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인천투데이] 얼마 전 ‘부평도호부 복원 학술대회’가 열렸다. 건물 복원에 한정한 것이 아니라 경관 복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 눈에 띈다. 현재로서 관아 건물의 원형 복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본래 모습을 알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 목적 혹은 문화유산 재현이란 측면에서 접근은 가능하다. 어차피 원형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면 마땅한 장소에 적절한 공간 구성을 새로 해놓는 것도 나쁘진 않다. 시민들의 여가 생활에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복원을 생각한다면, 건물보다는 경관에 더 힘을 쏟는 것이 좋다. 인천의 경관은 자연적인 변화에 앞서 인위적인 훼손을 겪은 경우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고갯길이다. 현재 인천 내륙지역에서 원형과 같은 모습으로 남은 고개는 없다. 여기서 원형이란, 형태뿐만 아니라 용도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징맹이고개라고 흔히 부르는 경명대로를 보면, 본래의 고갯길이 아닌 다른 곳에 직선 도로를 뚫어 차들이 빠르게 왕래할 수 있게 변형시켰다. 그런 탓에 옛 고갯길은 인적이 끊겨 서서히 소멸해 가고, 새로 만든 도로를 사람이 걷는 건 고역인 상황이 됐다.

보다 더 주목해야할 곳은 장고개와 성현이다. 이 둘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고갯길이다. 그 원인은 군사시설에 있다. 미군기지를 비롯한 군부대가 꽤 오래 전부터 고개 입구를 막고 들어선 까닭에 일반인의 왕래는 불가능했다. 조만간 부평 캠프마켓이 반환되면, 부대 내 시설 등의 활용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캠프마켓 부지의 궁극적인 반환은 장고개와 성현의 복원이 완료될 때 비로소 끝나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인천지역 특성상 고갯길과 더불어 사라진 길 중의 하나가 나룻길 또는 포구길이다. 장기간에 걸쳐 인천 해안이 매립돼왔기 때문에 나루나 포구는 옛 모습의 흔적을 사실상 찾을 수 없다. 그나마 북성포구, 만석부두, 화수부두, 소래포구 등이 남아 있어 과거의 정취를 접할 수 있게 해준다고는 하지만, 이들 모두 경관의 원형은 아니다. 경인아라뱃길에는 시천나루 선착장이 설치돼있다. 실제 시천천에는 나루터가 있었는데, 그것에 연유해 만든 것인지, 사실 여부는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안내문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건 아쉽다.

며칠 전, ‘친수공간 관점에서 본 인천 해안비전과 과제’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갯벌과 포구’의 활용, 철책 제거 등에 관한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친수공간이란 단어는 고립적인 의미가 강하다. 나루와 포구는 마을과 연결돼 있었고, 이동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니 바다와 가까워진다는 것과 바다를 넘어선다는 건 다른 개념이다. 사라진 나루와 포구에 주목하면 바다는 머무는 곳이 아니라 활용하는 곳이 된다.

또한, 나루터까지 이어진 나룻길은 사연을 담은 길이다. 그 길에는 시대마다의 경관이 스며있다. 해안선 복원이 필요하다면 이 길을 우선 찾아 옛 모습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그렇게 할 때, 민중의 희망과 괴리되지 않은 친수공간 조성도 가능하다.

여기저기서 근대 유산, 도시 유적, 역사 복원 등의 단어가 유행이다. 그러한 것들에 관심이 높아진 건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보존하고 복원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우리가 바라본 세상은 어떤 눈높이에 있었는지, 그걸 찾아내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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