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인천지부장

[인천투데이] 9월 28일, 검찰 개혁을 바라는 촛불집회에 200만 명이 모였다고 한다.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 출신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1963년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이야기했고, 홀로코스트(대학살)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 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고 주장했다.

아렌트는 1960년께 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한 독일의 나치스 친위대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이 체포되자 미국 잡지 <뉴요커> 특파원 자격으로 재판을 참관했다. 재판 과정에서 아이히만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내적 갈등 없이 관료주의의 효율을 위해 임무를 기술적으로 수행했을 뿐이었다.

1960년 아이히만이 체포됐을 때 사람들은 그가 포악한 성정을 가진 악인일 거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반대로 지극히 평범하고 가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아이히만을 검진한 정신과 의사들 역시 아이히만이 매우 ‘정상’이어서 오히려 자신들이 이상해진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단다.

미국 심리학자 밀그램에 의하면, 분업이 표준화된 현대사회에서도 역시 책임이 분산되고 이를 전가하기 쉬워져, 권위에 매우 취약하고 권위에 쉽게 복종해 자신도 모르게 너무 쉽게 악(행)에 가담한다. 그러나 다행히 권위에 대항하는 아주 작은 목소리나 양심과 자제심을 호소하고 부추기는 작은 움직임에도 다시 인간성을 회복해 올바른 판단과 행동이 가능해진다.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검찰 개혁의 촛불을 만들었고, 검찰 개혁의 촛불은 많은 국민에게 밝은 빛을 비추어줬을 것이라 생각한다. 검찰 역시 이를 알고 생각하기를 희망한다.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 또한 우리와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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