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멧돼지 사체 ‘돼지열병’ 검출… 유입 가능성 부각
“남북 말라리아 퇴치 공조 '타산지석'… 국제공조 확대해야”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국방부가 DMZ(비무장지대)에서 헬기를 동원해 7일간 방역 작업을 실시하겠다고 북한에 통보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경로로 DMZ 내 멧돼지가 부각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접경 지역인 경기도 파주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한 후 주로 접경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연천군 내 비무장지대(DMZ) 야생멧돼지 사체에서 돼지열병이 검출되면서 멧돼지를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일 연천군 DMZ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 혈액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정밀 진단한 결과 돼지열병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9월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5월 북한에서 돼지열병 발병을 확인하고도 북한 멧돼지 등을 돼지열병 유입 가능성을 낮게 봤던 정부는 뒤늦게 '멧돼지를 통한 유입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가 DMZ 내 멧돼지 사체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 검출을 확인하면서, 북한 접경지역을 통한 유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DMZ는 이미 상당히 번졌을 가능성이 높다.

멧돼지를 포함한 돼지류는 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극히 미량만 노출돼도 쉽게 감염될 수 있는 데다, 다른 야생동물들이 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 사체나 배설물 등과 접촉해 전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DMZ가 철창으로 막혀 있어 멧돼지가 DMZ를 넘나들기 어렵다고 해도, 철창을 통과하거나 넘나들 수 있는 다른 야생동물에 의해 DMZ 내 바이러스가 남쪽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국방부는 북측에 DMZ 긴급 방역을 통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4일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DMZ를 방역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헬기를 투입해 방역을 시작했으며, DMZ를 포함한 민통선 이북 지역 모든 접경지역을 7일간 방제할 계획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강화군 살처분 매몰지

남측에서 돼지열병은 지난 9월 17일 파주에서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13번 발생했다. 파주에서 발생 후 김포를 거쳐 강화까지 남쪽으로 확대됐다가, 다시 파주와 김포에서 발생하면서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강화도의 경우 돼지열병 발생지역에서 3km 안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차단 확산을 위해 군내 돼지를 전량 살처분 했는데, 인천 서구와 인접한 김포에서 13번째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인천과 경기, 충청도는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인천 서구가 뚫리면 인접한 계양구가 위험하고, 남동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남동구는 경기도와 인접하고 있어, 인천시와 방역 당국은 사실상 인천을 바이러스 차단의 최후 저지선으로 보고 소독과 방역에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돼지열병 발생이 3주 차에 접어들었지만, 방역당국은 여전히 정확한 발생 원인과 감염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돼지열병은 남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재앙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실상 최후 방어선이나 다름없는 인천과 경기도 동부권이 뚫리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를 전망이다.

아시아 돼지열병은 지난해 8월 돼지열병이 중국으로 유입한 데서 비롯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70% 이상 뛰었으며, 중국 내 돼지 수는 40%가량 줄었다.

한국보다 먼저 돼지열병이 발생한 북한은 상황이 더 안 좋다. 국정원은 24일 국회 보고 때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5월 돼지열병 발생을 공식 신고한 후 북한 전역으로 확산됐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중국 유입 이후 지금까지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건수는 약 638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베트남에서만 6000건이 넘게 발생해 피해가 심각했다.

남북한 접경지역에서만 방역을 공조할 게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에서 방역 공조가 시급한 상황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백령도에서도 새끼돼지 7마리가 폐사해 돼지열병 의심 신고를 접수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다”며 “남북 접경지역에서 말라리아 퇴치 등을 공조했다. 돼지열병은 북한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아는데, DMZ 접경지역뿐만 아니라 도서 지역에서도 공조가 필요하고, 동아시아 국제공조로 확대해야 한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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