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청소년기 들어서 ADHD 증상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보호자를 간혹 만날 때가 있다. 초등학교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중학교 이후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더니 문제행동도 많아지고 학교 성적이 떨어지며 산만해지는 ADHD 증상을 보인단다.

청소년기 ADHD를 치료할 때 가장 먼저 살펴봐야하는 것은 진짜 ADHD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12세 이전부터 ADHD 증상이 있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12세 이전에 증상이 약했다고 해도, ADHD 경향을 보이다가 청소년기에 심해진다면 ADHD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2세까지 그런 경향조차 없었다면 이는 가짜 ADHD로 분류해야 한다.

‘DSM-5’에서는 12세 이전에 ADHD 증상이 있었던 경우에 한해 ADHD 증상을 인정하고 있다. ‘DSM-4’에서는 만 7세 이전에 증상이 있었던 경우에 한해 ADHD 진단을 했는데, 12세까지로 연령을 상향조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불필요한 조치로 ADHD 진단을 남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비판하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어찌 됐든 12세를 진단기준으로 삼은 것은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조치다. 12세를 기준으로 한 이유 중,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뇌 성장발달 과정상 12세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뇌가 성장 발달해 성인의 뇌 상태에 근접하는 연령이 대략 12세다. 그러므로 12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다면 ADHD의 고유한 증상인 뇌 성장 지연 증상의 일종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뇌 성장이 이미 완성된 12세 이후에 생긴다면 뇌 성장 지연 현상이 원인인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것으로 오인되는 ADHD는 12세 이전에는 ADHD 증상이 있었지만 매우 경미해 문제가 안 된 것이다. 초등학교 때는 과제가 많고 복잡해도 부모 도움을 받아 수행하면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중학교 들어와서 수업 내용이 복잡해지고 교우관계가 복잡해짐에 따라 감당해야할 사회활동이 고도화되면서 부모 도움으로 버티기가 힘들어지며, 문제행동이 격발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청소년기 발생하는 진짜 ADHD인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던 아이가 중학교 들어가서 ADHD 증상을 보인다면 이것은 진짜 ADHD가 아니라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원인은 대체로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우울장애다. 아동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우울 증상이 심해지면 우울 증상을 덮기 위해 과잉행동이나 폭력적 양상을 보이며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늘게 된다. 이로 인해 외견상 ADHD 경향이 있는 것으로 오인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에 급작스레 과잉행동과 산만함이 심해진다면 우울장애가 결합돼있는지도 자세히 살펴봐야한다.

두 번째는 음식물에 대한 브레인-알레르기가 심해지는 경우다. 밀가루의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이나 우유의 단백질인 카제인, 식품첨가물과 설탕류의 당분을 포함한 음식물은 장 손상과 뇌 손상도 유발한다고 한다. 이때 보이는 현상을 브레인-알레르기라고 하며, 외견상 ‘브레인 포그’라고 하여 집중력을 유지 못하는 흐리멍덩한 상태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런 상태에서 쉽게 ADHD로 오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미국 기능의학에서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런 경우는 문제를 유발하는 음식물을 찾아 제거하고 손상된 장 기능을 회복하면 대단히 빠르게 집중력이 개선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12세 이후에 발생한 가짜 ADHD 증상은 원인을 찾아 치료한다면 무리 없이 치료된다. 청소년기에 ADHD 증상이 심해진다면, 그 원인을 정확하게 찾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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