한다.

주민들이 신청해 지원받는 사업에는 ▲자신의 집을 개방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교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사업 ▲독거노인들을 위한 영화 상영회 ▲마을과제와 해결책 관련 연극을 만들고 공연하는 것 ▲마을 예술가들이 자기 작품을 마을에 전시하면서 축제를 여는 것 ▲재난방지 훈련을 마을 차원에서 함께 하는 것 등이 있다.

경관 자원 등록 사업은 경관이 좋거나 산책하기 좋은 곳 등을 주민이 신청하면 등록해주는 것이다. 경관이 좋은 곳들이 모이면 경관협정지구를 지정해 지원하기도 한다. 선정한 곳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지도로 제작하거나 현판도 제작해준다.

공원이나 농지 등 개인 소유의 녹지를 보전하자는 취지로 녹지 보호 사업도 벌인다. 주민들이 직접 녹지를 가꾸고 보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다나카 가즈히로 마을만들기센터 차장은 “지금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마을 환경을 개선해야한다고 생각을 많이 한다”며 “그것을 행정(지자체)과 연결해 지원을 잘하게 만드는 역할을 센터가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잘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인 마을의 모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에 의한 민간단체 ‘네리마구 사회복지협의회’도 마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주민 스스로 개선해 나갈 수 있게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 일부가 ‘지역복지협동추진원’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역할을 한다.

‘네리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들이 느낀 마을 문제를 자주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이웃 주민들과 협동해 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돼있는데, 올해 9월 현재 621명이 함께하고 있다.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배지 하나만 달고 활동한다.

네리마구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을 4개로 나눠 ‘네리즈’들과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한다. 마을 상점가 청소를 어떻게 할지, 방범순찰을 어떻게 돌지 등을 논의한다.

즈바키 야스히로 협의회 총무계장은 “마을 주민 한 사람의 불행도 외면하지 않는다는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그런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메시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장터 모습.(제공·오메시 중심시가지활성화협의회)
오메시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장터 모습.(제공·오메시 중심시가지활성화협의회)

 청년창업자와 빈 상점 연결해 마을 살리는 오메시

도쿄 중심부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가면 도쿄도 서쪽 거의 끝에 오메시라는 지역이 나온다. 1951년 4월, 정 세 개와 촌을 합쳐 설립했다. 에도시대에는 목재와 직물이 발달해 상당한 번화가였는데, 1960년대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지금 인구가 13만4000명 정도인데, 계속 줄어들고 있다. 도쿄도에서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다. 하지만 일본 지방도시를 기준으로 하면 20~30대가 아직은 많은 편에 속한다.

지금 오메시에선 가장 번화가였던 오메역부터 히가시오메역까지를 다시 활성화하려는 ‘중심 시가지 활성화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 중심 역할을 ‘오메시 중심시가지활성화협의회’가 한다. 협의회에는 오메시와 오메시상공회의소, 주식회사 마을만들기 ‘오메’, 교통사업자, 금융기관, 자영업자, NPO, 주민모임 등 기관이나 단체 27곳에서 30명가량이 참여한다. 주식회사 마을만들기 ‘오메’는 중심 시가지 활성화 사업을 위해 만들었다.

일본에서 활성화협의회는 일종의 마을활동지원센터다. 어떤 마을이 활성화협의회를 꾸리고 마을재생 기본계획을 제출하면 현장방문 등 실사 과정을 거쳐 중앙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인가되면 정부보조금을 일정 기간 지원받으며 사업을 할 수 있다. 오메시 활성화협의회는 2013년 만들었으며, 인가 후 현재 1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어떤 사업을 할지는 협의회에 참여한 주민들이 상의해 선정했다.

전문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오메시 예술시장.(제공·오메시 중심시가지활성화협의회)
전문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오메시 예술시장.(제공·오메시 중심시가지활성화협의회)

활성화협의회가 하는 사업들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오메역 앞 재개발이다. 아파트 사업자에게 권유해 1층은 상업시설인 주상복합건물을 건설하려고 계획 중이다. 또한 역 인근 강변을 개발해 레저와 바비큐 시설을 지으려하고 있다. 오래된 직물공장을 문화재로 지정하거나 영화관으로 재건축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중심 시가지 빈 상점을 청년창업자에게 공급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약 7년 전부터 문 닫는 상점이 많아졌다. 빈 상점 리스트를 작성하고 상점 주인과 면담해 창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6년간 빈 상점 30곳을 연결해줬는데, 시너지효과로 상점 85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임차료 지원은 없지만, 1년에 두 곳 리모델링 비용의 절반을 지원한다.

청년상점이 생긴후, 마을에 대형마트가 없어 다양한 물건을 구매하기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해 오메역 인근 주차장에서 한 달에 한 번 장터를 열고 있다. 매달 다른 테마의 장을 여는데, 9월에는 독일 맥주축제와 같은 ‘옥토버 페스티벌’을 열었다. 전문 예술인들이 주로 참여하는 예술시장도 1년에 한 번 열린다.

쿠니히로 준코 활성화협의회 타운매니저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주민 스스로 장기적 과제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메시에는 주민들의 그런 노력으로 청년이 점점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