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제1회 애스컴 블루스 페스티벌’ 개최
신촌블루스 엄인호 “인천 부평 한국 대중음악의 산실”
"제2회는 '캠프 마켓' 내에서 역사적인 공연 추진"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노란 개나리꽃 미군부대 담장 가에 / 활짝 핀 봄이 오면 / 하얀 얼굴 빨간 입술 여인들 / 신촌교 다리 위에 / 작은 리어카 멍게 장수 / 살짝 핀 옷핀으로 / 처음 먹어본 멍게 한 점 / 모두 어디로 갔을까 / 지금 어디에 있을까 / 꿈 찾아 갔을까 사랑 따라 갔을까 / 행복 했으면 좋겠네 / 잘 살았으면 좋겠네’ <정유천블루스밴드 ‘신촌’ 노랫말>

인천 부평의 가을밤이 ‘블루스’ 선율로 가득 찼다. 정유천블루스밴드의 곡 ‘신촌’이 지난 27일 저녁 부평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깊어가는 가을밤 하늘이 노랗고 빨갛게 변하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부평의 밤이 더욱 깊어갔다.

지난 27일 부평공원 야외 특설무대에는 부평을 한국대중음악의 중심지로 재조명하기 위한 ‘제1회 애스컴 블루스 페스티벌(ASCOM BLUES FESTIVAL)'이 열렸다.

이날 700여 명의 관객들이 모여 공연을 관람하고 공원에 산책을 나온 수많은 시민들이 오가며 공연을 지켜봤다. 공연 장소는 ‘인천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상’과 ‘인천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광장에서 진행돼 의미를 더 했다.

이날 저녁 7시경 펼쳐진 주 공연무대에는 국내 대표적인 블루스 밴드 신촌블루스와 김목경밴드, 그리고 정유천블루스밴드가 연주를 이어가며 시민들을 블루스 선율에 빠지게 했다.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대표 이장열) 주최로 열린 페스티벌은 주 공연에 앞서 오후 1시에 부평공원 외곽 신촌지역 둘레길을 순례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 미군기지 영외 클럽 드림보트가 있던 현재 부일옥과 미쓰비시 줄사택, 동수역과 부평교회 옆 유니버셜 클럽 자리 등을 돌아보는 코스다.

둘레길 순례 후 이어진 무대에는 이은선 '공연창작소 지금' 대표가 애스컴시티 사랑노래를 음악극으로 구성한 ‘부평, 애(愛). 노래’가 공연을 펼쳤다. 그리고 어린 학생들로 구성된 올스타주니어빅밴드와 솔라밴드·예술빙자사기단이 뒤를 이어 무대에 올랐다.

이어서 본 공연에는 인천을 대표하는 그룹 정유천블루스밴드가 무대에 올라 ‘신촌’ ‘CCR메들리’ ‘누구없소’ 등을 연주했다. 밴드 리더 정유천이 60~70년대 부평 신촌 미군 기지촌에 대한 기억을 더듬고, 당시 사람들의 애환을 서정적으로 노래한 ‘신촌’은 페스트벌 개최 취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다음으로 80년대 한국 블루스 스타일을 선보이며 대중의 이목을 끌며 음악인들을 배출한 신촌블루스가 무대에 올라 대표곡 ‘골목길’ ‘나그네의 옛이야기’ ‘아쉬움’ 등을 연주했다. 백발의 긴 머리를 자랑하는 리더 엄인호의 기타 소리에 시민들은 리듬을 타고 환호했다.

분위기를 이어받은 김목경밴드는 ‘산을 돌아’ ‘빗속의 연인’ ‘Shake your money maker' 등을 연주하면서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고 공연은 마무리됐다.

정유천블루스밴드

미군기지 ‘애스컴’, 새로운 음악 국내 유입·확산 창구

부평은 해방 이후 미군이 들어서면서 군부대 도시로 조성된 특수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앞서 일제강점기에는 미쓰비시 등 전쟁 물자를 생산하던 곳으로 아픈 기억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일제가 물러가고 미군이 들어서면서 보급·통신·공병대 등 7개 부대가 주둔했고, 병원과 비행장도 있는 등 애스컴‘시티’라는 명칭으로 불려졌다.

당시 미군기지 내외에는 크고 작은 클럽 40여 개가 성업을 했다. 미군 클럽에 들어가 연주를 하기 위해 국내 각지에서 음악인들이 부평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부평 신촌 쪽에 모여서 살았다.

미군 클럽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블루스·컨트리 등이 주를 이뤘고, 최신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클럽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고 확산됐다.

부평이 그러한 창구 역할을 했는데, 여기서 활동을 하던 음악인들과 새로운 음악이 국내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준 밑거름 역할을 했다.

인천 특히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산실이라고 일컫는 것도 이를 근거로 하고 이다. 당시 음악인들의 활동이 관련이 없다고 한다면, 서태지가 갑자기 출현하거나 현재 BTS가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현상은 설명할 길이 없다. 서태지는 시나위 출신이고 시나위는 신대철이 리더이고, 신대철은 미군기지에서 음악활동을 한 신중현의 아들이다.

부평 클럽을 오고간 대표적인 음악인으로는 배호, 한명숙, ‘키보이스’ 김홍탁, ‘위대한 탄생’ 김청산 등이 있다. 당시 음악인들은 직·간접적인 교류를 하고 음악작업을 통해 성장했고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더욱 발전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장열 대표는 “원래 기획은 미군기지인 ‘캠프 마켓’ 내에서 진행하고자 했는데, 허가가 나지 않았다. 부평이 음악도시로서 다시 조명되고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길 바란다. 현재 미군기지 반환 일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 같은데, 내년에는 미군기지 내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촌블루스 엄인호, 보컬 제니스(오른쪽)

“부평은 한국대중음악의 산실이다”

이날 공연에 참여한 신촌블루스의 리더 엄인호는 '인천 부평이 한국대중음악의 산실 역할을 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하다"면서 말을 이었다.  

“나는 부산에서 음악 DJ생활도 했는데, 음악한다고 했더니 집안에서 반대가 심했다. 그 뒤로 가출해서 여기저기 다녔고, 부평에도 자주 왔다. 당시 음악인들과 미군들과 친하게 지냈다.”

당시 부평 음악인들은 비참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다행히 미군 클럽에 가서 연주를 하면 돈이라도 벌었는데, 그렇지 않으면 돈벌이 하기기 쉽지 않아서 굶거나 당시 기지촌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부평은 한국 음악이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당연한 말이다. 60~70년 당시 서울 이태원을 제외하고 제일 음악적으로 번창한 곳이 부평이었다. 그 때 만난 음악인은 김태화와 ‘사랑과 평화’의 이철호다. 그 외에는 다들 나보다 연배가 높은 선배들이었다.”

신촌블루스는 1986년 엄인호와 이정선이 중심이 돼 만든 그룹이다. 한영애·김현식·박인수·정서용·이광조·봄여름가을겨울 등이 음악을 함께 했다. 여기에는 이문세를 탄생시킨 이영훈도 있다. 엄인호는 특히 김홍탁과 친했다.

“인천 출신 음악인들이 실력이 좋다. 인천은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는 도시였고, 국내로 확산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지금 하는 음악은 서양으로부터 왔지만 한국적인 음악으로 더욱 발전했으며, 인천에서부터 전파된 것이다."

“앞으로 어쿠스틱 음악을 시도하고 있는데, 거의 녹음을 다 했는데, 컴퓨터가 다운돼 실패했다. 다시 시도할 예정인데 마음이 아프다. 어쿠스틱 라이브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음악인은 항상 머리 속에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 애스컴 블루스 페스티벌도 오늘 공연을 계기로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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