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돌 기획| 관광정책과 원도심 활성화
도시 균형발전 위해 원도심 유·무형 자산 활용 필요
인천의 가치 간직한 근현대 건축물·골목길 보존해야
관광지 이전에 주민 거주지, 주민 공감대·참여 우선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관광(觀光, Tourism)은 ‘아름다운 것을 본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내가 생활하는 익숙한 곳이 아니라 생소한 지역을 찾아가 그곳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 구경하는 것을 말한다.

‘아름다움’은 보기 좋고 즐거운 것, 기분 좋은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의 도덕적 가치와 관련한 희로애락(喜怒哀樂) 등을 포함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슬프고 기쁘지 않은 것까지도 포함한다.

그런 면에서 한 도시 또는 장소를 관광한다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인간 삶의 총체로서 공간이 간직한 ‘아름다움’을 돌아본다는 것을 말한다. 그곳 사람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고 살고 있는지, 환경은 어떤지, 그 공간을 구경하고 체험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게 관광하는 목적 중 하나다.

인천은 예로부터 해양과 항구가 있어 국내ㆍ외를 드나들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했다. 고려시대를 제외하고 인천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때는 19세기 말 개항기다. 인천은 개항과 함께 한반도 역사의 중심으로 자리했다. 신문물과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이로 인해 어촌마을에서 도시로 급변하면서 가옥 등 건축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사람은 바뀌었으나 과거 공간은 남았다.

옛 모습을 간직한 공간, 특히 개항기 근현대 건축물과 골목길 등을 잘 보존하고 이를 활용하면 인천 관광산업은 활성화될 수 있다.

인천시 관광정책이 인천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간직한 ‘원도심’으로 눈을 돌린다면, 그곳 공간 가치를 재발견하고 관광을 매개해 쇠퇴한 경제를 살릴 수 있고, 동시에 정주여건을 개선함으로써 도시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원도심을 인천의 특색 있는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도시재생과 함께 살펴야하고, 도시재생에는 주민들의 공감과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원도심 관광자원 개발은 역사ㆍ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 조사에서 시작된다. 이후 문화재처럼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

현재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 등이 추진하는 관광정책은 역사적 맥락이 없는 토목ㆍ건축물이나 대형 축제 등에 편중된 면이 없지 않다. 이 또한 신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천도시역사관은 시민들의 도시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도시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자료 인천도시역사관)

인천시 관광정책, 원도심 재생으로 선택과 집중 필요

원도심 근현대 건축물과 공간을 활용한 관광정책은 문화예술과 도시재생 등 복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에서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수도권 광역지자체 3곳의 예산(2019년도 본예산 기준)을 보면, 서울시의 지역ㆍ도시개발 분야 기능별 예산은 전체 예산의 8.77%를 차지한다. 도시재생 분야 예산은 6.16%다.

인천시의 지역ㆍ도시개발 분야 기능별 예산은 서울시보다 비중이 높은 9.53%다. 그러나 도시재생 분야 예산은 3.07%에 그친다.

인천시와 서울시의 전체 예산 규모는 세 배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 도시재생 분야 예산은 일곱 배로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 서울시가 인천시보다 더 도시재생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부산시 전체 예산 규모는 인천시와 비슷하다. 또, 부산은 항구도시이고 원도심이 많다는 점에서 인천과 비슷한 조건을 가졌다. 관광 예산도 인천시와 비슷하게 배정했다.

그런데 지역ㆍ도시개발 분야 기능별 예산에서 인천시는 9637억9919만6000원으로 부산시 4896억5845만8000원의 두 배 정도 된다. 도시재생 분야 예산에선 인천시가 3099억4346만7000원으로 부산시 1055억7375만5000원의 세 배 정도 된다.

이렇게 볼 때, 도시재생 분야 예산이 반드시 원도심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도시재생이 시의 균형발전 전략에 따라 원도심 발전을 위해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정주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도시재생은 말 그대로 도시를 다시 살리는 것이다. 원도심의 낙후한 주거환경과 정주여건 개선은 기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도시가 다시 활력을 찾지는 못한다. 사람들이 와서 살며 경제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려면 여러 요소를 갖춰야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원도심만의 가치와 매력을 살리는 방향에서 주거환경과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역사ㆍ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근현대 건축물과 골목길 등 공간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이다. 모두 부수고 새로 짓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아닌, 보존과 복원을 중심에 두는 도시재생이 그것이다.

도시재생과 연계해 원도심 특색에 맞는 관광정책을 추진해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 인천은 도시재생 사업 비중을 보다 높이고 원도심이 가진 유ㆍ무형 자산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데 예산을 더 할애할 필요가 있다.

2019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지역축제, 외형 중심에서 내실 중심으로

원도심이 가진 유ㆍ무형 자산의 가치를 도시재생으로 살리는 한편, 원도심 경쟁력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콘텐츠 개발과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인천시는 그동안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송도맥주축제 등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축제로 양적 성과를 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신도시 중심 축제는 인천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볼 때 사실상 맥락 없는 행사로 비쳐진다. 예산과 장소를 제공할 뿐, 인천의 특색을 드러내지는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경우 올해 겨우 인천의 뮤지션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송도맥주축제는 지역 상인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에서 열리는 축제 또는 행사인데, 그것도 인천 지자체가 재정 등을 지원하는데, 인천의 역사성ㆍ정체성과 연관이 없고 지역민을 배제한다면, 그저 많은 사람이 다녀간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천시는 최근에 원도심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동인천 ‘낭만시장’과 미추홀 ‘윈터마켓’을 열고, 인천의 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가게(老鋪)’와 근현대 건축물이 있는 거리 등을 소개하는 책자를 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도심의 가치를 일회성 행사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으로만 보거나 지역 관광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않거나 일회적 책자 발행에만 머문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인천도시역사관이 진행하는 ‘도시 탐사’ 프로그램은 시민들에게 원도심 등의 공간 역사와 문화를 해설하고 체험하게 함으로써 공간의 가치를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근현대사 간직한 원도심 건축물 보존하고 복원해야

인천에 개항 이후 지어진, 역사ㆍ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근현대 건축물이 200여 개 있다. 그중 80% 이상이 중구와 동구 원도심에 밀집해있다.

근대건축물로 인천제1은행ㆍ용동 큰우물ㆍ제물포구락부ㆍ홍예문ㆍ인천우체국 등이 있고, 등록 문화재로 옛 중구청사ㆍ옛 인천세관 창고ㆍ공화춘 등이 있다.

2011년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로 지정된 중구 신포동과 동인천, 북성동 일원은 역사ㆍ문화 관광지역으로 발전했다. 역사ㆍ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 무분별한 철거를 피하고, 신축 건축물 고도 제한을 뒀다.

그러나 문화지구 이외 지역에선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건축물과 공간이 무분별하게 철거되거나 주차장으로 변질되는 안타까운 일도 잦았다.

특히 1912년 건립돼 100년 이상 건재함을 과시한 애경 비누공장(애경사) 건물은 보존 가치가 많았음에도, 2017년에 동화마을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을 짓겠다고 철거했다. 이어 1897년 건립된 답동성당 앞 가톨릭회관이 철거됐고, 그 뒤로 송주옥과 조일양조장, 동방극장 등이 차례로 사라졌다.

동구에도 근현대 역사ㆍ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미림극장과 화평동 도시형 한옥, 송림시장, 송현동 조선기계제작소 노동자 연립주택, 동인천우체국, 옛 인천양조장, 조흥상회 건물, 만석부두 신일철공도 등 보존 가치가 높은 유적이 많다.

동구 배다리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근대 건축물은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이 묻어 있는 인천의 자산이다. 경제 논리로 무턱대고 철거하는 것은 인천 역사를 몰이해한 데서 비롯한다.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잘 조사해 복원하고, 특히 주민들이 주도해 공감대를 얻는다면 관광 효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목선 건조용 ‘배 못’을 만들던 신일철공소를 두고 최근 ‘철거’와 ‘보존’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도시ㆍ골목길ㆍ근대 유적 등, 둘레길 조성해 관광자원 활용

인천시는 근현대 건축물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올해 초부터 진행하고 있다. 11월까지 할 예정인데, 1차 조사를 마친 상태이고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2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건축물의 과거와 현재를 조사하고 미래가치를 평가하겠다는 것은 다행이다. 시는 이 조사로 건축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유지ㆍ보수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문화재 지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인천에 남아 있는 근현대 건축물 중 대다수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다. 역사적으로 부정적 유산이지만, 그 자체로 당시 역사를 직시하고 인천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가치가 있다.

이번 조사가 기존 조사를 재탕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시선도 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근현대 건축물 조사의 핵심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을 발굴하는 데 있다. 일제강점기에 작성한 등기부를 토대로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기존 건축물 조사를 재탕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그러면 제2의 애경사 사태를 막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조사와 그를 토대로 한 가치평가가 이뤄지면, 관광자원으로 다각적인 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시는 최근 ‘원도심 골목길 재생사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9월 초 용역 착수 보고회를 진행했고, 내년 6월에 기본 방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원도심 근현대 건축물 조사와 골목길 재생사업 기본계획 수립은 원도심의 유ㆍ무형 자산 가치를 재발견해 광광자원으로 만들고 도시재생과 연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민 참여구조 마련하고 공감대 얻어야

원도심 재생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행정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 공감대 형성과 참여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관 주도 사업 추진을 지양하고 주민위원회 등을 적극 조직해 초기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한다.

역사ㆍ문화적 보존가치가 있는 근현대 건축물을 경제논리로 무턱대로 허물고 아파트를 짓거나 주차장을 짓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고유의 역사ㆍ문화적 특색을 버리는 것은 원심심이 재생할 수 있는 가치를 없애는 것과 같다.

또한 원도심은 관광지 이전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원도심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살리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정주여건을 조성하는 복합적인 도시재생과 관광정책 연계가 요구된다.

인천만의 가치와 역사를 간직한 원도심으로 시야를 돌린다면, 원도심과 신도시의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뒤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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