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출장계획서엔 ‘시찰’, 업체계획서엔 ‘관광’
“행정사무감사 논의 사안 산적 해 있어” 비판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인천 남동구의회 총무위원회가 행정사무감사를 코앞에 두고 추진 중인 해외연수 일정 대부분이 관광지 방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동구의회가 공개한 ‘2019년 남동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계획서’ 일정을 보면, 총무위원회는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스위스를 방문한다. 의원들은 1인당 300만 원을 지원받는다.

'2019년 남동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계획서' 중 총무위원회 세부일정

구의회는 의원들이 견문을 넓혀 현재 남동구에서 추진중인 주요현안 사업에 접목시키기 위해 해외연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의회?지방자치 현황?문화와 관광활성화 관련 자료?쓰레기 재활용 실태 파악?쾌적한 환경?재난관리 방안 등을 과제로 꼽았다.

세부일정을 보면, 오스트리아 바덴시 의회, 바덴시 관광청, 슈피텔라우 소각장, 스위스 취리히 환경국, 스위스 소방 방재청 등을 공식 방문한다.

 

'인천투데이'가 입수한 인천 남동구의회 총무위원회 국외출장 관련 자료

하지만 <인천투데이>가 입수한 해외연수 자료에 따르면, 공식 방문 일정을 제외한 모든 일정은 ‘시찰’이 아닌 ‘관광’으로 드러났다.

2일차인 10월 23일 일정은 오전에 슈피텔라우 소각장 방문 후, 오후에 관광산업 우수사례 시찰을 위해 ‘비엔나 시내를 견학’ 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런데 이번 연수를 진행하는 업체 계획서엔 오후 일정은 모두 관광일정으로 기록돼 있다.

3일차인 10월 24일 일정은 오스트리아 일정을 마치고 스위스로 이동하는데, 업체 계획서에 따르면 이동시간을 빼면 모두가 관광일정이다. 이날 진행하는 ‘동계올림픽 개최시설 시찰’은 남동구 행정 목적과 맞지도 않는다.

마지막 날인 10월 26일 일정인 스위스 융프라우는 전 일정을 관광일정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날 업체가 계획하고 있는 루체른은 스위스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훌륭한 주위 경관과 철도?도로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는 이점들 때문에 스위스에서 가장 크고 주요한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남동구의회는 11월부터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있다.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의회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주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자치단체 정책을 감시?감독?평가해 문제점을 찾아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을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올해 남동구에선 소래포구 언더라인 파크 용역 발주와 관련한 문제, 남동구민축구단 조례 통과 과정에서 잡음, 돼지열병으로 인한 소래포구 축제 취소 등 행정사무감사에서 논의해야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이번 외유성 해외연수로 행정사무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여대야소 의회 구도에서 ‘구청장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남동구의회가 또 다른 직무유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정석 남동평화복지연대 사무국장은 “남동구의회는 ‘구청장 거수기 전락’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이번 행정사무감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야한다”며 “지난해도 같은 문제로 논란이 돼 올해 조례 개정으로 공무국외출장 심의위원회 논의를 강화했지만 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규진 남동구의회 총무위원장은 “관광일정으로 적시된 문서는 의회 사무처 직원이 작성한게 맞다”면서도 “많은 업체가 견적을 제출했고, 총무위원회 의원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해하기 쉽게 ‘관광일정’ 등의 표현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해외연수는 어느 때보다 공식기관 방문 등 일정이 많다. 관광 등을 할 여유도 없다”고 엉뚱한 변명을 늘어놨다.

이번 해외연수가 행정사무감사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이미 행정사무감사는 준비하고 있다.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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