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금강산, 화천 평화의댐에서 붕어섬까지
“10.4선언에 맞춰 좋은 소식 들리길”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인천 시민 30여 명이 지난 27일 강원도 화천에 모였다. 이들은 지금은 닿을 수 없는 금강산을 다시 마주할 수 있길 바라며 함께 길을 걸었다.

화천 평화의댐.

‘열려라! 금강산길’은 시민이 만드는 평화순례길이다. 8·15부터 10·4까지, 시민들은 인천 강화에서 시작해 김포·파주 등을 지나 금강산이 보이는 고성, 그리고 다시 서해 연평도까지 총 8회에 걸쳐 길을 걷는다.

‘금강산길’은 한반도 평화와 개성공단ㆍ금강산관광 재개를 바라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들어졌다. ㈜인천투데이, (사)인천겨레하나,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 평화도시만들기인천네트워크, (사)나눔과함께, 강희철재단이 후원한다.

화천은 그중 다섯 번째 코스이다. 참가자들은 이날 평화의 댐을 시작으로 미륵바위·폰툰다리·숲으로다리를 거쳐 붕어섬까지 약 8.5km 거리를 함께 걸었다.

평화의댐 정상

평화의 댐은 북한강 최북단에 있다. 길이 601m, 높이 125m, 최대저수량 26억 3000만 톤으로 국내 모든 댐 중 3위 규모다. 평화의 댐은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당시 북한이 수공을 펼쳐 서울을 물에 잠기게 만든다는 유언비어를 계기로 만들어진 댐이다.

당시 TV에서는 온종일 63빌딩이 절반이나 물에 잠기는 모습을 방영했다. 사람들의 공포심을 유발했다. 총공사비 1700억 원 중 639억 원이 반년 동안 국민이 모은 성금으로 충당됐다. 평화의 댐은 현재 반공과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평화의댐 하류공원.

시민들은 평화의댐 하류공원에 조성된 탱크와 전투기 등 각종 전쟁무기들을 보며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빌었다. 이어 계단 569개로 구성된 하늘오름길을 올라 평화의 댐 정상에 올라갔다.

평화의 댐 상부에서 바라본 북한강은 고요히 흘렀다. 그곳에는 ‘세계 평화의 종’ 공원이 있다. 세계 평화의 종은 분쟁의 역사를 겪은 국가 약 30여 개국에서 가져온 탄피와 한국전쟁 희생자 유해발굴 당시 나온 탄피를 청동과 혼합해 제조했다.

종은 높이 5m, 폭 3m 규모이며 두께는 무려 30cm에 달한다. 무게는 37.5t으로 탱크 한 대를 달아놓은 셈이다. 한국에서 제일 큰 종이며 전 세계에서 칠 수 있는 종 중에서도 가장 큰 종이다.

금강산길 참가자들은 평화의 종을 타종하며 평화의 소리를 감상했다.

이날 설명을 맡은 해설사는 “평화의 종은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 모양을 본 따 만들었다. 에밀레종이 아기의 영혼을 담았다면, 이 종은 평화를 지키려 했던 수많은 분의 영혼이 깃든 종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열려라 금강산”을 외치며 함께 타종했다. 또한 웅장하게 울리는 종을 직접 만져보며 온몸으로 평화의 소리를 감상했다.

고 김대중 대통령 손을 본뜬 동상.

평화의 종 옆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손을 본뜬 동상이 악수를 할 수 있도록 전시돼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손이 제일 많이 닳아있다. 참가자들은 각국 수상자들이 보낸 평화 메시지도 함께 읽으며 평화정신을 마음에 새겼다.

화천사람들이 예전부터 소원을 빈다는 미륵바위.

점심 후 미륵바위로 이동해 평화와 개인적인 소망을 빌고 트래킹을 시작했다. 미륵바위 옆 북한강 변을 따라 조성된 길은 걷기 편할 뿐 아니라 자전거를 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길을 걷다가 나오는 ‘숲으로 다리’는 ‘칼의 노래’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이 이름을 지었다. 참가자들은 이 다리와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폰툰다리’를 건너 숲길로 이동했다.

숲으로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북한강변에 설치된 폰툰다리.

폰툰은 밑이 평평한 작은 배를 가리키는데, 이곳은 빈 드럼통이나 플라스틱 통을 연결해 그 위에 데크 길을 깔았다. 일반 시멘트 길을 걷다가 물 위를 걷고, 다시 매봉산 숲속으로 들어가는 경로는 보행자에게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매봉산 숲길, 까실쑥부쟁이 꽃.

숲길 속에는 미나리꽃, 까실쑥부쟁이, 고들빼기 등의 들꽃이 보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선한 날씨와 함께 뚜렷해진 가을이 느껴진다. 참가자들은 화천을 걸으며 만끽하는 평화로운 분위기와 정취를 금강산에서도 누리길 기원했다.

북한강에서 막바지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들.

평화순례를 기획한 최선미 (사)나눔과함께 사무국장은 “4.27 판문점 회담 이후 금강산 관광은 쉽게 재개될 것 같았는데 여전히 금강산길은 막혀있다”며 “순례가 마무리되는 10.4선언 시기쯤에 맞춰 금강산 길이 다시 열리길 기대한다. 10월엔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붕어섬에 도착 후, ‘열려라 금강산길’ 화천 코스를 마무리했다. 다음 ‘금강산길’은 9월 28일 양구, 10월 5일 고성, 10월 19일~20일은 연평도에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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