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북일회담 때 100억 달러 추산… 현재 1000억 달러 안팎
김창록 교수, “북미ㆍ남북관계 좋을수록 ‘일본 불안감’ 커질 수밖에”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북미 실무회담이 무르익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 이후 3개월여 만에 실무회담 일정이 나왔다.

북미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실무회담을 예고했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1일 담화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고, 같은 날 미국 국무부도 실무협상이 일주일 이내 열릴 것이라고

북미 실무회담이 무르익으면서 북미관계 개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무회담이 진행되는 상황을 봐야겠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와 대북제재 일부 해제, 개성공단ㆍ금강산관광 재개 등이 국내외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구축을 골자로 한 북미회담이 무르익을수록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더 진전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환기에 불안이 커지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일본이다. 북미대화가 깊어질수록, 일본의 ‘일본 패싱’에 대한 불안은 커져만 간다.

여기다 일제 전범 기업한테 배상 책임을 결정한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은 향후 북한과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 협상 때 북한에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라, 일본의 불안을 클 수밖에 없다. 배상금 규모만 1000억 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1965년 한일청구협정으로 국가 배상문제를 정리했지만, 북한과 일본은 아직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았다.

2002년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하고, 배상문제 협의를 진행했으나 중단된 상태다.

한국 대법원 판결은 일제에 피해를 입은 개인의 청구권이 국제법적으로 유효하다며, 일본 전범 기업들이 청구권자에게 배상하라고 결정한 판결로, 이 재판은 향후 북일 간 불법 식민지배 배상 협상 때 북한 측에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법을 통해 본 한일 과거청산’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ㆍ새얼문화재단)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창록 교수는 북한의 대일본 배상 청구권 협상 때, 한국 대법원 판결이 지렛대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북한이 요청하면 남북공조가 필요한 사안이다고 밝혔다.

김창록 교수는 “한일 회담은 14년 정도 진행했고, 북일 회담은 1991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20년을 훌쩍 넘었지만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에서 북일 정상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무라야마 담화로 일본은 식민지배에 사죄하고 반성하며, 배상문제는 한일협정처럼 경제협력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했”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세부사항이 정해지지 않았고, 북한의 대내외 여건도 달라진 만큼 북한은 2002년과 달리 공세적인 입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2002년 공동선언 채택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로 어려운 시기였다. 북한도 급했기 때문에 한국과 비슷하게 합의하는 것을 수용했고, 일본이 이를 관철했다”며 “그러나 당시 세부적인 내용은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는데 중단됐다. 다시 협상을 해야 한다. 논의할 때 한국 대법원 판결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또 “일본은 한일협정처럼 북한에 식민지배를 부정하며 ‘합법 식민지배에 따른 징용’에 대해서만 인정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대법원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위법이고, 강제동원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판시했다”며 “2002년 고난의 행군 때 북한은 수세적인 입장에서 일본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과 배상에 대해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고, 이때 한국 대법원 판결이 상당한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되면서 일본의 식민지배를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 2000년대 초반 평양에 갔을 때 남쪽 자료가 이미 북측에 상당히 제공됐다. 그래도 여전히 일본 쪽에 자료가 많다. 북한은 자료 접근이 어려우니, 북한이 요청하면 한국이 도와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2002년 100억 달러는 한일협정에 기반해 추산... 이젠 상황 바뀌어

2002년 당시 북한과 일본이 추산한 배상 규모는 약 100억 달러이다. 이는 한일협정 당시 일본이 한국에 지급한 5억 달러(무상 3억, 장기차관 2억)를 2002년 시점에 자산가치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적용한 금액이다.

김창록 교수는 “2002년에는 100억 달러였지만, 지금은 더 늘어날 것이다. 북한은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과 배상을 명확히 하면서 협상할 것이다. 북한 역시 경제 발전을 위해 배상금을 가급적 빨리 받고 싶어할 것이다”며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일 협상 때 일본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일제 강제동원 문제는 애초에 청구권 협정 대상이 아니기에 한국인 피해자 개인이 법원에 피해 구제를 청구할 수 있으며, 한국 정부도 일본 정부에 피해 구제를 요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김 교수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2일 새얼아침대화 강연 때 “국제법을 근거로 한 것이며, 일본의 한반도 지배가 불법적인 식민지배라는 사실을 명시해 일본에 식민지배 책임 문제를 제기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대법원이 강제동원을 판시한 데 주목했다. 김 교수는 “일본은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며 당시 일제의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을 근거로 징용은 합법이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강제동원’은 식민지배는 불법이었고, 따라서 일제의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이 적용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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