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에도 서해 5도를 제외한 나머지 섬은 북측 관할
서해평화수역운동본부, "소모적 논쟁보다 평화수역 지정"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주소 행정오류 빌미는 국방부 제공… 정부 말소 여부 검토 중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함박도'에 북한의 군사시설이 들어섰다는 소식이 정가를 달구고 있다. ‘조국 사태’에 묻혔던 뉴스가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함박도는 강화군 서도면 말도와 우도 사이에 있는 섬이다. 주소지가 대한민국 강화군으로 돼 있는데, 북한이 군사시설을 설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인천부평갑) 의원과 박상은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강화도 주민들은 지난 9일 함박도 인근 말도를 찾아 주민토론회 열고, “함박도는 한국 땅”이라며 북한이 설치한 시설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박도는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 주소로 등록돼 있다. 또 포털 사이트에서 함박도를 검색하면 북방한계선 남측에 함박도가 위치하는 것으로 나온다. 국방부는 북측 관할지역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함박도는 남한 관할일까 북한 관할일까?

북방한계선(NLL)은 1953년 정전협정 때 클라크 당시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 유엔군의 북상을 금지하기 위한 설정한 해상경계선이다.

클라크 사령관은 정전협정 마무리를 위해 유엔군 북상을 금지할 목적으로 서해 상에 좌표를 여럿 찍었고, NLL은 이 좌표들을 연결한 선이다. 북한과 중국, 미국은 정전협정 체결 당시 해상 군사분계선을 다시 설정키로 했는데 하지 못했고, NLL이 사실상 실효 지배를 통한 경계선 역할을 하고 있다.

함박도는 1만9971㎡로 위치는 북위 37도 40분 40초, 동경 126도 01분 42초에 위치한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 시 NLL 아래로 나오지만, 국방부는 실제로 지도에 NLL 좌표를 찍으면 함박도가 NLL 위로 나온다고 밝혔다. 북측 관할이란 얘기다.

함박도 위치.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면 함박도는 NLL 아래로 나오지만, 국방부는 NLL의 좌표를 찍으면 함박도가 NLL 위로 나온다고 밝혔다.

함박도는 정전협정에도 북측 관할로 돼 있다. 정전협정 13조를 보면 백령도(북위 37도 58분, 동경 124도 40분), 대청도(북위 37도 50분, 동경 124도 42분), 소청도(북위 37도 46분, 동경 124도 46분), 연평도(북위 37도 38분, 동경 125도 40분) 우도(북위 37도 36분, 동경 125도 58분)를 제외한 기타 모든 도서는 북한 통제로 둔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왜 함박도의 등기부 등본 주소가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 97'로 돼 있을까. 이는 국방부의 오류에서 출발한다. 국방부는 행정안정부 등이 행정적 오류를 제공했다고 하지만, 빌미는 사실 국방부가 먼저 제공한 셈이다.

함박도에 주소지가 부여된 것 1978년이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1970년대 초 국방부는 함박도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했고, 행안부와 강화군 등은 이를 토대로 1978년 주소지를 부여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 관할지인 함박도를 남한 주소로 등록한 배경은 아직 명확치 않다. 다만 정전협정에 첨부한 지도에 그어진 선의 위치와 실제 좌표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조만간 행정 주소 존치와 말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9ㆍ19 군사합의이행으로 서해평화수역 지정해야”

북한 관할지라고 해도 함박도에 설치된 군사시설에 대해서도 9ㆍ19남북 군사합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레이더 관측 장비라고 밝혔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해안포, 방사포 진지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2018년 9월 19일 평양선언을 채택하면서 ‘4ㆍ27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나란히 채택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서해 남측 덕적도~북측 초도, 동해 남측 속초~북측 통천 약 80㎞ 해역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는 포병·함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 등이 중지된다. 국방부 설명대로 함박도 내 군사시설이 해안포가 아니라면 9ㆍ19 군사합의 위반으로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해평화수역운동본부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9ㆍ19 군사합의 이행으로 서해평화수역을 지정하는 게 더 실질적이고,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서해평화수역운동본부 관계자는 “함박도를 비롯한 서북도서 접경지역 섬은 긴장보다 평화가 이득이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을 보다는 9ㆍ19남북군사합의 이행으로 서해평화수역 범위를 지정해 서해상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이 바다를 평화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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