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돌 기획| 도시재생과 빈집 활용
도시재생사업, 주민과 현장지원센터 중심에 둬야
‘원도심 감소·신도시 수용’ 인구 임계점 설정해야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해 7월 민선7기 시정부를 출범하며 “인천시민이 주인인 인천특별시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또, “쇠퇴한 원도심을 살리고 일자리와 복지를 늘려 시민의 삶을 우선적으로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인천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부산을 넘어 국내 특·광역시 중 2위를 기록하고 인구도 계속 늘어 3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성장하고 있지만, 인천의 원도심은 날로 쇠퇴하고 있다. 인천은 원도심과 신도시 간 불균형 문제에 직면해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국회의원이 통계청에서 받아 분석해 9월 30일 발표한 ‘최근 5년간(2011~2016년) 국내 지방자치단체 GRDP’ 현황을 보면, 인천 강화군의 성장률은 –7.5%로 국내 기초지자체 228개 중 꼴찌이고, 인천 동구는 꼴찌에서 두 번째인 227위(-5.7%)를 기록했다. 경제자유구역 국제도시를 끼고 있는 인천 서구(18.0%)ㆍ연수구(12.2%)와 대비된다.

구도심권인 중구(5.9%)ㆍ미추홀구(5.6%)ㆍ부평구(4.8%)도 성장했으나 다른 기초지자체와 비교해 성장률이 낮은 편이다.

송도ㆍ영종ㆍ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는 점차 발전하고 있는 반면, 중구 원도심과 동구ㆍ미추홀구ㆍ부평구 등은 주거ㆍ교육환경, 사회기반시설 등에서 쇠퇴하고 있다. 특히 인천 전체 인구는 늘고 있지만 원도심 인구는 급격하게 줄고 있다.

인천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10년간 인구증감률을 살펴보면, 인천 전체 인구는 12.1% 증가했지만 원도심은 6.5% 감소했다. 인천시가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를 살펴봐도, 연수구ㆍ서구는 증가하고, 동구ㆍ미추홀구ㆍ계양구ㆍ부평구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천시는 2005년부터 균형발전 정책 일환으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도시재생ㆍ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등, 원도심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신도시와 격차를 해소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박남춘 시장도 취임 직후 정무부시장 명칭을 균형발전정무부시장으로 하고 시장 직속 도시재생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원도심 활성화를 강조했다. 행정부시장 직제에 있던 도시계획국과 도시균형건설국을 균형발전정무부시장 직제로 가져와 도시재생건설국과 도시균형계획국으로 재편하기도 했다. 원도심과 신도시 간 균형발전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원도심 활성화의 대안으로 꼽히는 도시재생은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무분별한 도시 확장 ▲주거환경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의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능을 도입ㆍ창출해 경제ㆍ사회ㆍ환경ㆍ물리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다.

인천 미추홀구에 방치된 빈집.

주민 중심 도시재생 필요… “그럴 사람이 없다”

도시재생의 핵심은 재개발로 불리는 전면 철거방식의 도시정비사업과 다르게 현 주거환경을 유지하면서 지역에 필요한 공동이용시설과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이다. 지역공동체 삶을 유지하면서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도시재생에 재정을 투자해 사업을 지원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도시재생지원센터 등을 설치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과 도시정비사업의 목적은 결국 주거환경 개선이다. 2002년 도시정비법 제정 이후 2018년 1월까지 인천에 도시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226개소다. 이중 30개 구역(13.3%)만 준공됐으며, 95개 구역(42%)은 해제됐다.

원도심이 주거지 노후화로 정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비예정구역이 과도하게 측정되거나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해 사업 추진이 곤란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도시재생사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에 소규모 주거지 정비 중심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 10월 8일 2019년 하반기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인천에서 4곳이 선정됐다. 중심시가지형 사업으로 ‘비룡공감 2080’, 소규모 동네형 사업으로 ‘수봉마을길’, ‘안골마을’, ‘평화의 섬 연평도 치유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2017년 ‘부평 11번가’ 등 5곳, 2018년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등 5곳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돼 진행되고 있다.

국비가 지원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은 환영할 일이지만,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해당 주민들이 그 사업을 충분히 이해해야한다. 하지만 사업 시작부터 주민이 아닌 기관이 중심이 되는 등, 사업 취지와 성격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효진 (사)자치와공동체 도시재생연구회장은 “도시재생사업은 광역ㆍ기초 지원센터가 현장 지원센터에 명령ㆍ지시하는 구조가 돼선 안 된다. 현장지원센터가 독립된 조직으로 결정하고 움직이는 구조여야 한다”고 한 뒤 “하지만 인천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지역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이어 “도시재생사업은 시작 단계인 주민협의체 구성이 가장 중요한데, 시작부터 기관이 중심이 돼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기관의 명령ㆍ지시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라며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도시재생사업은 당장 내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좋게 바꿔주는 사업이 아니다. 주거환경 전반을 개선하는 사업이다”라며 “도시재생은 주민공동체의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주민 간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우선이다. 주민 역량 강화로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하는 공공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간접시설 확충 등 시설 투자에 집중하기보다 시간을 오래 두고 주민공동체를 형성해 주민들이 직접 고민하고 필요한 사업을 찾아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마을활동가 A씨는 “도시재생사업 현장지원 업무를 위해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곧 계약이 만료된다”라며 “계약기간에 한 일은 주민들에게 도시재생 필요성과 의미를 설명하는 일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원도심을 모두 도시정비 사업으로 재개발할 수는 없다. 도시재생이 절실한 곳이 수두룩한데, 주민들 연령이 보통 70대 이상으로 도시재생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조차 힘든 것이 사실이다”라며 “현장지원센터 근무자 이직률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사회와 소통을 위해 장기간 근무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빈집 잘 활용하면 도시재생 절반은 성공”

미추홀구도 원도심의 대명사다. 인천에서 빈집이 가장 많다. 주변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상권이 죽으면서 빈집이 늘었다.

빈집은 먼저 마을 경관을 해친다. 오랜 기간 방치한 빈집은 화재나 붕괴 위험 등, 안전문제와도 연결된다. 이런 주거환경을 꺼리기 마련이다. 빈집은 늘고 인구는 준다.

2018년 2월 8일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빈집정비법)’ 시행 이후 지자체는 빈집 실태 조사와 정비계획 수립을 진행 중이다. 이 법에서 ‘빈집’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은 주택이다.

인천도 올해 8월까지 빈집 실태 조사를 했다. 인천시가 집계한 빈집은 총 3976채다. 미추홀구가 857채로 가장 많고, 중구(672채), 부평구(661채), 동구(569)채 순으로 뒤를 이었다. 원도심에 빈집이 몰려있음을 알 수 있다.

미추홀구에서 사회적기업 ‘빈집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최환 대표는 빈집을 줄이는 방안으로 ‘빈집보유세’를 주장한다. ‘빈집보유세’는 빈집을 방치해 발생하는 이웃 주민들의 재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빈집 보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도시정비 사업을 기대하며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주택들이 있는데, 현행 제도에선 빈집에 재산세를 더 적게 부과하는 구조라 방치하는 빈집이 늘고 있다는 게 최 대표의 판단이다.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캐나다 밴쿠버에선 2017년 ‘빈집세’ 도입 이전 빈집이 1085채였는데, ‘빈집세’ 시행 이후 922채로 줄었다. 영국은 빈집 방치 기간에 따라 ‘빈집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2년간 거주 기간이 30일 미만인 빈집에 ‘빈집세’를 부과한다.

최 대표는 “다수 빈집이 원도심에 위치해있으며, 재개발을 노리고 사들인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빈집은행 사업 초기에 빈집 주인을 찾아가 ‘수리비용을 부담할 테니 월세를 받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몇몇 주인이 ‘재개발되면 군소리 말고 나가라’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 빈집 중 절반 이상이 당장 살아도 문제없을 정도다. 다만 교통과 상권 등이 부족해 청년들이 살기 힘든 것이다”라며 “인천시가 교통ㆍ상권 등 사회 인프라를 개선해주고, ‘빈집보유세’ 시행으로 가용할 수 있는 빈집이 제공된다면 원도심을 찾는 청년이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빈집보유세’를 시행한다고 해서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원도심에 청년이 유입되고 활발한 소통과 함께 진행하는 도시재생사업의 성공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 빈집 활용 사례와 인천시의 과제

국내에서 빈집 활용을 가장 먼저 고민한 지자체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빈집정비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5년에 ‘빈집 활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도시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에서 대중교통 접근성이 양호하고 가용할 수 있는 빈집을 대상으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빈집 활용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시행한다. 서울시가 매입한 토지에 사회적경제 주체가 임대주택을 건설해 주거취약계층에게 최장 10년간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공급하고, 사업 종료 이후(30년 이후)에는 매입 시점 건축 원가로 서울시가 출자ㆍ출연한 SH에서 매입한다.

이 사업은 주거복지 강화와 공동체 시설 공급으로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사회주택에, 방치된 빈집을 정비해 지역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을 결합한 것이다. 공공성을 한 단계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서울시는 2022년까지 빈집 1000채를 매입해 임대주택 4000호와 청년ㆍ주민공동체 공간과 공용주차장 등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빈집 400채 매입을 위한 예산 2400억 원을 확보했다.

인천시 빈집 관련 정책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빈집정비와 활용을 위한 실태조사를 최근 마쳤다. 정비계획을 세우고 활용방안을 만드는 일은 더 힘든 과정이다.

인천시는 국내 최초로 빈집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에 등록한 빈집을 노인ㆍ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에게 주거ㆍ창업 공간으로 공급하는 플랫폼이다.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빈집 관리 관계자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이 협의체가 최근 빈집 실태조사를 수행했고, 빈집 정비 사업 활성화 방안을 찾고 있다.

신도시 개발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자본이라면, 원도심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민이다.

인천 도시재생 활동가들이 지적하듯이 인천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활동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도시재생 활동가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아,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마을 주민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민들을 마을 재생의 주체로 세우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원도심 인구는 점점 신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다. 신도시 개발 속도만큼 원도심 공동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원도심과 신도시의 균형발전을 얘기하지만, 구체적 기준점이 없다.

7월 30일 열린 ‘인천시 2020년 예산 편성을 위한 도시건설 분과 주민참여예산 정책토론회’에서 안내영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재생사업 등 원도심 활성화와 신도시 개발 사이에 구체적 균형점을 고민해야한다”라며 “신도시 입주민 중 대다수가 원도심에서 이주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는 “원도심 인구가 빠져나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순 없지만, 원도심 감소인구 임계치, 신도시 수용인구한계치 등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도시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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