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 강화도 특색 살린 행복 배움, 합일초등학교
[교육기획] 강화도 특색 살린 행복 배움, 합일초등학교
  • 이종선 기자
  • 승인 2019.09.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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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ㆍ인천시교육청 공동기획
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12>합일초등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합일초교 6학년 학생들은 뱀범 김구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든다.
합일초교 6학년 학생들은 뱀범 김구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든다.

1901년 잠두교회 부설학교로 시작한 강화군의 합일초등학교는 독립운동과 연이 깊다. 잠두교회를 다니던 기독교인들은 독립선언서 등을 배포하며 강화도 3ㆍ1운동을 주도했다. 강화 출신 죽산 조봉암 선생은 그중 한 명이다.

합일초교에는 해방 이후 백범 김구 선생의 발자취도 남아있다. 김구는 자신을 도왔던 김주경을 찾기 위해 강화도를 방문했고, 김주경의 집 인근 합일초교에서 ‘김구 선생 환영대회’가 열렸다. 이때 김구가 친필로 남긴 ‘弘益人間(홍익인간)’ 휘호가 합일초교 교장실에 걸려있다.

‘조롱을 박차고 나가야 진실로 좋은 새이며, 그물을 떨치고 나가야 물고기가 아니리.’ 김구가 을미사변에 분노해 일본 군인을 살해하고 인천감리서에 갇혔을 때, 김주경이 탈옥을 권유하며 보낸 시의 한 구절이다.

합일초교 한 학생이 무대에서 이 문구를 읊었다. 합일초교 6학년 학생들은 ‘김구가 꿈꾼 아름다운 나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매해 백범 김구 선생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든다.

‘Lazenca, save us(라젠카, 세이브 어스)’의 웅장한 도입부에 맞춰 백범 김구가 등장한다. 램프요정 지니가 나타나 소원을 물어보니, 김구는 ‘나의 소원’을 읊는다. 뮤지컬 ‘영웅’의 ‘누가 죄인인가’에 맞춰 안중근 의사의 재판 장면도 구성하고, 레미제라블 음악에 맞춰 관람하는 학생들까지 다함께 태극기를 들며 만세를 외치면 비장미마저 느껴진다. 학생들의 독특한 연출이 돋보인다.

마을연계 교육과정으로 합일초교 학생들은 강화의 유적지를 둘러본다.(사진제공 합일초교)
마을연계 교육과정으로 합일초교 학생들은 강화의 유적지를 둘러본다.(사진제공 합일초교)

강화 역사와 마을 연계한 교육과정

강화도는 외세의 침입이 잦았고 민족운동이 활발했던 곳이라 역사 관련 콘텐츠가 많다. 강화군은 지난해 ‘강화 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 사업으로 ‘스토리워크(StoryWalk)’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중 ‘독립운동의 길’을 합일초교는 적극 활용한다.

‘스토리워크’에는 소창길과 ‘종교의 길’도 있는데, 합일초교는 ‘마을연계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이 길들도 수업에 활용한다. 마을연계 교육과정은 합일초교 교육과정을 대표한다. 학생들은 강화산성 사대문 안을 자세히 둘러보며 자신이 사는 고장의 역사를 배운다.

이게 끝은 아니다. 고장의 역사를 배운 뒤 마을 인터뷰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마을 어른들이 하는 일들 가운데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것을 정한다. 제과점ㆍ방앗간ㆍ카페ㆍ마트ㆍ소방관ㆍ경찰ㆍ도서관 사서ㆍ목사 등, 각자 직업 체험으로 봉사활동도 하면서 종사자 인터뷰를 진행한다.

내 고장의 역사와 내 주변을 알아봤다면 이제 ‘나’를 돌아본다. 엄마와 자주 간 식당, 할머니와 다닌 목욕탕, 자주 가는 미용실, 친구들과 뛰어놀던 곳 등, 나만의 추억이 있는 장소들을 골라 연결해 나만의 ‘스토리워크’길을 만든다. 학생들은 이 길을 서로 공유하면서 상대방을 더욱 깊이 알 수 있다.

마을연계 교육과정은 수업과목과도 연결된다. 봉사활동은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으로, 마을사람 인터뷰는 국어과목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합일초교는 학기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학기 말 방학 직전에 그동안 진행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큰사람 학교’를 운영한다. 전체 학생 수가 적어 학년 당 교실이 한두 개밖에 안 되는지라, 프로젝트를 학년별로 운영한다. 백범 김구 일대기 뮤지컬도 이 프로젝트 중 하나다.

지난해 4학년 학생들은 생명존중과 저어새를 한 학기 동안 공부한 뒤 관련 내용을 말판놀이로 만들었다. ‘큰사람 학교’ 운영주간에 다른 학년 학생들은 이 말판놀이를 함께하며 저어새 멸종위기와 환경보존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3학년 학생들은 강화도 문화유산을 한 학기 동안 조사해 전시회를 열었다.

합일초교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의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해 수업시간도 조정한다. 평상시 40분 수업에 10분 휴식으로 시간표를 짜지만, 프로젝트 수업은 80분 수업에 30분 휴식으로 진행한다.

4학년 학생들은 생명존중과 저어새에 대해 학기 동안 공부한 후 관련내용을 말판놀이로 만들었다.(사진제공 합일초교)
4학년 학생들은 생명존중과 저어새에 대해 학기 동안 공부한 후 관련내용을 말판놀이로 만들었다.(사진제공 합일초교)

다모임, 다 모여 놀고 논의하고

합일초교에는 구성원들이 모여 학교 운영방안 등을 논의하는 ‘다모임’이 있다. 교사들은 월 2회, 학생들은 월 1회 개최한다. 합일초교 학생 160여 명은 이 ‘다모임’에서 그달에 생일을 맞은 친구들을 위해 생일잔치를 벌이고 공동체놀이를 한 뒤 회의를 진행한다.

7월 회의에서는 학교 공간 재배치를 논의해 학교에 제출했다. 또한, 안전을 위해 자전거 타고 등교하지 않기 등을 규율로 정했다.

이 자리에서 학교 구성원 간 존중을 위한 규칙을 만드는 ‘경계 세우기’도 진행했다. 학생끼리뿐만 아니라 선생님ㆍ부모님과 규율도 정한다.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거리낌 없이 규율을 요구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합일 다모임’도 한 학기에 두 번 열린다. 합일초교 학부모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와는 별개다. 학부모들은 이 자리에서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논의하고 적극 참여한다.

학부모들은 등교시간에 학생들을 반겨주는 ‘아침 맞이’에 나서기도 하며, ‘큰사람 학교’ 주간에는 어울림캠프를 열어 에코백 만들기, 딱지치기, 컵 쌓기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아버지 교육기부단은 9월 21일에 ‘아빠랑 김치랑’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학생들과 함께 김치를 담갔다. 대부분 소외계층을 위해 기부했다.

행복배움학교 운영 후 학생 수 늘어

합일초교가 행복배움학교로 전환된 뒤 운영상 자율권이 커진 만큼, 교사들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하지만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기에 행정업무만을 전담하는 업무혁신팀을 구성했다.

일반 초교에는 일반 담임교사와 전담교사가 있다. 전담교사는 보통 주당 21시간을 수업하는데, 합일초교는 이를 14시간으로 줄였다. 줄어든 수업시간만큼 전담교사는 행정업무를 담당하며 방과후학교, 돌봄교육, 나이스(NEIS) 행정정보시스템 등을 관리한다.

업무혁신팀을 담당하는 육경선 혁신부장교사는 “업무혁신팀을 운영하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서 교사들의 주도성과 수업의 질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로 인해 교사들끼리 서로 ‘저렇게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구나’ 하고 깨닫기도 한다”며 “행복배움학교를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다모임에서 ‘경계 세우기’로 결정한 규율.
학생들이 스스로 다모임에서 ‘경계 세우기’로 결정한 규율.

합일초교는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곳에 있어 행복배움학교 교육과정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알렌 로이데나(6학년) 학생은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원 친구들을 보면 교실에서만 공부하는 것 같아 지루해 보인다”라며 “우리 학교는 자연과 함께 있는 강화읍 내를 자주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 특히 학교 근처 남산에 자주 놀러간 경험은 큰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강 학생은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강화를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 체험학습도 많아 교회 친구들이 부러워한다”고 자랑했다.

부평구에서 이사 오며 전학한 최민준 학생은 “이전 학교에서는 교실에만 있었는데, 여기 와서는 지난해 저어새와 기러기를 보러 다닌 게 기억에 남는다”라며 “비염이 있어 도시에서 생활하기 불편했는데 이곳에 와서 나았다”고 말했다.

학교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높으니 학교 인기도 높아졌다. 소문이 자자하니, 근처로 이사 오는 학부모들은 자녀를 합일초교에 보내고 싶어 한다. 합일초교가 행복배움학교를 시작한 2015년 3월과 비교해보면, 학생 수가 137명에서 현재 165명으로 늘었다. 학년 당 한 개뿐이던 학급수도 1ㆍ2ㆍ4ㆍ5학년은 두 개로 늘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수학여행

합일초교 5ㆍ6학년 학생들은 가을에 수학여행을 떠나는데, 특별한 점이 있다. 숙소만 선생님들이 정해주고 일정은 학생들이 직접 짠다. 학생 6~7명씩 모둠을 만들어 여행 코스와 교통편, 점심식사 등을 계획한다. 일정 소화도 모둠별로 한다.

올해 수학여행은 10월 말에 2박3일로 떠난다. 장소는 서울로 정했다. 여행 코스와 교통편 등을 스스로 계획하니 준비할 때부터 설렌다.

합일초교 교장실에 걸린 백범 김구 친필 휘호
합일초교 교장실에 걸린 백범 김구 친필 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