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상동 주민들 18년 기다리던 길병원 무산돼
길병원 “병원 지으려 노력...실제 차익 많지 않아”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가천대 길병원이 경기도 부천시 상동지역에 종합병원을 짓겠다고 18년 전 구입했던 토지를 최근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길병원이 해당 토지를 매입 가격 보다 7배에 가까운 금액으로 매각한 것으로 알려져 종합병원을 기대하던 주민들의 바람은 무시한채 막대한 시세 차익만 챙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기도 부천 상동에 길병원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토지.(카카오맵 갈무리)

부천시와 길병원에 따르면, 길병원은 지난 2001년 상동신도시 개발 당시 지하 5층, 지상 15층, 800동 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짓겠다며 2만3400㎡(약 7080평) 면적의 토지(상동 588-4번지)를 매입했다. 해당 토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의료시설용지이다. 당시 매입 가격은 60억1000만 원이다.

이후 길병원은 2002년 11월 건축허가를 받았으나 착공을 미뤘고, 2004년 11월에 설계변경을 한 후 착공 신고를 했다. 계획대로라면 2006년 11월 착공을 하고 2009년 1월 준공해야 했지만, 공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해당 토지 인근 주민들은 2007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천시를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다. 당시 대책위는 “길병원이 공공용지에 종합병원을 짓는다며 상동신도시 개발 당시 애초 택지의 3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분양받고 2003년 개원한다고 홍보했으나 착공을 하지 않고 있다”며 “주민들을 우롱하지 말고 최초 분양가로 환매해 조기 착공이 가능한 다른 의료재단에 넘겨야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반응이 없던 길병원은 15년 넘게 방치된 토지에 쓰레기 무단 투기와 악취, 우범지대 등 문제가 발생하고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되며 ‘길병원부지 활성화를 위한 정책협의회’가 구성되자 뉴스테이와 어린이병원을 건립하는 안을 마련했다.

길병원은 2016년 9월 해당 토지에 831가구(임대 462가구, 분양 369가구)가 입주하는 지상 22~44층 규모의 고층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면적의 토지에 지상 5층 규모 99병상의 어린이병원을 지어 부천시에 기부채납하겠다는 사업제안서를 경기도에 제출했다.

부천시도 같은해 11월 지역 민원 해소와 지역 활성화를 위해 조건부 찬성 의견을 경기도에 보냈다. 그런데 길병원은 토지 개발이 본격화할 시기, 임대아파트 건립에 따른 지역주민들의 반발과 뉴스테이 지침 상 허용될 용도로는 사업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계획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또 인근 주민들은 “뉴스테이와 어린이병원 개발에도 주민들과 부천시가 동의해줬는데 이제 와서 사업성 등을 운운하며 또 토지를 방치하겠다는 것은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탄원서를 부천시와 시의회 등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길병원은 18년을 방치했던 토지를 매각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매입 당시 가격은 60억1000만 원이었고 매각 가격은 400억 원 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세차익만 무려 340억원인 셈이다.

매각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로부터 “땅 값 오를대로 오른 시점에서 ‘먹튀’ 했네요” “그 앞 상가지역 사람들만 불쌍하다” 등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가 높아 길병원측에 병원 건립을 계속 촉구했으나 차일피일 미뤘다. 강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최근 매각됐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사유재산이라 누구에게 얼마에 팔렸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해당 토지는 자연녹지로 의료시설만 들어올 수 있다. 향후 어떤 시설이 들어올 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길병원 관계자는 “18년 간 병원을 짓기 위해 노력했지만 병원 운영이 가능한 조건이 되지 못해 매각을 한 것은 맞다”며 “400억 원 대에 매각을 했지만 구입 당시 가격에 중간 들어간 비용 160억 원과 양도세 33% 정도를 포함하면 실제 차익은 많지 않다. 일부러 병원을 짓지 않고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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