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인천투데이] 하루가 다르게 깊어가는 가을이다. 더위가 물러서고 추위가 오기 전 가을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다. 게다가 짧은 가을볕에 기댄 온갖 문화행사가 봇물이라도 터지듯 열려 어디를 디뎌야할지 갈피 잡기 어려울 정도다.

갖가지 이름을 붙인 축제도 손으로 꼽기 힘들만큼 곳곳에서 벌어진다. 이즈음은 밤이든 낮이든 야외활동에 큰 무리가 없어 굳이 시간에 얽매일 까닭도 없으니 지자체마다, 기관마다, 마을마다 축제마당을 여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딱히 축제와 관계하지 않은 공연들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니 공연계가 제철을 맞은 듯하다.

야외행사는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데, 행사기간에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경우에는 행사를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일까지 종종생긴다. 또한 갑작스런 전염병이나 대형 사고 때문에 축제나 행사가 취소되기도 한다. 올 가을에는 태풍으로 취소되기도 했고, 갑작스럽게 확산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취소한 축제도 여럿이다.

인천에서 열 예정이던 크고 작은 행사가 잇따라 취소됐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부평풍물대축제도 그중 하나다. 부평풍물대축제는 23년을 이어오는 동안 태풍과 마주하기도 했고, 때아닌 가을비로 아슬아슬한 곡절을 겪은 적은 있지만 아예 취소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전염병이 재난 수준으로 번질 우려가 나오는 데다 강화도 돼지축사들을 휩쓸어 강화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상황이어서 축제 취소는 불가피했다. 축제위원회를 비롯해 몇 달에 걸쳐 축제를 준비해온 많은 사람과 축제가 열리기를 고대해온 시민들의 실망이 상당했지만, 안타깝게도 사람과 물자 교류가 빈번한 대형 축제를 취소하고 말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축제를 즐기려고 기다리던 이들의 실망도 작지 않겠지만 축제의 여러 행사에 참여하기로 하고 길게는 몇 달을 준비해온 사람들에게는 타격이 크다. 공연 등을 준비해온 예술가와 예술단체를 비롯해 장비업체 등 공연과 관련한 이들에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지 큰 걱정이다.

축제를 취소한 여러 지자체나 기관에서 보상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고 있지만 정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다른 곳은 어떻게 하는지 눈치를 살피기도 한다. 앞서나갈 수도 뒤쳐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가하는 이들의 역할에 따라 사전작업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으니 일견 이해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축제를 위해 준비해온 수고로움이 재난이라는 이유로 그냥 매몰돼서는 곤란하다. 사전에 구매한 물건이나 작곡이나 영상 등 제작을 완료한 창작품 비용은 당연히 지불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무대 실연의 경우에도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 적정한 보상이 이뤄져야한다.

날씨든 전염병이든 대형 사고든, 예측하기 어려운 일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축제나 행사 취소도 흔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취소로 인한 보상 관련 정교한 표준안을 마련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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