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2주 만에 폐원 통보, 65명 유치원생 '황당'
원장은 이미 그만 둔 상태로 계속 원장 행세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 남동구 사립 A유치원이 여름방학 후 개원한 지 2주 만에 일방적으로 폐원해 학부모와 아이들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 게다가 유치원 원장은 올해 초 이미 그만뒀지만, 폐원 때까지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원장 행세를 하며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남동구 사립 A유치원이 여름방학 후 개원한지 2주 만에 일방적으로 폐원해 학부모와 아이들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

남동구 사립 A유치원은 여름방학 후 8월 12일 개원했다. 약 2주간 별일 없이 운영되던 유치원은 8월 23일 금요일 학부모들에게 유치원이 곧 폐원한다는 통보를 보냈다. 유치원생은 모두 65명이었다.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학부모들은 유치원 교사들에게 연락했으나, 유치원 원감은 “설립자 측에서 보낸 공문이라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고 답할 뿐이었다.

유치원 교사들도 어리둥절했다. 교사들은 아직 정해진 방침은 없다며 아이들을 일단 등원시키라고 답했다. 아이들을 등원시킨 26일 유치원 측은 학부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유치원 설립자와 그동안 병가로 자리를 비웠던 원장도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참석한 원장은 그동안 학부모들이 알고 있던 원장이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알고 보니 기존 원장 B씨는 이미 3월 말에 퇴직했으며, 공식 문서상으로도 유치원 원장은 바뀌어 있었다. B씨는 A유치원을 그만둔 후 논현동에 위치한 다른 사립유치원 원장을 맡았으며 지금껏 이 사실을 숨겨왔다.

전 원장 B씨가 몸이 아픈 줄로만 알았던 학부모들은 기가 찼다. B씨가 4월 이후 뜸하기는 했지만, 가끔 유치원에 나왔으며 5월에 진행한 수영캠프에서도 모습을 비췄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따져 묻자 B씨는 “설립자의 부탁이었을 뿐이다. 아이들에게 미안해 어쩔 수 없었다”라는 핑계를 댔다.

학부모들은 또한 B씨 이후로 부임한 임시원장이 유치원에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기에 더욱 분통이 터진다. A유치원에 쌍둥이 자녀를 등원시키는 한 학부모는 “유치원에 원장이 없으니 수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아이들이 온종일 TV만 보고 온 적도 있다. 주변에 마땅히 보낼 유치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보내긴 했지만, 엉터리로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사실 A유치원은 지난해 10월 국내 시·도 교육청이 발표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포함된 곳이다. A유치원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설립자가 유치원 운영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2012년 유치원 전기 인테리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비리가 드러나자 올 초 유치원 신입생은 예년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기존 학부모들이 유치원을 옮기려 하자 당시 B원장은 “자신이 원장을 맡은 시절의 일이 아니다. 아이들을 책임질 테니 믿어달라”며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학부모들은 B원장의 행위가 사기 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인천시 교육청은 “B씨를 마땅히 처벌할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유아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 학부모 의견수렴과 유치원 소속 유아들의 학습권 보호조치 없이 유치원을 함부로 폐원할 수 없다. 그러나 시 교육청 관계자는 “폐원 진행 과정에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A유치원이 아직 폐원 신청서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폐원 신청을 내 법망을 빠져나가는 셈이다.

폐원 통보 후 학부모들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흩어지지 않게 전원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학부모들은 유아 당 약 20만 원씩 위로금을 받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이들을 다른 유치원으로 전원시킨 상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