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ㆍ중국ㆍ몽골도 ‘쑥대밭’ 베트남은 발생 건수 6000넘어
한국 살처분 6만 마리 ‘처참’… 살처분 공무원 트라우마 호소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강화에서 두 번째로 발생했다. 정부가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처럼 가라앉질 않고 남쪽으로 남하하는 양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인천 강화군 불은면에 소재한 돼지열병 의심 농장을 정밀검사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됐다고 25일 밝혔다.

강화 돼지열병 확진은 17일 파주에서 발생한 이후 여섯 번째이며, 강화에서는 24일 확진에 이은 두 번째 확진이다.

다행히 같은 날 신고된 강화군 양도면과 연천군 미산면 돼지농장은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강화에서 확진이 늘었고, 강화에서 처음 발생한 곳보다 남쪽으로 8.3㎞ 떨어져 있어 사태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도와 충청도는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농식품부는 돼지열병 발병 후 긴급행동지침(SOP)을 강화해 발생농장으로부터 3km 내에서 사육되는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도록 했다. 강화 불은면 농장을 비롯해 인근 농장 세 곳의 돼지 8350여 마리가 26일까지 살처분될 예정이다.

이로써 파주에서 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한 이후 살처분되는 돼지는 6만 마리에 육박하게 됐다. 재앙이나 다름없는 처참한 광경이다. 살처분 작업을 벌이고 있는 공직자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돼지열병 발생이 일주일 넘게 지났지만, 농식품부는 여전히 정확한 발생 원인과 감염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돼지열병은 남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재앙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실상 최후 방어선이나 다름없는 인천 중구(영종도)ㆍ서구ㆍ계양구ㆍ남동구와 경기도 동부권이 뚫리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를 전망이다.

농림축산검역관리본부가 방역하고 있다. (제공 인천시)

중국 '40% 감소' 북한 '평안도 전멸' 베트남 '6000건 발병'

한국만 돼지열병에 속수 무책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돼지열병이 유입된 중국은 올해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70% 이상 뛰었으며, 중국 내 돼지 수는 40%가량 줄었다.

후춘화 중국 부총리는 “육류 공급 상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올해 공급 부족분은 1000만 톤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보다 먼저 돼지열병이 발생한 북한은 상황이 더 안 좋다. 국정원은 24일 국회 보고 때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5월 돼지열병 발생을 공식 신고한 후 북한 전역으로 확산됐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98년 전인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보고됐고, 이후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유입됐다고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957년 포르투갈을 통해 유럽 대륙에 유입됐다. 포르투갈 상륙 후 이베리아반도 전체를 초토화했고, 이어 서유럽과 남유럽, 동유럽으로 퍼졌다. 1960∼1995년 유럽에서 확산하는 동안 남아메리카와 카리브해로도 번졌다.

동유럽에서는 폴란드 3864건, 루마니아 3131건, 헝가리 1154건, 러시아 159건에 달하는 재앙이 발생했고, 아시아에서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그 뒤 올해 1월 몽골, 2월 베트남, 5월 북한, 9월 필리핀과 대한민국 등 주로 동아시아로 확산됐고, 그 중에서도 동북아시아의 피해가 컸다.

지난해 8월 중국 유입 이후 지금까지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건수는 약 638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베트남에서만 6000건이 넘게 발생해 피해가 심각했다. 국경을 넘어 확산하기 때문에 동아시아 차원에서 방역 공조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강화에서 첫 확진 판정이 난 24일 정오부터 26일 정오까지 48시간 동안 전국에 가축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는데, 25일 강화에서 추가로 발생함에 따라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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