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돌 기획| 원도심 재생과 문화콘텐츠
제물포 유유기지, 청년모임 지원해 창업·공모 당선 성과
강화도, 주민들과 연계해 지역 유산 활성화 방안 필요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문화재생사업, 주민들이 주도하는 지역 활성화

문화재생 사업은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 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유형이다. 문화재생이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ㆍ문화ㆍ예술 콘텐츠를 활용해 원도심 활성화를 꾀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이다. 노후한 건축물을 없애고 재개발하거나 축제나 행사를 열어 일시적으로 도심 활성화를 꾀하는 사업과는 다르다. 원주민 중심의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주민들이 직접 지역 문화 사업을 이끌어가는, 장기적인 도시재생 사업이다.

원도심 문화재생 사업의 핵심은 주민 공동체를 만들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또, 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ㆍ문화ㆍ예술ㆍ환경 자원 활용이다. 어느 지역이든 특색은 있으며, 사람들이 모이면 이야기가 오간다. 그 이야기를 현실화할 수 있게 행정이 지원하면 주민 주도 원도심 재생은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유유기지 토크콘서트인 '네트워킹데이'에 청년들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유유기지)

청년들의 모임 공간, 제물포 유유기지

인천시는 2017년 10월 16일 제물포 스마트타운 15층에 ‘유유기지’를 개소했다. 면적은 463㎡(약 140평)다. 유유기지는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조성됐다. ‘유유’는 마음이 한가롭다는 뜻의 유유(悠悠), 흐뭇하고 즐겁다는 뜻의 유유(愉愉), 유유자적(悠悠自適) 등에서 따왔다. ‘기지’는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머물러 충전하고 준비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20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이라면 누구나 이 유유기지를 이용할 수 있다. 유유기지는 학습 공간, 개인공간, 휴식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청년들의 모임활동과 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유유기지에서 운영하는 ‘청년모임 지원(N-JOY)’ 사업은 청년 3인 이상의 창업, 자격증 취득, 취직, 공모전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팀당 활동비 60만 원을 지원한다. 또, 토크콘서트 ‘유유마당’을 열어 전문가를 초빙해 청년문화와 청년정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등, 소통을 지원한다.

모임이 만들어지면, 그 곳에서는 이야기가 오고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하나의 아이디어가 돼 추진력을 얻는다면 멋진 사업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유유기지에서 모임을 꾸려 7개 팀이 창업했고, 친환경 건축ㆍ캠페인 아이디어 등 공모전 참가와 수상이 14건에 이른다. ‘루키갠트리’팀은 청년모임 지원 사업으로 지원금을 받아 ‘제4회 전국 대학생 물류혁신 창업 아이디어 및 논문 공모전’ 우수상을 받았다.

인천 토박이 박혜리(30) 씨는 유유기지 ‘네트워킹 데이’에 참석해 활동하다가 ‘떡볶이 메이트’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인천의 발전을 이야기하다 나온 아이디어가 실제 활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인천 토박이 청년 3명이 모여 인천의 놀거리, 먹거리, 축제 등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인천에서 즐길 거리를 알린다. 박혜리 씨는 “친구들이 주말마다 서울로 핫 플레이스를 찾아 떠나는데, 인천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려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제물포 유유기지에 이어 부평에도 유유기지를 만들 계획이다. 부평 유유기지는 인천도시철도 1호선 갈산역 근처 부평산업단지 내 남광센트렉스 1층에 면적 244.4㎡(약 73.931평) 규모로 내년 1월 문을 열 예정이다.

유유기지 자체 프로그램인 '유유마당'의 캔들만들기 활동 (사진제공 유유기지)

주민 참여해 지역유산 활용한 ‘강화 에코 뮤지엄’

에코 뮤지엄이란 생태와 주거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박물관을 뜻하는 뮤지엄(museum)을 합성한 단어다. 지역 주민들이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 역사ㆍ문화ㆍ자연을 가꾸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소장물을 건물 안에 전시하는 기존 박물관과는 달리, 일정한 영역에 분포하고 있는 유ㆍ무형 유산을 그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수집ㆍ보존ㆍ활용하는 방식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나 ‘한반도 역사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강화도는 이런 면에서 에코 뮤지엄을 시도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강화도에는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시작해 근대 병인양요ㆍ신미양요 격전지였던 군사시설까지, 문화재 131개가 지정ㆍ보존돼있다. 또, 화문석과 소창, 갯벌 등 강화도는 문화ㆍ생태 자원도 풍부하다.

에코 뮤지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 유산을 발굴하고 광관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민 공동체다. 2001년부터 주민들이 문화관광해설사로 참여해 갑곶돈대, 고려궁지, 평화전망대, 고인돌과 같은 문화재의 역사와 특징을 관광객에게 설명한다. 또, 201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인 관광두레 사업을 시행해 주민들이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음식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등, 강화도 관광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주민 공동체와 문화재, 박물관ㆍ생태관ㆍ역사관 등을 각기 강화군 각 부서와 민간사업자가 담당하고 있어, 통합해 관리ㆍ운영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강화 에코 뮤지엄은 강화도 문화와 생태 등에 관심이 많은 주민들과 강화도의 자원들을 하나로 통합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다.

시흥 바라지 에코뮤지엄 연구회가 사용하는 시흥 소금창고 (사진제공 경기만 에코뮤지엄)

현재 경기도와 안산시ㆍ화성시ㆍ시흥시, 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센터가 함께 경기만 에코 뮤지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안산과 화성, 시흥에 에코 뮤지엄을 운영하는 연구회와 거점센터가 있다. 각 지역 연구회에는 지역시민단체와 공무원, 연구회 공간을 사용하는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경기만 에코 뮤지엄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안산ㆍ화성ㆍ시흥에서 시범사업을 했으며, 올해에는 경기 북부지역인 남양주ㆍ파주ㆍ고양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안산구 대부면사무소와 안산 선감역사박물관에서 각각 주민협의체인 ‘대부도 에코 뮤지엄 운영위원회’와 ‘선유락’이 운영된다. 대부도에서는 주민들이 참여해 에코시민학교와 공공예술프로젝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화성에는 ‘공생해’라는 주민협의체가 있으며, 이들은 ‘제부도 아트파크’와 ‘매향리 스튜디오’에서 활동하고 있다. ‘제부도 아트파크’는 갤러리와 공연장, 휴식공간으로 구성돼 주민들의 문화ㆍ여간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흥에는 ‘시흥 바라지 에코뮤지엄 연구회’가 있으며, 이 연구회는 ‘시흥 소금창고’와 ‘시흥 곰솔누리 숲’을 활동 공간으로 사용한다. ‘시흥 소금창고’에선 주민들이 참여하는 인형극을 열고 있다. 시흥에선 시민단체가 주도해 내년 행사 계획을 만들고, 주민토론회를 열어 시민 아이디어를 활용해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최영화 인천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연구위원은 “강화 에코 뮤지엄 사업은 주민들의 참여와 역량이 필수적인데, 강화두레사업이나 문화관광해설사 활동처럼 사업을 위한 주민 커뮤니티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주민들과 연계해 강화도가 갖고 있는 자원들을 활용한다면 강화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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