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특별포럼 열려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 참사(1999.10.30.) 20주기를 앞두고 참사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록으로 남겨 함께 기억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홍예門문화연구소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특별포럼 ‘인천의 미래기억을 위하여 Ⅱ’를 통해서다.

홍예門문화연구소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특별포럼 ‘인천의 미래기억을 위하여 Ⅱ’가 9월 24일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1999년 10월 30일 인현동 한 호프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당시 호프집에 있던 사람 57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쳤다. 이 호프집은 불법영업 중이었고, 이 참사로 처벌 받은 사람은 호프집 영업주 단 한 명이다.

참사로 인한 사망자 다수는 중ㆍ고등학생이었다. 당시 언론은 이들에게 불량 청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일탈로 치부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유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고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고 있다. 포럼이 열린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은 유가족 싸움의 결실이기도 하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2004년에 건립했다.

이날 포럼은 조선희(정의당, 비례) 인천시의원의 발제로 시작했다. 조 의원은 ‘나‘들’의 기억 공동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당시 고등학생, 응급실 간호사, 청소년활동가 등의 기억을 나열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청년은 지금 30대가 됐다. 이 청년은 조 의원에게 “20년 전 그때는 인근 고등학교 축제 기간이었다. 일주일 전 우리 학교 축제로 그 자리에 갔다. 빈자리 없이 가득했던 그 곳을 잊지 못한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곳을 이제야 알았다니,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청년은 일주일 후 참사를 뉴스로 접하고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당시 언론에선 ‘불량 청소년, 일탈’ 등 악의적 보도로 오히려 피해 학생들을 욕하는 분위기라 나설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당시 청소년을 지낸 지금 청년들은 아직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들의 아픈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야한다. 사회가 함께 치유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후 21년 만에 출간한 서울시 공적기록물도 소개됐다. 서금슬 서울문화재단 예술축제팀 대리는 “기억수집가 11명을 모집해 당시 민간구조대, 구조대, 경찰, 생존자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기록으로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수집가는 단순 이야기 채록자가 아닌, 서울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매개자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문화재단은 ‘기억으로서 역사’를 시민 목소리로 기록하기 위해 지난 2013년에 ‘메모리[人] 서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서울의 기억을 환희ㆍ추억ㆍ슬픔으로 나눴는데, 슬픔의 기억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주제로 했다.

서 대리의 발표를 들은 포럼 참석자들은 인현동 화재 참사를 기억하는 좋은 방법으로 공감을 표했다.

발표를 마친 뒤 서 대리는 “공적 기록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는데, 관에서 관리하기보다 기억수집가에 전적으로 맡겨야한다”라며 “결국 아픈 기억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고, 기억수집가를 세밀하게 배려하지 않으면 좋은 기록물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희생자 유가족은 인천시 관계자와 조선희 시의원에게 “20년 동안 유가족만 행사를 진행했다. 20주기가 되다보니 관계 공무원들이 관심 갖기 시작한다. 21주기부터 관심이 다시 사라질까 겁난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 유족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구성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 준비위원회’는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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