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 지난 9월 8일은 김포 건설현장에서 인천출입국과 서울출입국의 합동단속을 피하다가 8m 지하로 떨어진 미얀마 이주노동자 딴저테이 씨가 뇌사로 사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부평역사 앞 공원에서 딴저테이 씨 사망 1주년을 기리는 추모집회와 사망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법무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딴저테이 씨 사망사건은 지난해 추석 연휴, 단속으로 사망하고도 한국 사람들에게 장기기증을 결정한 미담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딴저테이 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당시 단속에 공권력의 횡포와 남용, 무책임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법무부에 책임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가인권위회는 딴저테이 씨 사망 책임이 출입국외국인청에 있음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징계하라는 권고를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사망 책임 인정도, 관련자 징계도, 유가족에 사과도 없다. 책임 소재는 딴저테이 씨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단다.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법원 뒤에 숨는 꼴이다. 유가족 측 변호사가 입증하는 만큼만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딴저테이 씨 추모제에선 지난 1년간 사망한 미얀마 이주노동자 9명도 같이 추모했다. 목동 빗물 펌프장 사고로 사망한 미얀마 이주노동자는 분향소도 없다가 동료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겨우 분양소를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다른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재해, 약 부작용으로 사망하거나 스스로 삶의 의지를 꺾기도 했다. 그렇게 한국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채로 사라져갔다. 한국으로의 이주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결심이고 모험이며 희망인지 알기에, 이들의 죽음을 기리는 추모제는 물론 법무부 규탄 집회도 매우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이들의 죽음을 기억하자고 다짐하는 것이었다.

추모제가 열린 같은 시각 서울에선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15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딴저테이 씨 추모제에 참석한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현실은 무시한 채 고용허가제를 기념하는 한국정부의 잔인함을 성토했다.

추모제를 지낸 후에도 이주노동자 사망 소식을 계속 들어야했다. 9월 10일, 영덕 오징어 가공업체에서 이주노동자 4명이 안전마스크도 없이 내장부패물이 쌓인 탱크를 청소하다가 질식해 사망했다. 9월 24일엔 김해에서 출입국 단속을 피하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

청와대 앞에서는 딴저테이 씨 사망 책임을 인정하고 이주노동자 죽음을 부르는 단속을 중단하라는 릴레이 1인 시위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단속은 여전히 지속되고 다치고 죽는 이주노동자 소식은 연달아 들려온다.

정부는 침묵으로 딴저테이 씨의 죽음이 잊히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노동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권력에 쫓기다 다치거나 죽는 또 다른 딴저테이 씨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기에 딴저테이 씨 죽음은 잊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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