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ㆍ인천시교육청 공동기획|
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15> 인천신흥중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삶의 힘을 키우는 교육

신흥중학교는 인천에 행복배움학교가 자리 잡기 전인 2011년부터 학교 혁신을 시작했다. 당시 새로 부임한 김태용 교장은 경기도에서 시작한 혁신학교를 본떠 신흥중에 적용하려했다.

우선 교사들의 업무수행 방식을 개선했다. 교사들이 행정업무를 보느라 학생들에게 소홀해지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교사들의 업무를 행정 중심에서 담임 중심으로 바꿨다. 행정교사를 따로 둬 담임교사가 행정업무를 보지 않고 학생 수업과 생활지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학생 생활지도를 상벌제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바꿨다. 교사들은 처벌이 아니라 갈등을 대화로 평화롭게 풀어가는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신흥중은 동암중ㆍ선학중ㆍ석남중과 함께 2015년에 첫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됐다.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된 후 신흥중은 교육철학을 ‘더불어 함께! 삶의 힘을 키우는 행복한 교육공동체’로 설정했다. 여기서 ‘삶의 힘’이란 기존 지식 전달 중심으로 진행한 교육을 지양하고, 역경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는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공동체성 회복을 도모한다.

이는 인천시교육청의 교육 비전인 ‘삶의 힘이 자라는 우리 인천교육’과도 궤를 같이한다. 정철모 신흥중 전 교장은 지난해 도성훈 교육감 인수위원회 혁신교육미래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이때 신흥중의 교육 비전을 시교육청 교육 비전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신흥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주제통합 수업으로 연극을 진행했다.(사진제공ㆍ신흥중학교)

지역과 연계한 주제통합 수업

신흥중의 교육 혁신은 지역과 연계한 주제통합 수업으로 대표된다. 시교육청과 중구는 2017년에 중구를 교육혁신지구로 지정해 신흥중을 비롯한 학교 23개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했다. 신흥중은 그 일환으로 학년별로 주제를 나눠 마을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올해 1학년 학생들은 일상생활과 인터넷 등에서 나타나는 언어 사용의 문제점을 공부하고 연극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사회시간에 생활 속 사용 언어를 분석하고 유튜브 콘텐츠를 비평했다. 과학시간에는 폭력적 언어가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으며, 국어시간에는 연극 대본을 창작하고 미술시간에는 연극 소품을 만들었다.

아울러 중구 신포동에 있는 다락소극장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극단 ‘떼아뜨르 다락’을 마을강사로 초청해 연극을 공부했다. 1학년 학생들은 이렇게 한 학기 동안 준비해 7월에 ‘말로도 때리지 마세요!’라는 주제로 연극제를 개최, 작품 총 8개를 발표했다.

신흥중 2학년 학생들은 마라톤을 주제통합 수업으로 진행한다.(사진제공ㆍ신흥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마라톤을 주제통합 수업으로 진행한다. 완주를 목표로 서로 페이스메이커가 돼주며 함께하는 모습이 공동체를 중시하는 신흥중의 교육 철학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학생들은 체육시간에 마라톤을 연습하고 역사시간에는 마라톤의 기원부터 공부한다. 도덕시간에는 체육활동과 학교폭력 예방의 관계를 분석하고, 음악시간에는 마라톤을 하며 들을 노래를 선정한다.

마라톤을 활용한 주제통합 수업은 올해로 4회째다. 초기에는 인천대공원에서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는데, 지난해 교육혁신지구 지정 이후부터는 마을 연계를 위해 월미공원에서 진행한다. 올해 5월에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말썽을 피우던 학생들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모습에 몇몇 교사는 뭉클해하기도 했단다.

지난해 신흥중 3학년 학생들은 주제통합 수업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가했다.(사진제공ㆍ신흥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주제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다. 매해 겨울에 진행한다. 학생들은 2학기 동안 주제통합 수업으로 공부한 뒤 수요시위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밖에 마을연계 교육과정으로 학생회 주관 바자회도 진행한다. 학생들에게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건네받아 분류해 판매한다. 올해는 7월에 학교 후문 구름다리에서 진행했는데, 학부모들이 도와줘 행사가 더욱 풍성해졌다.

신흥중의 교육 혁신 역량은 교사들의 수업연구모임인 ‘전문적학습공동체’에서 나온다. 교사들은 한 달에 두 번씩 이 모임을 진행하는데, 기본적으로 ‘공동 수업 디자인’이 있다. 교사들은 수업을 연구하기 위해 서로 다른 과목 수업을 참관하고 피드백을 나눈다. 짜임새 있는 주제통합 수업을 위해 같은 과목 교사끼리 묶이는 게 아니라 학년별로 진행한다.

이밖에 ‘스마트러닝’팀은 디지털 기기를 수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수업’팀은 주제통합 수업 외에 알차고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을 교육과정에 어떻게 융합할지 고민한다.

수업 방식이 변하자 평가 방식도 달라졌다. 수업에서 프로젝트와 연계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만큼, 대부분 수행평가 중심이라 시험을 보지 않는 과목이 많다. 음악ㆍ미술ㆍ체육ㆍ기술가정 과목은 100% 수행평가로 한다. 국어ㆍ영어ㆍ수학ㆍ과학ㆍ사회 과목도 수행평가 비율이 50%를 넘는다. 1회 고사(중간고사) 때는 영어ㆍ수학ㆍ과학 과목만 시험을 치러 학생들 부담이 비교적 적다.

교사들의 전문적학습공동체 진행 모습.(사진제공ㆍ신흥중학교)

학생뿐 아니라 교사 자율성도 크게 보장

이상기 교육연구부장 교사는 교사의 신념이나 교육 철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점을 행복배움학교의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예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교장ㆍ교감의 권위가 강해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이곳에서는 열의만 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위한 교육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간 혁신 동아리’는 한 사례다. 이 동아리는 올해 3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공간 혁신 정책’에 따라 학생들이 직접 학교 공간을 재구성해보기 위해 만들었다. 기존 공급자 중심의 획일화된 공간을 학교 구성원이 창의력을 발휘해 새롭게 조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교학생회장인 임지후(3학년) 학생은 학교생활이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다른 학교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가 벌점제를 운영하며 학생들을 통제하려하지만 우리는 그런 게 없다. 잘못한 학생이 있다면 선생님께서 먼저 ‘회복적 대화’로 이끌어주신다”라고 설명했다.

임 학생은 또, “신흥중이 행복배움학교인 줄 모르고 입학했는데 예상과 다른 학교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교실에서 디귿(ㄷ)자로 앉아 수업을 진행하기에 의견교환이 활발하고 소통하는 분위기가 신선했다”며 “부모님도 행복배움학교에 진학한 것에 만족하신다”고 말했다.

학생회와 학부모가 함께 진행한 바자회.(사진제공ㆍ신흥중학교)

학생끼리 갈등 해결해주는 ‘또래 조정’

신흥중에는 ‘또래 조정’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친구들끼리 가볍게 다투거나 갈등이 생기면 서로 대화로 해결할 수 있게 같은 학년의 또래조정자가 나선다. 학교폭력이 발생하기 전에 학생들이 서로 대화ㆍ토론 등의 절차로 문제를 해결해 건전한 또래문화를 조성하는 효과가 있다.

또래조정자 활동기간은 한 학기다. 학교는 학기 초마다 또래조정자가 되길 희망하는 학생 25명을 뽑아 교육한다. 또래조정자는 맡은 요일별로 활동한다. 갈등 상황에 처한 학생은 누구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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