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대응 미흡···공무원 비위행위
노후 상수도관 관리에 투자 필요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15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천시 국정감사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5월 30일 서구 검암ㆍ백석ㆍ당하동 지역에서 시작해 중구 영종 지역까지 100여 일간 지속됐다. 이를 두고 국회의원들은 “인천시의 행정력이 미흡해 발생한 인재”라고 규정했다.

2019년 인천시 국정감사.

무소속 정인화(전남 광양ㆍ곡성ㆍ구례) 의원은 “인천 수돗물 사태는 100% 인재”라며 “공촌정수장에서 공급해야 할 물을 수산정수장에서 공급했고, 그 과정에서 수압을 급하게 올려 물이 역류했다. 정수관로에서 역류시킬 때 수압을 서서히 올려야하는데 10여 시간 걸릴 일을 10분 만에 했다. 이는 정부 합동 조사에서도 지적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초동대응에 대해 “분기점에서 밸브를 개방하면서 수돗물 탁도를 측정하는데, 기준치 이상이었음에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사실 수돗물 사태는 이때 파악해야했을 문제였는데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30분 안에 탁도가 세배나 증가했고, 이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수돗물 사태 원인으로 시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들의 비위 의혹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수계 전환 시 공무원이 임의로 탁도 측정기계를 중지시킨 문제가 있었다”며 “이때라도 제대로 측정했더라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평소 노후 상수도관 관리도 미흡했던 것이 이번 수돗물 사태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경기성남분당갑) 의원은 “대도시에서 수계 전환 매뉴얼이 없는 곳이 딱 두 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인천”이라며 “노후 상수도관을 관리하는 데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서울강서을) 의원은 “지난 7월 수돗물 사태로 주민들이 고통 받는 와중에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들은 근무시간에도 술을 마셨는데, 징계했느냐”고 물었다.

박남춘 시장이 “당시 업무를 봤던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 등의 직위를 해제하고 고소ㆍ고발조치했다”고 답변하자, 김 의원은 “이는 법적으로 수사해 불기소 처분 받으면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뜻이다”라며 “인천시가 자체적으로 징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광주광산을) 의원은 “인천시 행정은 70년대 수준”이라고 한 뒤 “6월 13일 정부합동조사단의 탁도계 조사 결과 고장이라고 발표했고, 환경부 조사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실은 고장이 아니라 조작이었는데, 이를 은폐ㆍ거짓 보고해서 모두 고장이라고 발표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권 의원은 “이는 인천시 행정문화 전반을 되짚어봐야 하는 문제다”라며 “현재 경찰 조사 중인 탁도계 조작 사건 말고도 과거에 유사한 경우가 있었는지 시장이 특별감사를 시행해야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직급 상향 조치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오갔다. 정인화 의원은 “수돗물 사태 피해가 큰데도 불구하고 본부장 직급을 상향 조정하는 것은 주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김민기(경기용인을) 의원은 “상수도사업본부가 인력도 부족하고 기피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남춘 시장은 “상수도 혁신위원회에서 직급을 높이자고 한 것은 사기 진작 차원에서 제안한 것으로 생각한다. 공식적으로 논의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박 시장은 끝으로 “지적해주신 부분을 받아들여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며 “현재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