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미혜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 대표
“남북 평화 민간 노력 계속하고, 청년들 참여해야”
‘엄마의 마음’으로 시작한 빵공장 사업 재개 희망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비무장지대 평화순례 행사인 ‘열려라! 금강산길’이 8월 17일 강화군 교동도 망향대에서 시작해 10월 5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막을 내렸다. 참가자들은 특별 행사로 10월 19일부터 20일까지 1박2일간 인천 연평도 기행을 떠난다.

여름에 시작했는데 벌써 가을로 접어들었다.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결과를 낳으면 좋겠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이번 평화순례길이 어떠한 성과를 낼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남북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민간의 지속적인 노력이 국제 정세와 맞물려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는 믿음이 이번 평화순례길에 참가한 이들에게는 있지 않았을까.

이번 행사를 공동주최한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의 이미혜 대표를 부평아트센터 카페에서 만났다. 남북 민간 교류와 한반도 정세, 그리고 인천이 할 일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미혜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 대표.

“평화순례길 ‘열려라! 금강산길’ 지속했으면”

이미혜 대표는 평화순례길을 앞으로도 지속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처음 시작한 것이라 치밀하지 않고 듬성듬성한 면도 있었지만 의미 있었다고 평가했다.

“일정이 좀 빡빡했다. 두 달 사이에 주말마다 버스 빌려서 사람들 태우고 새벽부터 멀리 강원도도 가는 등,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바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연이어 대북 민간 교류와 경제협력 사업을 중단하는 바람에 답답하던 차였는데, 그래도 민간 차원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해 실행으로 옮겼기에 의미가 있다.”

이 대표는 이 사업을 내년에도 지속하고자한다면 청년들도 나서서 좀 더 체계적으로 조직해 일을 분담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했다.

“기획 초기부터 청년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일이지만 좀 아쉽다. 인천지역 청년단체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이번에 공동주최한 단체들이 행사 비용 대부분을 분담했는데, 앞으로는 참가 단체가 좀 더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 평화순례길 일정에 일부만 참여했지만, 참가자들을 위해 도시락을 직접 만드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이번 평화순례길 참가자 중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도 많았다. 그들이 부모와 함께해 의미를 더했고, 앞으로는 청년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 계속 발전하는 사업이 되길 바란다.”

10월 5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한반도 평화와 금강산길 재개방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목 놓아 외쳤다. “열려라! 금강산길.”

“엄마의 마음으로 빵공장 사업 시작···지금은 중단상태”

이번 평화순례길 사업을 공동주최한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의 남북 민간 교류 사업은 2004년 빵공장 건립으로 본격화했다. 북한 평양 대동강 변에 빵공장을 열고 북녘 어린이들에게 빵을 공급하기 위해 설비를 투자하고 원재료를 지원했다.

남북 민간 교류 사업은 1990년대 중ㆍ후반부터 전개됐다. 2004년 2월 창립한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가 그해 12월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를 발족시켰다.

“빵 공장을 평양에 건립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완제품을 지원하는 일은 다른 단체들에서 많이 하는데, 생산 공장을 건립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인천항에서 공장 설비를 싣고 북한으로 갔고, 재료는 중국을 통해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보냈다.”

이 대표는 당시 공장 건립을 위해 통일부의 협조를 얻어 평양에 몇 차례 다녀왔다. 일이 잘 풀렸다. 급속도로 진척됐다. 하루에 빵 1만개씩을 만들어 북녘 어이이들에게 제공했다. 이러한 교류와 노력이 한반도 평화통일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5ㆍ24 조치’를 시행하면서 희망이 무너졌다. ‘5ㆍ24 조치’는 당시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개성공단을 제외한 대북 사업을 전면 중단시킨 것을 말한다.

“감정이 너무 앞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5ㆍ24조치로 완전 중단됐다. 북과 쌓아온 신뢰관계가 깨졌다. 앞으로 재개되길 바라지만, 대북 지원 사업과 관련해 북측의 기조가 변할 것 같기도 해,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빵공장 사업을 마치 ‘엄마의 마음’과 같이 시작했다. 북녘 어린이들에게 제공한 빵 이름은 ‘옥류(玉流)’다. 대동강 변에 마련된 공장에서 만든 빵이기에 ‘아름답게 흐르는 대동강 물결’이란 속뜻을 갖고 있다.

남측 ‘엄마’들이 보내는 재료로 북측 일꾼들이 손을 보태 만든 빵으로 아이들이 배를 채웠으니, ‘엄마의 마음’으로 노력한 이 대표는 얼마나 기뻤을까.

“내 나이 올해 60이다. 분단 이후 태어났다. 분단된 나라에서 태어나 환갑이 될 때까지도 그렇게 살고 있다. 분단의 역사가 남과 북에 얼마나 끔직한 고통인가. 내 후대 사람들에게 분단의 아픔을 전해주고 싶지 않다.”

이 대표는 인터뷰 도중 대뜸 “금강산에 가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가볼 기회를 잡지 못해 못 갔다”고 답했더니, “개성공단 재개는 사실 민간 노력으론 한계가 있다. 경제협력 일환이기 때문에 좀 힘든데, 금강산 관광은 그렇지 않다. 열리면 꼭 가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북녘어린이영양빵사업본부 관계자들은 2005년 3월 평양에 있는 대동강어린이빵공장을 방문했다.(사진제공ㆍ북녘어린이영양빵사업본부)

“박남춘 시장, 서해평화에 적극적인 의지 보여야”

남북 교류는 박근혜 정부 들어 더 힘들어졌다. 당시 정부는 북한 로켓 발사에 따른 조치로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말았다. 입주기업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국민들도 크게 놀란 이 조치로 남북 평화통일을 위한 민간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최근의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은 북미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을 쉽게 흥분하게 했다. 안타깝게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각국의 실리와 명분 등에 따라 변하면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에는 주먹 크기로 단단히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다음에 묻는 눈이 더해져 크고 단단하고 둥글게 만들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는 마음이다.”

한반도 평화통일에 인천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박남춘 인천시장의 제1호 공약은 ‘서해평화’다. 그 세부 공약이 200개에 가깝다. 그런데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붉은 수돗물 사태에서 최근의 아프리카 돼지열병까지. 인천에는 커다란 사건과 사태가 잇달아 일어났다. 이제 박 시장이 ‘서해평화’ 공약 관련 어떠한 일을 추진했고 하고 있는지 살펴볼 때다.

“사실 민간 교류 사업은 한계가 있다. 이번 ‘열려라! 금강산길’ 사업도 인천시에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 후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비무장지대 평화순례길은 인천과 경기, 그리고 강원으로 이어진 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협력해 평화순례길을 정비하고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열 수도 있지 않겠나.”

이 대표는 끝으로 “남북 교류와 관련해 인천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과제가 많다. 현재 눈에 띄게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며 “인천을 남북 평화 중심도시로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서해평화와 관련해서는 인천시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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