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뇌전증 진단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경련이 주는 위험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진단을 내린 의사가 환자에게 상세히 설명해줘야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의사를 만나기는 어렵다. 그러니 환자와 보호자 스스로 이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한다.

뇌전증으로 발생하는 경련의 위험성은 두 가지로 평가될 수 있다. 첫 번째는 1차 위험으로, 경련 자체로부터 올 수 있는 위험이다. 즉 뇌전증 자체가 뇌손상을 동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1차 위험 평가다. 20분 이상 경련을 동반한 중첩증이 생기지 않는 한 대부분의 뇌전증은 뇌 손상 위험이 없다. 역으로 중첩증이 반복되는 간질성 경련을 보인다면 이때는 필히 항경련제를 사용해야한다.

두 번째로는 2차 위험을 평가해야한다. 즉, 경련에서 파생되는 위험 평가로, 경련할 때 부상 위험이 동반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련은 5분 이내로 짧기에 위험하지 않지만, 운전 중 경련으로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든지, 경련으로 쓰러져 골절상을 입을 수 있다든지 등, 부상과 손상이 동반되는 경련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2차 위험이 있다면 생명과 신체를 보존하기 위해 매우 심각하게 평가해봐야 한다.

2차 위험 평가는 두 가지 방면에서 이뤄진다. 첫 번째는 수면 중 경련인지, 각성 중 경련인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먼저 수면 중 경련에 한정해 이야기해보자. 롤란딕 뇌전증을 포함해 소아 뇌전증 중 경증은 주로 수면 중에 경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련은 습관성 질환이기에 각성 시 경련으로 바뀔 확률은 매우 낮다. 수면 중 경련이라면 활동을 동반하지 않은 안전한 공간에서 경련하게 되므로 2차 위험이 없다. 이런 뇌전증이라면 항경련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항경련제는 치료 효능이 전혀 없으며, 경련을 억제해 경련으로 올 수 있는 위험성을 조절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성 시 경련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활동 중에 경련한 것이기에 부상 위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성인이 운전 중에 경련이 발생해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많다. 소아가 수영 중에 경련이 발생해 익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활동을 하다가 부지불식간에 경련이 발생해 초래하는 심각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항경련제를 사용해야만 한다. 항경련제가 부작용이 많다고 하지만 부작용을 피하려고 위험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각성 시 경련하는 경우도 환자에 따라서 부상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조 증세가 명확해 스스로 안전한 공간을 찾고 누워서 위험에 대비할 여유를 갖는 뇌전증 환자도 있다. 또한 잠시 정신을 깜박하는 정도의 결신발작의 경우도 거의 부상 위험이 동반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케이스별로 부상 위험성을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뇌전증 경련이 각성 시에 나타난다면 경련 양상이나 패턴에 따라 부상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 그에 따라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신체 손상 위험이 있다면 부작용 가능성이 있더라도 항생제를 복용할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부상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련이라면 항경련제 사용을 심각하게 재고해야한다. 특히 뇌 성장기에 있는 소아라면 더더욱 신중을 기해야한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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