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서구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붉은 수돗물 사태로 인한 서구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짓’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 전체 군ㆍ구의회 의원들이 태풍 피해 복구가 한창인 강화도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 모여 대낮에 음주가무를 즐겼다.

인천 군ㆍ구의원 총118명 중 95명이나 모인 이유는 인천군구의회의장협의회가 주최한 ‘군ㆍ구의회 한마음 체육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의회사무국(과) 직원 80여 명이 함께 했고, 몇몇 군수ㆍ구청장과 교육감도 들러 격려인사를 했다.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친선을 도모하고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한 의원에게 상을 주고 상호 교류하는 걸 누가 뭐라 하겠나. 하지만 매사엔 때가 있다. 특히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과 형식이 따라야하는 법이다.

강화는 태풍 ‘링링’ 강타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접수된 피해가 4000건에 달했다. 복구 일손이 부족해 해병대 장병들도 지원하고 있다.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신청해, 행정안전부에서 나와 피해를 조사하고 있었다. 강화군 공무원들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해 분주했다.

의원들이 음주가무를 즐기는 시각에 박남춘 시장은 국회에서 열린 시와 민주당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민주당 지도부에게 강화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복구가 빨리 이뤄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특히 의원들이 술판과 춤판을 벌이는 동안 체육관 옆 교실에선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의원들이 이러한 상황을 몰랐을까. 한마디로 몰상식과 몰염치의 극치다.

일부 의원은 ‘참석하지 않으려 했는데 의장이 강요해 어쩔 수 없었다, 음주가무는 아니라고 생각해 체육관 밖에 나가 있었다’고 말했는데, 그건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의원 개개인의 일탈이 아닌, 집단 일탈이다.

의원들의 몰상식으로 인한 수치가 시민의 몫인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의원들이 날을 잡아 태풍 피해 복구현장에 나가 봉사했더라면, 하는 생각은 부질없다. ‘의원’을 두고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모범을 보여야하는’이라는 표현도 부질없다. 각 군ㆍ구의회가 두고 있는 의원 윤리강령도 쓸모없다.

지금 의원들이 지역주민들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는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다. 아울러 행사에 지출한 세금을 전액 반납하는 것이다. 의원들이 진심으로 자성하는 태도와 행동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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