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저자 한재각 | 출판 한티재

[인천투데이 이권우 도서평론가] 기후위기를 다룬 책을 읽으면서 퍼뜩 떠오른 생각이있다.

아, 인류가 햄릿이 되었구나, 하는 탄식이 나왔다는 말이다. 햄릿이 독백하지 않았던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탄소문명을 바탕으로 한 무한성장의 신화에 사로잡힌 인류는 이제 기후위기를 맞아 파멸의 징후를 목도하고 있다. 일찌감치 성장을 버리고 지속가능한 길을 가야 한다는 선지자적 목소리가 있었지만, 외면했다. 그러다 이제 산업혁명 당시의 지구 온도보다 2도 이상 더 오르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에 이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1.5도 상승이 마지노선이다. 문제는 이미 1도가 올랐다는 사실이다.

인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햄릿의 말을 비튼다면, ‘공존하느냐 아니면 공멸하느냐’ 라는. 앞으로 지구 온도가 0.5도 오르는 데 그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경고장을 받았다. 말하자면, 지구행성이 인류에게 퇴거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귀띔해준 셈이다.

가장 먼저 반응한 집단은 다음세대다. 지구행성이 더는 사람이 살만한 공간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지금 탄소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기성세대가 바로 자신의 미래를 약탈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018년 스웨덴의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위기에 기성세대가 긴급하게 대응하라며 등교를 거부했고, 세계의 청소년들이 그 뒤를 이었다. 툰베리는 올해 7월 프랑스 하원에서 “우리는 이 불편한 사실을 세상에 말해야하는 나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라면서 기후위기의 마지노선을 지키려면 420기가 톤의 이산화탄소만 배출해야하는데 “저는 한 번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정치인들, 언론인들, 기업인들이 이 수치에 대해 말이라도 꺼내는 것을요”라고 성토했다.

왜 인류가 절벽 끝에 몰렸을까. 그 대답의 하나가 채굴(採掘)주의다. 지하에 갇혀 있는 석탄과 석유를 캐내어 연료로 삼아 에너지를 마음껏 써온 대가다. 인류가 언제 오늘의 에너지가 다음세대의 자원을 빌려 쓴다는 생각을 했던가. 찾아내고 캐내고 써대는 데 혈안이 되었을 뿐이다.

여기서 문득 떠오른 게 판도라 이야기다. 프로메테우스가 분명히 경고했다. 제우스의 선물은 무엇이든 받지 말라고. 그러나 판도라는 매우 아름다웠다. 거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항아리를 주면서 절대로 열어보지 말라 했다. 금지는 더 큰 열망을 낳는 법. 판도라는 절제하지 못하고 마침내 항아리 뚜껑을 열었고, 그러자 모든 셀 수 없는 해로운 불행이 쏟아져 나왔다.

지구라는 제우스가 인류라는 판도라에게 마구 꺼내어 함부로 쓰라고 천연자원이라는 항아리를 준 것은 아니다. 금기를 지키고 금욕해서 다음세대에 그 항아리를 넘겨주라는 뜻이었을 테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거치며 인류는 천연자원이라는 항아리의 뚜껑을 열고 그 내용물을 탕진하고 말았다. 그 결과는 바로 햄릿이 놓여있던 바로 그 자리다.

조천호 교수는 말한다.

“석기시대에 돌이 부족해서 청동기시대로 진입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온실가스 저감은 화석연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류가 지속하기 위해 선택해야하는 길이다.” 살 길이 있다는 말이다.

판도라 이야기에도 그 살 길을 남겨두었다. 항아리 밑에는 놀랍게도 희망이 남아 있다고 했잖은가. 어떻게 해야 할까? 판도라의 남편은 에피메테우스였으니, 그 뜻이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이다. 늦었다고 포기할 일이 아니다. 이제라도 각성하고 실천해야한다. 생태문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유부단해 뜻을 이루지 못한 햄릿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다음세대의 미래는 당연히 물려주겠다는 마음가짐과 행동거지가 필요하다.

작은 책이지만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라는 책을 두루 읽어보았으면 한다. 1.5는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기후조건의 마지노선을 뜻한다. 툰베리는 다음세대의 상징이다. 다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호모 사피엔스가 햄릿의 길을 걷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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