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돌 기획| 서해평화와 균형발전
접경지, 분쟁과 갈등의 상징에서 교류와 통합의 장소로
접경지 발전위해 평화경제특구법 등 법·제도 개선해야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시작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을 거치면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서 환황해경제벨트와 접경지역평화벨트가 교차하는 인천은 평화에 따른 경제효과가 더욱 기대되는 곳이다.

인천은 10ㆍ4선언부터 남북 경제협력의 중심으로 부각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 정상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해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은 남북의 경제협력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인천시도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발맞춰 지방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6ㆍ13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서해평화협력시대! 동북아 평화특별시 인천’을 발표하며 인천이 국제평화도시로서 한반도 평화의 주역이 돼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박 시장은 ▲서해평화협력청 설치 ▲UN평화사무국 송도 유치 ▲남북공동어로구역ㆍ해상파시ㆍ한반도 해양평화공원 조성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인천ㆍ개성ㆍ해주를 잇는 ‘남북 공동 경제자유구역으로 추진 등을 제안했다.

특히 남북 공동 경제자유구역 조성을 위해 인천시는 강화 교동평화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남북이 경제협력으로 한반도의 새 지평을 열어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분단 이후 규제로 발전이 더딘 남북 접경지역 발전을 모색한다는 데서도 큰 의미가 있다.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장면.(사진출처ㆍ통일부)

접경지 강화ㆍ옹진, 각종 규제로 발전 더뎌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북 접경지역은 군사충돌 가능성이 항시 존재하는 갈등과 긴장의 지역으로서 오로지 군사안보 관점으로만 다뤄졌다. 이에 따라 접경지역은 지금껏 개발이 제한되고 발전이 정체된 곳으로 남았다.

특히 인천의 접경지역인 강화ㆍ옹진은 수도권으로 분류돼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상 역차별을 받아온 곳이다. 특히 백령도ㆍ연평도 등 서해 5도는 서울과 200㎞ 넘게 떨어져있으나 행정구역상 수도권인 인천에 포함돼 대학 유치와 공장 건설, 개발사업 등에서 규제를 받고 있다.

수도권 규제의 본래 취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고 수도권을 질서 있게 정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인천의 남북 접경지역은 각종 규제로 오히려 인구전출이 계속되고 있고, 국내 시ㆍ군ㆍ구 가운데 낙후도가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 강릉은 서울과 거리가 170㎞로 서해 5도보다 더 짧지만, 수정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수정법상 비수도권으로 수도권 기업이 이전할 경우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과 법인세ㆍ양도소득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인천의 접경지역은 수도권 규제뿐만 아니라 군사ㆍ환경ㆍ농지ㆍ교육ㆍ문화재 관련법 등으로 규제를 중첩 적용받고 있어, 민간투자와 산업인프라 조성이 어렵다.

인천연구원이 발표한 ‘인천시 접경지역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각종 규제에 따른 접경지역 규제 면적을 모두 합쳤을 때, 강화군은 행정구역 면적 대비 153.2%, 옹진군은 83.9%에 달한다. 상당히 많은 구역이 규제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각종 접경지역 지원법이 제정돼 여러 지원 사업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군사시설보호법과 수정법 등의 상위 법령들에 의한 규제를 피할 수 없어 실효성 여부가 불투명했다.

남북평화도로 ‘영종~강화’ 구간.(자료제공ㆍ인천시)

접경지역, 남북협력시대 맞아 큰 역할 기대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따라 접경지역 발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환황해경제벨트와 접경지역평화벨트가 교차하는 강화ㆍ옹진은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의 교두보로서 남북협력시대를 맞아 큰 역할이 기대된다.

올해 초 정부가 수정 발표한 접경지역 종합발전계획(2011~2030)을 살펴보면, 강화ㆍ옹진 지역 사업 27개에 예산 2조5000억 원이 반영됐다. 특히, 서해평화도로 1-1단계인 영종~신도 개설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 선정됐고 사업비 1000억 원 중 700억 원을 국비로 받게 됐다. 내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4년에 개통할 예정이다.

서해평화도로는 영종에서 강화를 거쳐 개성과 해주를 연결하는 도로다. 1-2단계 신도~교동 18.04km, 2단계 강화~개성공단 45.7km, 3단계 강화~해주 16.7km 등, 총 80.44km 규모다. 전체 사업비는 약 2조4322억 원이다.

인천시가 2012년부터 추진해온 교동평화산업단지 조성 사업도 접경지역 종합발전계획에 포함돼 탄력을 받게 됐다.

인천시는 교동평화산단을 강화 교동면 무학리 일원 3.45㎢에 민간자본 400억 원을 유치해 인천ㆍ개성ㆍ해주를 잇는 산업 물류 중계지대와 기술 집약 제품 생산기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 남북 경제협력 기관들을 유치해 남한 내 제2개성공단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

또한, 인천연구원이 올해 초 발표한 ‘한강하구 인천 권역 평화 기반 조성 방향과 과제’를 보면, 신소재ㆍ전기전자ㆍ철강기계ㆍ자동차운송ㆍ복합운송 등을 주요 업종으로 하는 강화일반산단을 교동평화산단의 배후 산업기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인천연구원은 이밖에도 통일경제 시범사업으로 강화 지역에 ▲남북 경협 교육ㆍ연수기관 조성 ▲교동도 남북 농수산기술 협력 단지 구축 ▲남북공동어로 지원거점 조성 ▲남북 소금산업 진흥 시범사업 추진 등, 남북 경협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인천시는 이 사업들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남북 접경지역 현황.(자료출처ㆍ행정안전부)

평화경제특구법 등, 접경지 발전 위한 제도 마련해야

남북 경협과 접경지역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청사진이 수정법에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 인천시는 법 개정으로 강화ㆍ옹진군 수정법 적용 지역에서 제외해야한다는 목소리를 국회와 정부에 끊임없이 내고 있으나, 아직 변화는 없다.

이와 별도로 인천시는 경기ㆍ강원 남북 접경지역 기초지자체 15곳,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함께 접경지역 균형발전 방안을 연구 중이다. ‘접경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산업 육성 및 남북 교류협력 방안 연구용역’을 경기도ㆍ강원도ㆍ국가균형발전위와 공동으로 착수했다고 인천시는 10월 1일 밝혔다.

3개 광역시ㆍ도와 국가균형발전위는 내년 1월 말까지 진행하는 이 연구로 접경지역 특성을 고려한 산업생태계 조성과 광역교통인프라 확충 등의 계획을 세운다. 주민 요구를 바탕으로 남북 경협 전략도 다뤄질 전망이다 .

또한 인천시는 평화경제특구법 제정을 경기도ㆍ강원도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정부가 특구로 지정하는 접경지역에선 개발사업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각종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 기반시설 지원, 규제 특례 등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천시는 교동평화산단에서 남측 자본ㆍ기술과 북측 노동력이 결합할 경우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17대 국회 때 시작한 평화경제특구법안 논의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20대 국회에서 박정ㆍ윤후덕ㆍ김성원ㆍ홍철호ㆍ김현미ㆍ이양수 의원이 발의한 특구법안 6개를 통합해 통일부ㆍ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조율을 마쳤고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을 약속해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수정법 개정으로 인천 접경지역의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여기에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과 평화경제특구법이 뒷받침된다면, 강화ㆍ옹진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중심지로서 날개를 달 수 있다.

국경은 분리와 단절을 떠오르게 하지만, 접촉과 교류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 특징을 잘 살린다면 접경지역은 혁신과 성장이 가능한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다. 지역 간 교류 밀도가 높아져 국경을 초월하는 공간으로 발전한 덴마크와 스웨덴의 외레순 해협의 접경 협력은 대표적 성공 사례다.

그동안 남북 접경지역은 변두리 또는 분쟁과 갈등의 장소로만 여겨졌다. 이제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발맞춰 소외된 접경지역을 인적ㆍ물적 교류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통합의 장소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자료출처ㆍ국정기획자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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