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5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 대상 수상자 ‘가월’

[인천투데이 정양지 기자] ‘3월의 어느 고운 아이 / 새하얀 치맛자락 위에 / 동백꽃 잎이 떨어지고 나비가 날아오더라 / 나비가 날아서 동백꽃에 앉았더니 / 붉게 물든 날개를 가졌더라 / 아이는 나비를 닮고 나비는 꽃을 닮았나니 / 동백나비가 되었더라.’

9월 7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린 제5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 본선에서 대상을 수상한 노래 ‘동백나비’의 가사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평화의 노래를 찾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인천평화창작가요제는 올해의 평화 곡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어린 시절을 노래한 팀 ‘가월’의 동백나비를 꼽았다.

프로젝트 밴드 ‘가월’의 중심에는 팀을 꾸려서 노래를 만들고 피아노를 친 박세원(25) 씨가 있다. 그의 수상소감과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제5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가월(박세원)’.

노래하는 달, 가월(歌月)

“가월은 내 활동명이다. 어렸을 때부터 밤하늘에 달이 떠 있는 모습을 좋아해 이름을 지었는데, 지난 6월 첫 앨범을 발매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앨범 작업이나 공연을 위해 객원 멤버를 꾸렸을 때는 ‘KOREA MUSIC PROJECT 가월’을 쓴다. 박 씨가 노래를 만들고 나면 분위기에 어울리는 보컬과 악기를 구상하고 객원 멤버들을 모으는 식이다.

이번 가요제에는 보컬 이효민, 메인 기타 반종섭, 콘트라베이스 이성해, 세컨드 피아노 손은혜, 드럼 정준연, 통기타 박하늘 등 6명이 함께했다. 박 씨를 포함한 이들 모두 여주대학교 실용음악과 졸업반 학생들이다.

친구들과 공연하러 갔는데···수상은 ‘깜짝 선물’

박 씨의 학교는 가요제 본선이 열리기 전인 9월 2일 개강했다. 더군다나 그는 실용음악과 학회장까지 맡고 있다. 수업 들으랴, 학생회 활동하랴, 가요제 본선 준비하랴 정신없는 날들을 보냈을 텐데, 박 씨는 “나 혼자만 바빴던 것도 아닌데”라며 웃었다.

“2차 공개오디션을 치르고 난 뒤, 사운드를 좀 더 보완해야할 것 같아 하늘이(통기타)가 합류하게 됐다. 가사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효민이(보컬)는 ‘위안부’ 피해 역사를 따로 공부하기도 했다. 또, 노래 가사에 맞게 멤버들이 흰 옷을 챙겨 입는 등 무대 콘셉트를 맞추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그렇게 분주한 일주일이 지나고 본선 당일이 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단다. ‘친구들과 공연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수상할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장려상과 예술상 수상자가 발표됐는데도 우리 팀이 호명되지 않더라. 기분이 어색했다. 그러다 대상 수상자에 가월이 불려 깜짝 놀랐다. 친구들, 가족, 그리고 학과 교수님들까지 축하한다며 기뻐해주셨다.”

제5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프로젝트 밴드 ‘가월’.

한국 고유의 정서를 노래하고 싶다

‘동백나비’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그리며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노래다. 평소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박 씨는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동백꽃에 앉은 흰 나비를 떠올렸다.

“버스에서 휴대폰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동백꽃이 수놓인 가방을 발견했다. 그 순간 창문 밖으로 나비 한 마리가 지나가더라. 바로 영감이 떠올라 ‘동백나비’를 만들었다. 원래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8월 14일에 발매하려했는데, 가요제의 취지를 듣고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발매를 미뤘다.”

조금 있으면 대학교를 졸업하는 데다 가요제 수상으로 유종의 미까지 거뒀다. 이제는 본격적인 활동만 남았는데 어떤 노래를 만들고 싶으냐고 물으니, 주저 없이 “나라에 헌정할 수 있는 곡”이란다. 지난 6월 발매한 음반에 실린 ‘들꽃 길’이라는 노래도 순국선열에 존경과 애도를 표하는 진혼곡이다. 사랑을 노래하는 또래 음악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국 고유의 정서’에도 관심이 많다. 작곡을 전공한 박 씨는 앞으로 전통음악에 현대음악이 어우러진 크로스오버 장르의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가월’만의 특색을 살려 민요를 편곡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평화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이제 명실상부한 ‘평화 뮤지션’이 된 박 씨에게 평화로워지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자문했다. 조금 전까지 ‘호국보훈’을 외치던 그는 쑥스러워하며 “자기 자신부터 사랑해야하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

“평화란 곧 아무런 걱정이 없는 상황인 것 같다. 누구나 사는 게 힘들고 걱정이 많지만, 자신을 사랑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는 이어 “평화가 꼭 거대한 담론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평화가 깃들어 있다. 그건 본인이 언제든 찾거나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거다. 이를테면 일정이 없는 어느 날, 오후에 빠져드는 낮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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