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 지정 조사 중인데 ‘흥청망청’
“행사 예산 반납하고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태풍 ‘링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조사 중인 강화도에서 인천 군ㆍ구의회 의원들이 대낮에 술판과 춤판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군구의회의장협의회가 주최한 ‘군ㆍ구의회 한마음 체육대회’가 지난 17일 오전 10시부터 강화군 소재 한 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군ㆍ구의원 100여 명과 의회사무국(과) 직원 80여 명 등 총 18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17일 강화군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군ㆍ구의회 한마음 체육대회’에 참석한 인천 군ㆍ구의회 의원들이 술판과 춤판을 벌였다.(사진제공ㆍ인천투데이 독자)

강화도는 얼마 전 제13호 태풍 ‘링링’이 강타해 무려 4000여 건의 피해가 발생한 지역이다. 이날은 행정안전부가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기간이었다. 행안부는 18일까지 현장조사를 마치고 20일에 특별재난지역 지정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피해액이 6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강화군(군수 유천호)이 최초에 접수한 피해액은 169억 원이었으나, 행안부가 현장조사 등으로 인정한 피해액은 60억 원 언저리로 알려졌다. 피해액이 60억 원에 미치지 못하면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무산된다.

또, 행사가 벌어진 시각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인천시 간 예산정책협의회가 진행 중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태풍 링링으로 강화군이 많은 피해를 입은 만큼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돼야한다. 빠른 복구가 이뤄질 수 있게 지원을 바란다”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에게 피해복구에 필요한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

박 시장 등이 태풍 피해복구에 필요한 예산 마련을 위해 힘쓰는 동안 군ㆍ구의원들은 태풍 피해복구에 여념이 없는 강화도를 찾아 술판과 춤판을 벌인 셈이다.

의원들이 '술판'을 벌이는 동안 옆 교실에서는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했다.(사진제공ㆍ인천투데이 독자)

특히 행사를 벌인 장소는 고등학교로, 군ㆍ구의원들이 술판ㆍ춤판을 벌이는 동안 정상 수업을 진행했다. 군ㆍ구민 대표로 모범을 보여야하는 의원들이 수업 중인 교실 옆에서 버젓이 술판과 춤판을 벌인 것은 몰상식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인천 기초의원 A씨는 “이런 행사는 처음이다. 행사 취지부터 말이 되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라며 “행사에 사용한 금액은 세금으로, 행사 참석자들이 모두 반납해야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기초의원 B씨는 “인천의 대다수 기초의회가 여당인 민주당 일색이라서 벌어진 일이다. 적절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다”라며 “주민에게 모범을 보여야하는 의원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벌인 일이며, 주민들에게 사과해야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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