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영상단지 조성 등 활용방안 찾아야
경제청, 뚜렷한 활용방안 없이 '철거' 결정
LH "해당 토지 아직 구체적인 활용계획 없어“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인천 영종도에 있는 '밀라노디자인시티 트리엔날레' 건축물 철거 문제를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관광자원으로 활용가치가 있는 ‘밀라노디자인시티 트리엔날레’를 지난달 25일 철거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시와 경제청은 활용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수백억 원 가치의 건축물을 무턱대고 허물고, 건물 임차인을 쫓아내듯 내몰아 '근시안적 행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영종 밀라노디자인시티 '트리엔날레' 건축물

시는 지난 2007년 이탈리아 밀라노를 본뜬 전시문화복합단지인 밀라노디자인시티 사업을 추진했다. 트리엔날레는 2009년 이탈리아 건축가 알레산드로&프란체스코 멘다니와 건축가 김석철 씨가 함께 작업해 조성됐다.

당시 토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무상 제공했으며, 건축물은 민간투자금 150억 원으로 지어져 인천경제청에 기부채납 됐다.

그런데 장밋빛으로 그려졌던 밀라노디자인시티 사업은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단됐다. 대신 건축물을 소유한 인천경제청은 최근까지도 건물을 임대해 수익을 챙겼다.

트리엔날레를 임차해 드라마 촬영 세트장으로 사용한 아라 엔터테인먼트는 2014년부터 4년간 총 8억6000만 원의 임대료로 지급했다.

트리엔날레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는 날에는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오고 갔다. 이 곳에서 촬영된 드라마는 연간 6편 내외이고 그동안 30여 편이 제작됐다.

트리엔날레 세트장에서 '한류' 드라마를 촬영하면 중국·일본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사진제공 아라엔테테인먼트)

아라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촬영 세트장으로 지역에서 먹고사는 업체만 10곳이 넘는다. 그리고 촬영하면서 영종도 호텔 3000실을 사용하고, 많은 인원이 식사도 영종에서 해결한다. 하물며 톨게이트에 내는 돈만 10억 원이 넘었다”고 주장했다.

또, “촬영을 하면 한류 붐을 타고 중국·일본 관광객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인천공항 인근이기 때문에 영상단지 조성과 관광 자원 활용 등 활성화 방안은 찾으면 있다. 시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4년을 임차해 사용했는데, 계약기간도 2개월, 4개월 등 단기로 쪼개서 계약하는 바람에 촬영 일정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적자를 보고 나가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토지는 LH 소유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원상복구를 요청해 왔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고 LH로부터 ‘개발계획 수립 중’이라고만 들었다. 또, LH가 무상으로 빌려주고 경제청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감사에서 지적됐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물을 임차해 사용한 업체와 사용기간을 2·4개월씩 연장한 것은 LH가 반환 요청을 계속했고 어떻게든 연장해 업체가 사용하게 하려는 경제청의 노력이었다”고 해명했다.

업체는 드라마 촬영 세트장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트리엔날레 내부

LH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으로 트리엔날레 부지에 대한 개발 계획은 서지 않았다. 현재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트리엔날레 건축물은 애초부터 가설 건축물이었기 때문에 철거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엔날레 건물이 철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9월 초 인천시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철거를 반대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철거 반대 이유는 ▲트리엔날레의 높은 문화예술적 가치 ▲관광도시 인천을 지향하는 시 정책에 정면 배치 ▲K-POP을 이용한 전략적 활용 가능 ▲건축물 재생으로 문화예술 불모지 영종도에 필수적 공간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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