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옥 인천평화복지연대 복지사업국장

[인천투데이] 올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지 20년째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1997년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로 인해 가족 해체와 실업자ㆍ노숙자 급증 등 각종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됐다.

연령과 노동 능력을 구분해 생계비를 차등 지원한 ‘생활보호법’과 달리, 연령이나 노동 능력을 구분하지 않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생계ㆍ교육ㆍ의료ㆍ주거ㆍ자활 등에 필요한 경비를 지급해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보장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더 이상 빈곤이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의 책임과 의무로 인식되고, 복지를 시혜적 관점으로 볼 게 아니라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 사회보장제도로 자리매김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지난 20년간 빈곤계층에게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왔지만, 사각지대나 낮은 보장 수준 등은 한계로 계속 지적돼왔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사건이나 관악구 탈북 모자 사망사건처럼 복지 사각지대의 비극은 반복되고 있다.

이런 복지 사각지대 발생 원인으로 부양 의무자 기준이 첫 번째로 꼽힌다.

부양의무자 기준이란 소득ㆍ재산 수준이 수급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일정 이상 소득ㆍ재산을 가진 부모, 자녀와 그 배우자가 있으면 생계급여 등을 받을 수 없게 한 제도다. 이런 기준은 빈곤 문제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애초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있지만, 그 효과를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또, 기준 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 수급자 선정 기준을 과감하게 완화하기 위한 개선과제를 검토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정부 내 협의를 거쳐 내년 제2차 종합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빈곤을 개인이 아닌 국가의 책임과 의무로 하겠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애초 목적과 취지가 이제야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완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30%여야 받을 수 있는데, 4인 가족일 경우 약 138만 원이다. 겨우 먹고 살만큼의 최저 기준이다. 이 급여로는 빈곤계층이 기본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

또한 까다로운 수급자 선정기준은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도 제대로 지원할 수 없게 한다. 복지 사각지대의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사각지대엔 놓인 이들을 발굴해서 지원하겠다며 조사하지만, 실제 지원은 10% 정도 수준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지 2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아직 우리에게 ‘최후의 안전망’이다. 정부는 기초생활 보장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고, 사회안전망과 맞춤형 돌봄서비스 등을 강화해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최후의 안전망’이 아닌 ‘최선의 안전망’이 되는 것. 그것이 포용적 복지국가를 향한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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