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과정에서 심한 고통 동반
살처분 작업자 심리상담 필요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10월 3일 새벽,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강화군 내 돼지 4만3602마리 살처분이 끝났다. 군부대와 경찰은 방역을 위해 살처분 현장 주변 교통통제에 나섰으나, 돼지들이 내지르는 괴성까지 통제할 수는 없었다. 현장 근처 거주민은 “돼지 소리에 잠을 못 잤다”고 했다. 현장 관계자는 “썩은 냄새가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물도 인간도 모두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강화군 한 매몰지.

살처분은 이산화탄소로 질식시킨 후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통에 담아 매몰지로 가져가 묻는 식으로 진행한다. 질식은 이산화탄소가 공기보다 무겁다는 점을 이용해 땅을 파고 돼지들을 몰아넣고 분사하는 식이다. 이때 돼지들이 고통스러워 괴성을 지르고 숨을 쉬기 위해 서로 짓밟으며 땅 위로 튀어 오르려 발버둥 친다.

살처분 현장 관계자는 “처참한 광경이었다”고 전했다. 2013년 개정된 ‘가축 살처분ㆍ매몰 처리 매뉴얼’을 보면, 살처분에 앞서 반드시 이산화탄소로 안락사 시켜야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은 ‘이산화탄소 질식은 심한 고통을 동반한다’며 고통이 덜한 질소 안락사 정책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살처분 동안에도 돼지 수는 늘어났다. 어미돼지가 새끼돼지를 자꾸 낳기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죽는 것이다.

살처분 현장 관계자는 “일부 농장주는 처분 시점을 늦추려하는데, 돼지 수가 늘어나면 받는 보상금이 많아져서 그렇다더라”고 한 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 어미돼지가 새끼돼지를 물어 죽일 수도 있기 때문에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살처분 작업자는 “돼지들의 소리와 냄새는 10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구제역ㆍAI 등에 따른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 중 4명이 사망하고, 5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한 연구 결과, 살처분 작업자는 일반인보다 우울증과 부정적인 정서가 높게 나타났다. 정부 차원의 심리 상담과 치료 등,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무원뿐 아니라 살처분 작업자 전체로 확대하면 심리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대상은 더 늘어난다. 특히, 이번 살처분 작업자 상당수가 이주노동자로 이뤄져, 통역 등 지원절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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