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돌 기획| 인천e음에 잠재된 균형발전
역내 소비 증가···“역외소비율 변화 지표 연구 중”
“소상공인ㆍ저소비자 향한 고른 시선에서 출발해야”

[인천투데이 정양지 기자] 수도권 속한 인천은 생활 전반에서 서울ㆍ경기와 연계돼있다. 지역 간 교류와 경쟁이 활발하다.

여기엔 소비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의 역외소비는 세종특별시를 제외하고 국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반면에 소비 유입은 국내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역외소비 중 서울에서 소비가 가장 큰데, 이는 인천시민의 서울 내 경제활동이 많다는 것과 서울의 소비재 경쟁력이 높다는 점, 교통이 발달해 소비처 접근성의 역내ㆍ외 차이가 작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인천연구원 연구 결과를 보면, 인천의 역외 소비율은 2018년 50.92%로, 2014년 이후 증가 추세다. 역외소비의 핵심은 경제적 거점이다. 역내 거점 역량이 높으면 소비 유출을 막고 유입을 강화해, 생산과 소비가 역내에서 선순환 한다.

이는 소비자 효용 측면에서도 바라볼 수 있는데, 역외소비는 결국 소비자가 효용을 극대화한 결과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소비행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만족도를 최대화하고, 이를 벗어난 소비행위는 비합리적이라고 인식한다.

즉, 역외소비를 줄이려면 소비자 효용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실질적 보상이 필요하다. 지역 정체성이나 소속감을 강조하는 감성적 보상보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날 때, 보상 효과가 드러난다.

소비자 효용 감소를 경제적으로 보상하기 위해 인천시가 도입한 게 ‘인천e음’이다. 지역화폐 전자상품권인 인천e음은 올해 인천 경제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창출했다. 지난해 7월 ‘인처너카드’로 출범한 뒤 올해 1월부터 인천e음으로 이름을 바꿔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캐시백 6%(국비 4%, 시비 2%)를 적용한 4월부터 사용자가 대폭 늘어났다. 9월 말 기준 인천e음 가입자 수는 87만9728명이며, 발행액은 약 9883억 원, 결제액은 약 9828억 원이다.

인천e음은 역외 소비율에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이 캐시백을 받기 위해 본사가 대부분 서울에 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하던 것을 일반 점포에서 구매하면서 자연스레 역외 소비가 역내 소비로 대체됐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e음이 발행된 이후 7월부터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형소매점 판매 현황이 급속도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대비 7월은 13%가 감소했으며, 8월은 12.2%가 줄었다. 반면, 인천 지역 내 소비자심리지수는 상승했다. 8월 국내 소비자심리지수가 3.4p 하락한 데 비해 인천은 0.1p만 내려갔으며, 9월에는 무려 3.0p가 상승했다.

이에 안광호 시 일자리경제본부 소상공인정책팀장은 “대형소매점의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소비는 늘었다는 건, 최소한 대형소매점 매출 감소분이 골목상권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 역외 소비율과 소비 유입률 변화, 소비유발효과 등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e음 9883억, 서로ㆍ연수ㆍ미추홀e음 6834억
e음 카드 미발행 지역은 ‘한계’ 아닌 ‘가능성’

인천e음 외에도 서구ㆍ연수구ㆍ미추홀구는 인천e음에 기반 한 서로e음ㆍ연수e음ㆍ미추홀e음을 각각 도입했다.

5월 1일부터 발행한 서로e음은 서구 관내에서 결제할 때 캐시백을 10%(국ㆍ시비 6%, 구비 4%)로 적용해 발행 71일 만에 결제액 1000억 원을 돌파했다. 9월 말까지 가입자 28만 3368명, 결제액 4098억 원을 기록했다.

뒤이어 6월 30일 발행한 연수e음은 한 달간 캐시백을 11%(국ㆍ시비 6%, 구비 5%)로 해, 결제액 1000억 원 달성을 서로e음보다 22일 앞당겼다. 10월 6일 현재 연수e음 가입자는 17만3723명이며, 결제액은 2050억 원에 달한다.

미추홀e음은 캐시백 8%(국ㆍ시비 6%, 구비 2%)를 내걸고 7월 1일부터 발행했다. 10월 6일까지 가입자는 8만5874명, 결제액은 686억 원이다. 서로ㆍ연수e음보다 사용 규모가 작은 데에는 발행 시기가 늦은 이유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서구와 연수구에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가 있는 것을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결제액이 많다는 건 그만큼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이 많이 분포돼있음을 뜻한다. 캐시백 비율 또한 자치구 재정 여건과 관련이 있다. 경제 소득이 높은 신도시를 보유한 자치구는 그만큼 캐시백으로 사용할 재정을 확보한 셈이다.

인천에는 아직까지 전자상품권 e음을 자체적으로 도입하지 못한 기초자치단체가 더 많다. 부평구와 계양구는 도입을 준비 중이지만, 남동구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지난 7월 보류했다. 예를 들어 자치구가 캐시백 2%를 지원한다고 했을 때, 결제액 1000억 원을 맞추려면 예산 20억 원이 필요하다.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처럼 ‘e음’은 인천의 역외 소비를 줄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원도심과 신도시 간 균형발전에는 효과가 없거나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다.

소상공인 ‘혜택플러스’ 자발적 참여 필요
역내 소비 위한 교통망 구축은 장기과제

기초지자체 간 e음카드 발행 유무와 캐시백 차이로 인한 형평성 결여는 당초 우려된 문제점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신규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교육위원장은 “모든 정책은 과도기가 존재한다”며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총량을 3조 원으로 확대하고 인천 10개 구ㆍ군이 e음카드를 발행해 안착화 단계에 진입하면, 향후 여론을 수렴해 정책 방향을 잡아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또, “인천e음이 운영하고 있는 ‘혜택플러스 가맹점에’ 자영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손님들의 발길을 골목상권으로 되돌려야한다”고 덧붙였다.

혜택플러스 가맹점은 ‘인천e음’ 기본 캐시백 6%에 추가로 3ㆍ5ㆍ7%를 할인해 소비자에게 총 9~13%의 캐시백이 돌아가게 하는 사업인데, 가맹점은 그만큼 마케팅에 드는 노력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천연구원에 따르면, 인천 안에서 군ㆍ구별 역외 소비율은 동구(66%), 옹진군(50%), 미추홀구(49%), 중구(38.5%), 남동구(35.24%) 순으로 높았다. 또,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강화군(22.9%)을 제외하고는 서구(28.5%) 역외 소비율이 가장 낮았다.

이를 두고 조승헌 인천연구원 지역경제실 연구위원은 “동구 주민들은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의 상업시설이 부족해 인접한 미추홀구나 서구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원도심에 속하는 자치구들의 역외 소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 역내 소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ㆍ품질 등 여러 면에서 경쟁력 있는 점포들이 원도심에 입점해 역내 소비를 활성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상점들이 신도시를 두고 굳이 원도심에 자리 잡아야할 당위성은 없다”며 “역외 소비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역내 소비 창출형 교통망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주장했다.

인천e음은 지역공동체 의식 강화와 지역사회 공헌도 목적으로 한다. 이는 시의 정책과 소상공인의 참여, 시민들의 연대로 완성된다. 인천e음으로 사회기금을 조성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캐시백 일부를 기부하는 문화가 생긴다면, 인천e음은 소비 플랫폼 이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조 연구위원은 “캐시백을 복지 지원과 연계하는 것 또한 인천e음이 풀어야할 향후 과제다”라며 “소상공인과 소비 취약계층을 향한 고른 시선에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선순환이 내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안광호 시 일자리경제본부 소상공인팀장은 “전통시장에서도 인천e음이 화폐보다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라고 한 뒤, “인천e음으로 기금을 조성해 군?구간 격차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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